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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등의 '숭례문 복원 성금' 참여, 씁쓸하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2. 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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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참사 이후, 이명박 당선자가 '숭례문 복원을 국민성금으로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국민성금에 대한 운을 띄웠더랬죠.

하지만 발언 직후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왜 니네 잘못을 우리 주머니 털어 메우려 하냐'는 것이었죠. 당연한 반발입니다. 아직 사고의 정확한 책임 소재마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원'부터 성급히 이야기하고, 심지어 국민들 주머니를 털 생각부터 하고 있다니 말이죠.

반발이 거세지자 인수위에서는 '당선자의 말이 와전됐다'는 식으로 진화하고 나서는 촌극을 펼치기도 했는데, 정작 일부 돈 많은 기관과 사람들은 이 당선자의 부름에 적극 호응하려는가 봅니다.

언론보도를 몇 가지 종합하면,

연기자 유동근 씨가 숭례문 복원성금으로 각 1억 원을 조선일보에 전달했다고 조선일보가 오늘 신문에서 밝혔고,

MBC 무한도전 팀이 지난 연말 만든 달력 판매 수익금 중 1억원을 숭례문 복원 성금으로 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밖에 어떤 인터넷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태안사태(삼성중공업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 성금과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연예계에서 이번 숭례문 참사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성금에 줄을 지을 것 같다'며 '훈훈한 현상'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하네요... --;

또 지자체 중에 서초구가 구내 18개 주민자치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펼치고 주민센터별로 숭례문 모형의 모금함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고, 경북도도 이 당선자의 요청에 화답하기로 했다죠.

기업들 중에는 국민은행이 5억 원의 성금을 내기로 결정했고, '숭례문 지킴이'로 활동했다는 신한은행도 그룹 차원에서 30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또 다른 보도에서는 따가운 여론 때문에 결정을 보류했다고도 하구요)

돈 많은 사람들과 집단들이 '국보 1호'를 복원하기 위해 거금을 흔쾌히 내겠다는거야 뭐 문제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모금'을 운운한 직후 이런 분위기가 그들에게서 조성되는 현상이 달갑지 않네요.

그들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설사 순수하다 하더라도 숭례문이 전소된 뒤 일고 있는 국민적 분노와 탄식, 그리고 이 당선자의 국민모금 운운 발언에 대한 비판 등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안다면 마치 '화답'하듯 이렇게 성급히 성금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겠지요.

철이 없는건지, 아님 정말 차기 대통령에 대한 '해바라기성 줄서기'인지, 돈을 낸다는데도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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