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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MB를 섬기려고?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8. 2. 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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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오전 내 날씨가 찌뿌둥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오후 들어 눈까지 쏟아지는 바람에 '이게 무슨 징조인가' 싶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취임을 별로 축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제발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쨌든 이래저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그날 밤.

TV를 보는데, MBC에서 취임 특집보도프로그램으로 방송하는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따라 제목까지 지었으면 사실 '국민을 섬기겠읍니다'라고 해야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며 어쨌든 방송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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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전, 현충원 참배를 갔다가 남겨 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명록



방송은, 대운하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독일 대운하, 즉 MD운하를 소개했다.

한 2주 전인가, 이미 MBC 'PD수첩'에서 인수위가 내놓은 대운하와 관련해 하나하나 집중해부하며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한 바 있고, 특히 독일 MD운하에 대해서도, 독일에서는 뭐 거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소개하기도 해, 같은 MBC에서 하는 프로그램이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근데, 분위기가 묘했다. 나레이션을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분했고, 프로그램에 깔린 배경음악은 잔잔하고 부드럽다 못해 장중하지까지 했다.

'어라 이게 뭐람?"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PD수첩에서는 운하를 관리하던 사람들, 운하찬성론자들까지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던 MD운하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긍정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압권은 운하를 운항하는 배가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배 전용 엘리베이터'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이 '배 전용 엘리베이터'는 인수위 또한 '조령터널'을 통과할 때 설치할 거라고 밝힌 것이다. 약 100m 정도 높이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배를 엘리베이터에 실은 뒤 물을 채워 위로 올리는 거다. 그러면 터널 입구까지 올라간 배가 약 2~3시간에 걸쳐 터널을 통과해 반대편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계속 이동하게 되는 시스템인데. PD수첩에서는 배가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반대편에서는 2시간이고 3시간이 기다려야 되는 문제까지 지적한 바 있다. 왜? 터널이 일방 통행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 특집에서는 배가 도크 같은 곳에 들어갔다, 물이 채워져 위로 올려지고, 다시 내려오는 과정들이 아주 '멋드러지게' 소개되었다. 마치 최첨단 시스템이라도 소개하듯이 말이다.

MBC가 왜 이런 프로그램을 했을까?
그것도 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날에...한심스러운 생각과 짜증이 확 밀려들었다.
도대체 그럼 전에 했던 PD수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마침, 민언련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MBC, 새 정부 눈치 보나"라는 제목으로 논평까지 내고 "그간 방송을 통해 문제라고 지적했던 사안에 대해 새 정부 출범 당일 돌연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을 혼란케 할 수 있다"며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할 만한 이중적인 프로그램이었다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지난 번 PD수첩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의 경제적 효과로 내세운 물류운송과 관광부문의 이익이 허상에 불과함을 꼼꼼히 짚어줬다. 운항속도가 인수위 측이 제시한 평균 25km 속도와는 달리 운하 파괴, 기름 과다 소비 등의 문제로 평균 10km 이상의 속력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과 갑문을 통과하는 시간도 만만찮다는 점 등 신속한 물류수송이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관광운하’로서의 효과도 터무니없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년 이내에 4가구 당 1대 꼴로 요트가 보급되고, 10박 11일의 관광문화가 정착된다”고 주장하지만, MD운하가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운하를 운항한 선주는 “결빙 등을 이유로 동절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을뿐더러, 탑승객도 거의 없다”고 말한 것을 내보내며, 관광 사업으로서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류운송수단으로서 관광수단으로서 모두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준 것이다."

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그랬던 MBC가 <국민을 섬기겠습니다>에서는,

"웅장하고 장대한 배경음악과 함께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된 라인강을 찬미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영분은 모두 아름다운 장관으로 미화돼 있다. 심지어 독일 운하가 32년이나 걸린 것은 “환경보호논쟁이 거셌기 때문”이라고 표현하여 오히려 건설기간이 길었던 원인을 환경론자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방송은 미학적으로 설계된 나무 교각 다리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이름난 자연보호지역을 관통하고 있지만 심하게 훼손된 흔적 찾아볼 수 없다”며 나아가 운하는 탄소가스의 배출규제가 시급한 독일 정부에게 친환경적 운송수단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관광적인 효과도 <PD수첩>이 언급했던 내용과 달랐다. “깊은 산골에 위치한 마을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며, “유람선 관광은 지역경제에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고 부각시켰다. 벌크 자제의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독일의 운하이용 실태는 “자동차나 철도운송의 부담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표현됐고, 물 확보로 수력발전까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나아가 독일정부가 운임수입의 적자를 보면서도 나라가 예산 적자를 메우며 관리 운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익계산에 개의치 않는 것은 친환경적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며, 유럽내륙을 연결시킨다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했다."
 
며 'PD수첩'과는 상반된 방송 내용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적했다.

특히 민언련은 "이번 MBC 보도다큐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운하 검증 편은 MBC <PD수첩>이 보여줬던 실질적 탐사 노력의 성과를 스스로 져버린 것"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운하 정책에 대해 MBC가 모순된 방향의 방송을 낸 것은 MBC 내부가 바람직한 관점을 공유하는 내부 절차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일에 운하에 대한 찬미성 보도물을 방영했다는 것은 MBC가 이명박 정부에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고도 했다.

새정부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사장을 바꾼 MBC.
간판 앵커라고 할 만한 사람이 청와대 입성하게 되어 그렇잖아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MBC.

과연 MBC는 무슨 생각으로 취임 첫날,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를 방송했을까?
혹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MBC 보도국 사람들은 'MB를 섬기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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