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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빠담빠담 시청률이 던지는 질문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12. 2. 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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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이 야심차게 선보인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가 첫방 1.649%, 2회 1.205%(이상 AGB닐슨리서치미디어 조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비 100억원(여기에 향후 50억원 정도의 추가 제작비 투입 예정!), 제작기간 4년을 쏟아붓고, 이른바 톱스타라는 황정민과 김정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불멸의 이순신'과 '대왕 세종'을 쓴 윤선주 작가가 대본을,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상두야 학교가자'를 만든 이형민 PD가 연출을 맡은 '한반도'가 첫방에서부터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두번째 방송에서는 그나마도 첫방보다 더 떨어진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한반도'가 첫방에서 1.649%라는 소숫점 세자리까지 나오는 시청률을 기록하자 조선일보는 "종편 드라마 중 첫방 시청률 최고"라는 수식으로 자랑했다.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쪼그라들 지경이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에 초호화 제작군단을 내세운 드라마가 1.649%의 시청률을 '최고'라며 자랑으로 내세워야 하다니, 코미디와 다름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한반도' 제작발표회에서 김정은은 "'모래시계'가 SBS를 자리잡게 했듯, '한반도' 또한 종편채널 자체의 분위기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종편, 특히 TV조선의 분위기를 확 달라지게 했을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분위기로.

(관련글 : "배우에게 종편은 나쁜 것 아니다"는 김정은에게)

김정은은 또 '한반도' 첫방을 앞두고 "방송 날을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해보긴 처음인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카운트다운을 하고 결과를 지켜 본 소감이 어떤지 참으로 궁금하다.

물론 아직 '한반도'를 놓고 총평을 하기에는 이르다. 24부작짜리 드라마가 2회까지 진행됐을 뿐이다. 하지만 과연 '한반도'와 그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TV조선에게 앞날이 낙관적일까? 과연??

참고할만한 다른 사례를 보자.

'한반도'가 첫방 1.649%에 이어 2회 1.205%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날 또 다른 종편 jTBC의 개국특집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1.8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빠담빠담'은 20부작까지 진행되는 동안 2%를 간신히 넘긴 적이 있지만 대부분 1%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출처-빠담빠담 블로그


정우성과 한지민, 김범이 주연을 맡고, 노희경이 대본을 쓴 '빠담빠담'의 처지가 이랬다.

이른바 블록버스터를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의 처지가 과연 '빠담빠담'보다 나을까? 나는 오히려 더 회의적이다. 만약 두 드라마가 지상파에서 방송되었다면 '한반도'가 '빠담빠담'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컸겠지만, 낯선데다 거부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종편에서는 타겟층이 불분명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보다 오히려 확실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빠담빠담' 같은 색다른 드라마가 오히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노희경 작가는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스타 작가 아닌가. '빠담빠담'의 시청률이 1%대, 높아야 2%를 갓 넘겼다는 처참한 결과는 마니아들조차 jTBC에서 방송되는 노희경의 드라마를 외면했다는 이야기다. 짐작컨대 노희경의 팬들은 jTBC에서 방송되는 '빠담빠담' 본방을 사수하기보다 다른 경로를 통해 '빠담빠담'을 보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알고보니...시청률 3% 이상 올리기 이벤트까지 했다는...(출처-'빠담빠담' 홈페이지)


충성도 높은 팬들조차 종편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반도'의 미래는 밝을까?

자, 이쯤되면 연기자와 작가 등 제작진이 짚어봐야 할 질문 몇가지가 있다.

앞으로도 종편의 드라마에 출연하실건가?
앞으로도 종편의 드라마 대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을 것인가?
도대체 뭘 위해 종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제작을 하는가?
오로지 작품을 제작할 공간이 넓어져서 좋은 것인가? 작품에 캐스팅될 기회가 많아져서 좋기만 한 것인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인가?

'빠담빠담'과 '한반도'의 처참한 시청률은 분명히 그런 질문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연기한 결과가 절대 다수 99%에게 외면받는 이 현실은, 그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채널이라고 해서 조금 선입견을 갖고 많이 볼 기회가 없어진다면 이건 너무 아까운 일"(김정은)이라거나 "종편에 대해선 점점 관대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한혜진)는 등 시청자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구걸작전이나, "종편행 부담 없다. 작품만 보고 선택했다"(송창의)거나, "종편은 나쁜 것이 아니다"(김정은)며 종편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논란을 별 고민없이 받아들이고 무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종편 출연에 대해 진정 스스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종편 출범 뒤 2개월 동안 개국 효과라는 것은 아예 없었고, 채널 안착화도 요원하며, 스타 마케팅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실패했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증명되고 있다.

드라마라는 TV장르는 예능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장르다. 그런 장르에 출연하고도 99%의 대중에게서 외면받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온당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저 "작품이 좋아서요"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누구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도 직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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