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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넘어 선 판타지, '왕좌의 게임'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12. 5. 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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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푹 빠져 있다. 


봄인가 싶더니 갑자기 찾아온 한여름 날씨의 무더위 속에서 '왕좌의 게임'이 주는 스펙타클한 재미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있다. 


마치 북부의 지배자 스타크 가문의 가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처럼.



스타크 가문의 가언 '겨울이 오고 있다'


미국 HBO에서 제작하는 '왕좌의 게임'은 지난해 시즌1을 마치고, 현재 시즌2가 진행중이다. '왕좌의 게임'은 조지 마틴 원작의 판타지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드라마화했다. 조지 마틴의 원작 자체가 이미 '전설'이나 다름없는데, 드라마 또한 원작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와 재미를 충분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국판 번역을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드라마가 원작에 부끄러울 수준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푹 빠지게 되는 것은 '과연 이 드라마가 정말 판타지 드라마일까'라는 착각과 혼동을 불러일으킬만큼 다뤄지는 내용들이 짜임새 있고 나아가 현실감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 착각과 혼동이 어느 정도냐면, 시즌1 마지막 편 엔딩 부분에 천년 전 사라졌다는 용이 타가르엔 가문의 대너리스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드라마에 몰입해 있다보니 마치 과거 어느 땐가 실제로 용이 부활해 존재했던 것 같은 느낌마저 받을 정도였다. 


대너리스가 부활시킨 드래곤. 시즌1 마지막편 엔딩 장면이었다.

스타크 가문 아이들이 기르고, 이제 그들을 지키는 다이어울프


원작 소설을 읽으면 드래곤도, 칠왕국도, 7개 가문도, 다이어울프도, 장벽 너머의 와일들링과 그 어떤 미스터리한 존재들이 모두 판타지의 산물로 이해되는데, 그것들이 실사화해 드라마로 재현되면서 마치 실제 있었던 일들이었던 것처럼 상상력을 최고조로 자극하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 등장해 스타크들의 목숨을 구하는 다이어울프는 어딘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고, 도트락인들과 그들의 언어 도트락어도 아프리카나 중동 사막 어딘가 실제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상상했던 장면들이 실제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드라마가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갖가지 소재들을 실감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그려낸 덕분이고, 여기에 '철왕좌'를 두고 7개 가문의 다종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이합집산과 갈등, 대결, 음모, 배신, 로맨스 등 온갖 인간관계의 일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현실성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가령 칠왕국의 왕 로버트 바라테온이 갑자기 죽은 뒤 그 후임을, 근친상간에 의한 사생아 조프리 왕자가 아닌 로버트의 동생을 추대하려던 에다드 스타크의 명분있는 계획이 왕비와 믿었던 '리틀핑거'(페티르 바엘리시)의 배신과 음모에 의해 무산되고 끝내 시즌1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에다드 스타크가 참수되는 과정은 배신에 배신, 음모에 음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순식간에 시청자를 드라마 속으로 깊숙이 밀어넣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이런 장면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 매회, 수시로 등장한다. 언뜻 북부의 영주 에다드의 스타크 가문이 주인공으로 여겨지지만, 행색만으로는 너무나 초라한 '난쟁이(임프)' 티리온 라니스터의 유쾌발랄하면서도 재기넘치는 활약은 스타크 가문의 원수 가문인 라니스터가의 인물들도 역시 이 드라마의 주인공임을 확인시켜 준다. 또 로버트와 스타크에 의해 쫓겨난 타가르옌 가문의 대너리스가 도트락인들 사이에서 '칼리시'로 자리잡고 드래곤의 후예답게 용을 부활시키는 과정은 드라마의 배경이 칠왕국을 벗어나더라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원작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는 '티리온 라니스터' 역의 피터 딘클리지

브랜 스타크와 존 스노우(에다드 스타크의 서자)

에다드가 참수당한 뒤 형 롭이 전쟁을 나가고 어린 나이의 북부의 영주 역할을 수행하는 브랜


장벽에서의 나이트워치들과 존 스노우의 모습, 로버트 동생들의 분쟁, 아버지 에다드의 원수를 갚으려 전쟁을 불사한 롭 스타크의 뛰어난 전술과 활약, 남편 에다드의 원수를 갚으려 사지를 마다않는 캐틀린 스타크의 차분하면서도 결기찬 모습, '제2의 미치광이 왕'이 되어가는 조프리의 연기, 아역임에도 너무나 우수에 찬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브랜 스타크, 역시 아역을 의심케하는 아리아 스타크의 좌충우돌 등등등 역시 마찬가지다. 


판타지 드라마로서 '왕좌의 게임'은 또 다른 판타지 소설의 전설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보여준 '궁극의 판타지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의 판타지로 다가오는 것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 정도의 원작을 드라마화하면서 이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고, 스펙타클도 갖추고, 재미도 갖추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TV드라마를 보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미드를 만날 때면, 이른바 '쪽대본'과 '초치기'가 판을 치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관행이 참으로 아쉽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그것이 시청률을 위한 수단이 아닌 드라마 전개에 필요한 표현 수위로 이해되는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도 고민된다. 


대너리스와 도트락 지도자 칼 드로고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훌륭하고 재밌는 드라마가 많고 많지만, 적어도 1~2년에 한번쯤은 '왕좌의 게임'과 같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싶다. 


그 전에는 인터넷이든, DVD든, 케이블로 만족할 수밖에. 

참고로 한국에서는 케이블채널 스크린을 통해 시즌1이 이미 방송됐고, 5월 4일부터 시즌2가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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