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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선수를 알려면 '우리학교' 랑 '나는 가요'를 보자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2. 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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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중국을 3대2로, 그것도 재역전해서 이긴 것과 관련해 '박주영의 부활'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평발과 한쪽눈 실명이라는 고난을 이겨낸 곽태희 선수에 대한 여러 감동적인 기사들도 눈에 많이 띄더군요.

그리고, 같은 날 일본과 1:1로 비긴 북한 대표팀에서도 한 명의 걸출한 스타 탄생이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정·대·세 선수입니다. 일본과의 경기가 있던 날 한국의 경기를 보고 난 뒤 우연히 케이블로 채널을 돌렸더니 '북일전'이 펼쳐지고 있어서 보는데, 아~ 정말 눈에 띠는 선수가 있더라구요.

힘 있게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슛을 쏴대는데, 정말 시원시원하더군요. 머리 스타일도 그렇지만~ ^^; 특히 골 넣는 장면은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4명의 수비수를 앞에 놓고 혼자서 요리를 하면서 슛을 하는데~ 프리미어리그 같은 곳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정대세 선수 한테 반했답니다.

어쨌든, 중국전에서 두 골을 넣은 박주영과 일본전에서 한 골을 넣은 정대세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기사와 글들도 많구요. 내일(20일) 있을 남북 간의 경기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하더라구요.

어떤 기사를 보니 정대세 선수는 박주영에 대해 "나보다 한 수 위다. 배울 게 많은 선수다"라고 말했고, 박주영 선수는 이에 대해 "스타일이 다를 뿐, 내가 한 수 위라고 할 수는 없다"며 두 선수 모두가 겸손한 태도를 보여 더욱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구요. ^^

남의 박주영, 북의 정대세... 이 두 선수가 앞으로 이끌 남북한 축구를 본다는 게 기분 좋은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사실이네요. 나아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남북이 동반 진출해서 두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면 참 좋을 거 같습니다. 만약 이번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축구단일팀이 꾸려진다면? ^^;

근데, 나는 사실 정대세 선수를 보면서 축구 자체에 대한 생각 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와, SBS에서 방송했던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이 떠오르더군요. 재일동포로서 북한 대표팀에서 뛰는 정대세 선수가 이들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많은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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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두 다큐멘터리는 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우리학교>에 정대세 선수와 비슷한 학생들이 나옵니다. 일본 학교 학생들과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 여름방학 내내 뙤약볕 아래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아이들, 시커멓게 그을린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든 아이들, '우리 학교'를 지켜왔던, 그리고 자신들을 지켜보는 선배/부모/선생/동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삭발까지 해서 경기를 뛰던 그 아이들. 끝내 아쉽게 패한 뒤 정말 너무나 서럽게, 서럽게 울던 그 아이들.

나는 그 아이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정대세 선수, 본적이 한국이라지요. 경북 의성.
부모님 두 분도 국적이 한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총련계열의 민족학교(총련계 재일동포들은 '우리학교'라고 부릅니다)인 아이치 제2조선초급학교에 입학해 4학년 때부터 공을 찼고, 그후 역시 총련계중고급학교와 조선대학교에 다니며 축구를 계속해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적은 한국이지만 북쪽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겠지요.

국적으로 따지면야 한국 대표팀으로 뛰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테지만, 예전...2006년 월드컵 예선인가요?? 북이 일본에게 패한 것을 보고는 '반드시 공화국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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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학교'의 장면. 일본 학교와의 경기가 끝난 뒤, 시합에서 패한 조선학교 아이들이 서럽게 울고 있다(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docuourschool)



'나는 가요..'를 보면 총련계 우리학교에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제법 많답니다. 흔히 조총련이라고 하면 북한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해방 후 일본에 남아 있는 동포들에게 북한이 많은 지원을 했고, 일본사람들의 차별에 맞서 학교를 만들고 지켜오는 과정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리학교가 지켜 온 민족교육을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중요하게 생각해 자기 자녀들을 입학을 시킨다는 겁니다. 북과 적대적인 관계라고 알려진 재일민단 쪽 사람들까지도 우리학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지요.

근데, 우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국적이 네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첫번째 북한 국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가진 경우, 둘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경우, 셋째 일본 국적을 가진 경우, 그리고 넷째 '조선' 국적을 가진 경우가 있는데,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해방 이전 '조선'이라는 국적을 다른 어떤 걸로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따지면 무국적자나 다름없겠죠.

학교 교육이라든, 취업, 사회 생활 전반에 이들이 겪는 고초와 어려움은 말할 필요 조차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조선'국적을 지키고 있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 국적, 조선 국적, 일본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우리학교. 바로 정대세 선수도 그 학교를 다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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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요'를 보면 어린 아이들이 왜 서로가 국적이 다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장면이 나옵니다... 분단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지요. 그 아이들은 '통일이 언제 될 거 같아요?'라고 물으면 '3분 안에'라고 대답할 정도로 남북이 하나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쩌면 같은 학교에서 다함께 공부하는 그 아이들이 이미 통일을 이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학교를 다녔던 정대세 선수도 그런 시기를 분명 보냈을테고, 중고급학교에 다닐 때는 영화 '우리학교'의 홋카이도 조선학교 아이들처럼 일본 아이들을 이길려고 기를 쓰고 공을 찼을 겝니다.

비록 몸은 일본 프로리그 소속이지만, '공화국(북한)' 유니폼을 입고 한국 대표팀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대세 선수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정대세 선수가 더욱 마음에 들고 보다 좋은 활약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정대세 선수 화이팅!!
안영학 선수(정대세 선수와 거의 비슷한 경우겠지요)도 화이팅!!
북한 대표팀 모두 화이팅!!
그리고 한국 대표팀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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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사이트 주소와 블로그 주소를 링크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세요~

-영화 '우리학교' 블로그 :
http://blog.naver.com/ourschool06
- http://www.mediawho.net/entry/etc2sbsourschool001
- http://www.mediawho.net/68
-
http://blog.dreamwiz.com/jjindolly/489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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