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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은 쫄았고, 마봉춘이 돌아온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7. 8. 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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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 김장겸이 쫄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쫄았다.

MBC 사옥 안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목청껏 외친 김민식 PD가 '출근정지 20일'의 징계를 받았다. 김민식 PD는 "김장겸 사퇴를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며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친 사람이다.

김민식 PD의 저항이 시작됐을 때 김장겸을 아직 쫄지 않았다. 곧바로 김민식 PD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동시에 김민식 PD의 저항은 MBC 전체에 급속도로 퍼졌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외침은 MBC 안팎의 유행어가 됐다.

그러자 김장겸은 쫄기 시작했다. 김민식 PD가 소명서를 낭독하며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도 막지 못해 몇차례나 정회를 거듭하며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지 한 달이 더 지나서야 겨우 '출근정지 20일'의 징계를 때렸다. 몇 달 전이었다면 보나마나 해고시켰을텐데 정직도 아니고 '출근정지 20일'이다.

쫄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수위의 징계다. 경영진의 인사조치를 두고 웹툰에 '유배'라는 표현을 썼다고 권성민 PD를 해고시켰던 게 MBC 경영진이었다. 그냥 두면 안될 거 같다는 이유로 증거가 없다는 걸 알고 재판에서 질 것을 예상하고도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해고시킨 것이 MBC 경영진이었다.

MBC 기자, PD들의 제작거부가 확대되자 갑자기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냈던 김장겸이 부랴부랴 공고를 취소했다. 노동조합의 쟁의기간에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곧바로 취소했다. 엄청나게 쫄았기 때문이다.

몇년전만해도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마음대로 채용하고 잘랐던 것이 김장겸이다. MBC 경영진은 노조의 파업 때 이른바 '시용기자'를 채용한 것에 대해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돼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이후 수시로 경력직을 채용하고 파업참가자, 노조 조합원들은 엉뚱한 곳으로 배치했다. 그때마다 불법 이야기가 나왔지만 MBC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의 방통위, 고용노동부,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바꼈다. 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고, 검찰은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방통위 위원장은 매일같이 MBC 사장도 방문진 이사장도 해임시킬 수 있다고 여기저기서 말하고 있다. 이제 법을 어기면 X된다는 것을 김장겸은 알았다. 그래서 쫄고 말았다.




김장겸 아래서 부사장을 하고 있는 백종문과 기획본부장을 하고 있는 최기화가 8월 17일 저녁 6시 무렵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해 6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오후 4시 출석 예정이었으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자 몰래 출석하려고 6시에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백종문은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아무 증거없이 해고시킨 것에 대해, 최기화는 사내에 배포된 노보를 찢은 것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의 혐의를 받고 있다.

예전같았으면 노동부의 출석요구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이들이다. 1년여 전인 2016년 5월, 당시 MBC 사장 안광한과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을 했던 이진숙은 세월호특조위의 조사를 거부하고 동행명령장이 발부되자 동행명령장을 받지 않으려고 피해다니기까지 했다. 법에 따라 이뤄지는 조사를 가뿐히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백종문과 최기화는 제 발로 걸어들어갔다.

김장겸도, 백종문도, 최기화도 당당하면 쫄 것 없다. 잘못한 게 있고, 벌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쪼는 거다.

지난 2월, 김장겸이 MBC 사장에 임명됐을 때 "'박근혜 대못' 김장겸은 언제까지 버틸까"라는 글을 썼다. 법이 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장겸이 2018년 7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지난 7년과는 달리, 끝이 보이는 1년여의 기간이기에 MBC 내부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승리는 정해져 있다고도 썼다.

수정해야 될 거 같다. 김장겸은 내년 7월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다. MBC 내부에서는 김민식 PD를 필두로 한 '김장겸 퇴진'의 움직임이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MBC 밖에서는 김장겸 등의 불법을 단죄할 적폐청산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금의 흐름으로 보건대 김장겸은 10월 정도에 쫓겨날 것 같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예전의 마봉춘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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