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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폭 타도 앞장선 조선일보, 왜 새누리당 주폭에 눈감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2. 6.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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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20) 한겨레 1면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이른바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음주 관련 폭력범죄 단속에 나선 경찰이, 정작 만취 상태에서 택시기사에게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얌전히 풀어줬다는 기사다. 

새 서울경찰청장이 취임한 직후 '주폭과의 전쟁'을 벌인다며 노숙인들을 중심으로 100여명을 구속했다는 실적을 내세우는 경찰이 집권여당의 고위 당직자가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할 때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꼴불견이지만, 나에게 이 기사가 흥미로웠던 것은 과연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을지가 궁금했기때문이다

6월 20일 한겨레 1면 기사

조선일보는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연일 지면을 3~5개씩 털어가며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이라는 타이틀로 우리 사회 곳곳의 음주폭력 실태를 기획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마다 '주폭'이란 단어를 사용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려했고, 술을 마신 사람들의 추한 모습을 담은 자극적인 사진 또한 지면 곳곳에 배치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음주운전'은 '주폭운전'이란 용어로 바꼈고, 술을 즐겨 마시는 이웃주민도, 회식 뒤 술에 취한 직장인들도, 한국에 와서 술을 마시는 외국인도 모두 '주폭'이 되었다.

한국 소주가 증류주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를 두고 조선일보는 "낯뜨거운 '세계 1위'"라 했다. 위스키 등 해외의 다른 증류주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싼 소주가 많이 팔렸다고 해서 그게 과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어쩌면 "한국 소주의 경쟁력 세계 1위"라는 타이틀도 붙일 수 있는 통계를 조선일보는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에 활용하기 위해 "낯뜨겁다"고 표현했다. 

조선일보 기사

이렇게 5월 31일부터 한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주폭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선일보 지면에서, 어라 술에 만취해 경찰에게까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주폭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의 소식은 찾을 수 없다. 

대신, 한겨레가 이 소식은 1면 기사를 실은 오늘, 조선일보는, 힘겨운 농사일을 하며 새참 때 한두잔씩 막걸리를 걸치는 농민들을 문제삼았다. 그리고 단기 해외연수에 참가한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외국에서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는 등 추태를 부렸다고 <'글로벌 망신' 주폭노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6월 20일 조선일보 주폭 기획기사

지겨울 정도로 연일 계속 되는 조선일보의 '주폭'기사라 식상하기도 하려니와 비슷한 제목과 사진이 매일 반복되는 탓에 눈길도 가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기획으로 다루는 시도,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주폭과의 전쟁'에 나선 경찰처럼 음주폭력자들을 철저하게 사회와 격리시키거나, 잡아가두는 것만이 능사인듯 몰아가는 논조는 당연히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렇게 시종일관 한달 가까이 주폭을 문제삼았으면서 새누리당 고위당직자 주폭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한겨레가 아닌 조선일보가 1면에 때려야 할 사건을 조선일보는 다루지 않았다. 

논조와 해결방안은 차치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주폭을 다루는 진정성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애초에 조선일보가 주폭을 다루는 데 진정성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출신의 국회의원이 과거 조선일보 기자였던 시절 술에 취하고 택시 안에서 신정아씨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바로 그 조선일보가,

2005년 7월 14일 오마이뉴스 기사

자사의 기자가 술에 만취해 조선일보 사옥이 있는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택시기자에게 행패를 부리고 호텔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력과 폭언을 행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조선일보가, 

(관련기사 : <조선일보> 기자, 한밤 음주행패)

사주가 연예인에게 술자리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파다한, 바로 그 조선일보가,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이라는 타이틀로 기획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우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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