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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이 바로 '김은혜式 퍼블릭서비스'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8. 3.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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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M본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나온다고 한다.
이미 녹화는 끝냈고, 3월 12일 방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논란이 구구하다.

결론부터 말하자. 

나는 정치인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 거부감이 없다. 국회의원이든, 청와대 사람이든, 장관이든, 방송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대중들과 서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고, 그런 현상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더구나 '무릎팍도사'는 얼마든지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탁월한 토크프로그램이 아닌가. 따라서 김 부대변인 역시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수 있다.
(참고글 : '엄홍길 편 '무릎팍도사', 색다른 '인터뷰 프로그램' 가능성을 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김 부대변인의 이번 '무릎팍도사' 출연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 판단한다. 이유는 딱 하나! 지금은 김 부대변인이 '무릎팍도사'에 나올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불과 한 달도 전에 불쑥 사표 내고 청와대로 달려갔던 사람이 '기자' 혹은 ‘앵커’가 아니라 '청와대 부대변인'의 자격으로 자기가 일했던 방송사에 와서, 그것도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16년간의 소회를 밝힌다? 매우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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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무슨 장난인가? 자기가 도대체 뭔데, 마음대로 사표 쓰고 나갔다가, 한 달도 안 되어 ‘친정 방송국’에서 무슨 말을 한다는 건가? ‘무릎팍’ 측에서 정치인으로라기보다는 ‘인간 김은혜’에 초점을 맞춘단다. 김 부대변인도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단다. 역시 개념이 없다. 정말 실망스럽다. 김은혜 씨가 이 정도로 개념없는 사람인지 정말 몰랐다.

김 부대변인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때도 “저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위로받아야 할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되려고, 기자의 연장선상에서 '퍼블릭 서비스'를 결심했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홍보직 서비스 분야를 한 번 해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서” 부대변으로 가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의 핵심, 정치의 중추인 청와대에, 그것도 권력활동과 정치활동의 모든 것을 ‘홍보’하고 ‘대변’하는 일을 하러 가면서도 “정치하러 가는 게 아니다”고 말할 때부터 그 동안 나름 김은혜 기자 혹은 김은혜 앵커에 가지고 있던 호감을 싹 지운바 있지만, 정말 개념이 없다.

김은혜 부대변인이 아무리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말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모를까? 아무리 일상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가 기자 시절, 앵커 시절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던 이미지를 ‘무릎팍도사’에서 재연한다면, 그것이 곧 ‘이명박 정부’의 홍보가 된다는 사실을 정녕 그는 모를까?

김은혜 부대변인은 청와대에 가면서 ‘홍보’를 통한 ‘퍼블릭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브리핑을 충실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기껏 오락프로그램의 인기에 올라타 자신을 알리고 정부를 홍보하는 건가?

그가 기자로서 앵커로서 쌓았던 경력과 이미지를 다 벗고,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자리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나간다면 얼마든지 ‘무릎팍’이든 어디든 출연할 수 있다. 그때는 시청자들도 그가 기자였던, 앵커였던 시절보다 부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보인 모습들을 우선 평가하며 그를 바라볼 수 있을테니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김은혜 부대변인 ‘무릎팍’ 출연은 그저 대중들에게 호감을 샀던 방송인이 그 호감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있는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를 홍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 지금 이 시점이,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TV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개그맨과 시시껄렁한 말이나 주고받을 시점인가?

초대내각이 ‘부자내각’,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이라는 세간의 비난이란 비난은 다 뒤집어쓰고, 그 중 3명이 이미 날라간 상태에다, 또 다른 한 명도 목이 간당간당한 상태다. 자중하고 또 자중해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다시 정교하게 가다듬어도 모자란 시점 아닌가? 김은혜 부대변인은 지금 ‘무릎팍’에 출연할 게 아니라 같이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 수석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여론을 듣고, 그에 걸맞는 해답을 내도록 머리를 모아야 할 게 아닌가? ‘청와대 부대변인’ 자리는 그런 건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인가? 그냥 ‘청와대 앵무새’면 되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만큼 새 정부가 출발하자마자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말도 못하게 어려워진 상태인데,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가하게 오락프로그램에나 나온다고?

지금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청와대 사람들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무슨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이것이 김은혜 부대변인의 ‘무릎팍’ 출연을 반대하는 이유다.
하나만 덧붙이자. MBC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 김은혜 출연을 결정하고 이 시점에 밀어붙인 MBC, ‘무릎팍도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MBC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날 보도특집으로 만든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구설수에 올라 있다.

이제 엄기영 씨가 새 사장으로 MBC를 이끌게 되었는데, 청와대 부대변인을 오락프로그램에 모시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건가? 이것이 엄기영 새 MBC 사장이 말하는 ‘MBC의 공영성’일까?

부적절하다. MBC는 이미 녹화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의 방송은 철회하는 게 옳다. 놔뒀다가 총선 지나고, 이왕이면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쯤 됐을 때, 방송하면 딱 적절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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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읽어볼만 한 글

<김은혜 부대변인 출연 ‘무릎팍도사’, 신중한 방영결정을 촉구한다>(민언련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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