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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겪은 민방위훈련, 난감했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0. 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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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가 있어 인천공항에서 외국손님을 픽업해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더니 여기저기서 호각소리도 들렸다.
그러자 갑자기 잘 나가던 도로가 꽉 막히기 시작했다.

'뭔일인가' 싶어 머리를 굴려보니 마침 오늘이 15일인 게 생각났고, '민방위 훈련'이 떠올랐다. 도로가 막힌 이유는 바로 민방위 훈련 관계자들이 교통을 통제한 탓이었다.

'어라, 요즘도 민방위 훈련할 때 차량을 막나?'

오랜만에 겪는 풍경이었다. 어릴 적, 민방위 훈련을 할 때면 거리가 한산해지고, 학교에서 훈련 시간을 맞을때면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던 경험이 있었지만 성인이 되고는 거리에서 민방위 훈련 때문에 오도가도 못할 상황을 맞은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웬일인가' 싶었다.

'조금 있으면 풀리겠지' 싶었는데 5분이 지나도 통제는 풀릴 기미가 없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옆에 있던 외국손님이 매우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봤다.

"앞에 어디 교통사고라도 난건가요?"

순간, '아, 교통사고가 난 건 아니다'고 말하면서 뭐라 설명해야 할지 머리속이 캄캄해졌다.

2009년 대한민국 도시 한복판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차량소통을 통제하고,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는 매월 15일 이런 훈련을 한다'고 해야 하나?, '이런 훈련'을 뭐때문에 한다고 설명해야 하나?

같이 있던 동행이 '군사훈련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군인들이 하는 훈련이 아니니 군사훈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해시키기에는 가장 적절한 설명이 아닐까 싶다. 짧은 외국어로 민간인이 어떻고 저떻고 설명하기조차 너무나 어려웠다.

'군사훈련'이라니... 21세기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나라에서 매월 사이렌을 울리고 교통을 가로막는 군사훈련을 하다니... 참으로 난감하고, 솔직히 쪽팔렸다. 이게 뭔가?

분명히 군사정권이 종식된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부터는 민방위훈련이 계속 축소된 것 같고, 그냥 의례히 형식적으로 지나갔던 것 같은데, 도로 한복판에 사람을 10분 넘게 붙잡아두는 훈련은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동안은 내가 차를 타고 가다 민방위훈련 시간을 맞닥뜨린 적이 없기 때문에 요즘도 이렇게 하는 걸 몰랐던 걸까? 새삼 짜증이 솟고, 난감했던 짧았지만 대단히 길었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확인해보니, 요즘 민방위 훈련은 년 8회 개최하는데 그중 '민방공훈련'이라고 하여 "년3회 (정기 3월, 10월, 불시8월) - 경보전파, 주민대피, 교통통제"를 하고, 방제훈련이라고 하여 "년 5회(4, 5, 6, 9, 11월)- 테러, 풍수해, 지진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마침 외국손님을 안내하던 오늘이 10월의 15일이었던 셈이다. 과연 그 외국인들은 속으로 한낮에 사이렌이 울리고 교통이 통제당하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민방위훈련을 "민방위 훈련은 적의 공습이나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실시하고 있는 훈련으로서 사태발생시 신속한 동원체제를 확립해 나가는 훈련을 통해 국민 스스로의 재난대처
능력을 배양시킬 목적으로 실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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