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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도 '상품권페이'...요지경 협찬 세계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8.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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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에서 외주제작 인력에 대한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20년차 촬영감독이 SBS로부터 "6개월 임금 가운데 900여만원을 4개월이나 늦게 몰아서 백화점 상품권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SBS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초로 보도한 한겨레21"<한겨레21>이 만난 10여 명의 방송계 종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품권으로 임금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고, 모두가 ‘상품권 페이’를 알고 있었다. ‘상품권 페이’를 주는 방송사 역시 KBS, MBC, SBS, CJ E&M 등 주요 방송사였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아예 막내작가 등을 구인할 때 ‘고료: 상품권 지급’이라고 명시할 정도로 뻔뻔해졌다.”고 썼다. 일부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방송계 전반에 만연한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21이 ‘방송계 갑질’의 대표사례로 이번 사안을 단독보도하기 두어달 전에 이미 ‘상품권 페이’의 일단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시민단체나 노조의 폭로나 언론사의 보도가 아닌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였다. 다름 아닌 대표적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1일 감사원은 KBS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총 38건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확인됐다. 그 중에는 ‘협찬품 사용 부적정’이라는 제목의 감사결과가 한 건 포함되어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의하면 KBS에서는 방송제작비 지급 담당자들이 "방송제작비로는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협찬품을 제작투자담당의 승인 없이 임의로 소재제보에 따른 경품이나 출연료 또는 외부 편집 전문인 수수료 등 방송제작비로 사용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협찬품’은 “백화점상품권”이라고 감사원은 ‘각주’를 달았다. 



감사결과보고에 등장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모 프로그램의 경우 컴퓨터그래픽비용 등 방송제작비로 17억원을 사용하도록 승인받고도 이와는 별도로 외부업체와 컴퓨터그래픽계약을 체결한 후 협찬받은 상품권을 컴퓨터그래픽대가로 1억원 사용하는 등 승인받은 방송제작비의 73.7%에 해당하는 12억5400만 원 상당의 협찬품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2016년 한 해 동안 방송된 KBS 프로그램 107개를 조사했는데, 모두 88억원 상당의 협찬품을 승인받은 제작비와는 별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제작비가 2억원으로 책정된 프로그램이 협찬품으로 무려 10억원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고, 제작비 9300만원짜리 프로그램이 협찬품으로 1억4000만원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제작비 2억8000만원 프로그램이 협찬품으로 4억2000만원을, 제작비 15억 짜리 프로그램은 협찬품도 12억원 넘게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협찬품은 말했다시피 대부분 백화점 상품권이다. TV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 마다 끝날 때쯤 흔히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신 분께는 XXXX에서 백화점상품권을 드립니다”는 코멘트에 상품권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그 상품권이다. 


감사원은 '상품권'을 출연료나 원고료 등의 제작비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점을 느끼지는 않은 것 같다. 감사결과로 KBS에 대해 조치한 사항은 기껏 "승인받은 방송제작비 범위 내에서 협찬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협찬품에 대한 적 정한 관리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돈으로 받아야 할 대가를 상품권으로 지급받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감사원은 몰랐다. 협찬품을 제작비로 사전에 승인받으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인양 결론내린 것도 협찬 제도의 문제점을 감사원이 잘 파악했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협찬의 세계는 그만큼 요지경이기도 하다. 협찬은 돈으로 받을 수 있고, 의상, 가구로도 받을 수 있고, 장소제공으로도 받을 수 있다. 상품권 협찬은 금전수입에 해당되지 않는다. 방송계는 상품권도 ‘현물’ 즉 물건 취급한다. 그래서 방송사 수입에 상품권은 잡히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물건으로 외주제작 프리랜서 인력의 인건비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해괴한 관행을 만들어놨다. 

조만간 협찬에 대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탈탈 털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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