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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은, 유재석과 관계 없어도 남극 갔을까?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8. 2.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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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2월 13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50분에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신설했다.
이재용, 최윤영, 나경은, 김완태, 서현진, 오상진 등 M본부의 내노라하는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11월 22일 파일럿 편성됐던 프로그램으로, 이번에 정규편성으로 바뀌게 되었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MBC 아나운서들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으로 과거 화제가 됐던 인물들과 지금 만나고 싶은 이슈의 주인공을 만나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는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파일럿 편성 당시부터 "아나운서 6인방이 직접 부른 타이틀곡, 허드렛바지를 입는 등 그동안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아나운서들의 색다른 모습들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송3사가 경쟁적으로 자사 아나운서들을 주축으로 한 '토크'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마당에 M본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하여 뭐라 그럴 건 없다. 또 오락성보다는 '휴먼 프로그램'을 내걸고 있어 이른바 '아나테이너'(아나운서들의 연예인화)와는 차별성을 띠고 있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뭐라 그럴 것 또한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지피지기>에 여성 아나운서들을 대거 출연시켜 연예인화 하면서 스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M본부가 또 아나운서들이 무려 6명이나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주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미 문지애 아나의 방송 사고, 임경진 아나의 음주방송 등 아나운서 등 진행자들의 숱한 방송사고를 불러 일으켰던 M본부가 아닌가.

이 때문에 민언련에서는 지난 번 임경진 아나의 음주방송 뒤 <아나운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통렬한 자성 있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최근 MBC의 방송사고가 유난히 잦은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며 "방송3사가 아나운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추기보다는 상업화의 흐름을 쫓아 ‘아나테이너’ 발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임 아나의 음주방송을 계기로 "방송사와 아나운서들은 함께 모여 방송인으로서의 아나운서의 존재이유와 역할, 기능, 그에 따른 전문성과 책임 등에 대해 재정립해보는 등 스스로 자성과 방향모색에 나서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에 방송될 <네버엔딩 스토리>는 언급했듯 '아나테이너'와는 다른 모습의 프로그램일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을 '프로그램 진행'이라는 고유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과는 방향이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정규편성 뒤 첫 방송될 '나경은, 남극 가다'를 접하며 M본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나경은 아나가 프로그램 제목에 자기 이름을 올릴 만큼 대단한 아나운서였던가?
사실 나경은 아나가 유재석과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자기 이름까지 내세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이번 방송 소식을 접한 순간, M본부가 유재석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그 자체로 활용할 데까지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자사 직원인 유재석의 연인까지도 상품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나경은, 남극 가다'는 나경은의 이름을 붙였지만 시청자들은 나경은을 나경은으로 보지 않고 '유재석의 여자친구'쯤으로 생각하고 호기심을 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M본부가 바로 그것을 노렸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나경은 아나가 남극에 가서 촬영을 진행했더라도 프로그램 제목에 까지 '나경은'을 박아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직접 남극까지 가서 세종기지 대원들을 만나고 와야 하는지, 그런 식으로 아나운서들을 각종 포맷의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건지에 대한 논란은 사실 이제와 벌이기에는 너무 생뚱맞은 주제가 되었다. 그건 이미 추세가 되어 버렸다.

다만, 이런 추세가 대세가 될 때 이제는 손석희 같은 아나운서가, 오유경 같은 아나운서가 나올 수 있을지 염려가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나경은, 남극 가다'가 아나운서를 그 자체의 역량을 높이기보다 상품가치만 울궈먹는 게 아닌 지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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