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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뺀다는데 언론들은 뭐하니?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3. 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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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대운하’와 ‘영어공교육강화’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16일부터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운하에 대해 “보완도 안 된 것을 공약에 덜렁 넣어서 괜스레 이슈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고, 영어교육에 대해서도 “아직 보완책이 안 나온 상태에서 옛날에 했던 얘길 되풀이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이 의장은 이 같은 방침이 ‘당론으로 정해졌다’고 밝혔고, “대선공약에 포함됐다고 해서 총선공약에 꼭 넣어야 하나. 빠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의장의 발언은, 결코 ‘대운하 공약을 폐기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총선에서 대운하와 영어공교육강화를 두고 토론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지난 대선부터 개발독재시대의 망령을 부활시키며 환경파괴와 생명파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대운하 건설예정지에 부동산투기바람까지 부추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이번 총선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들과 유권자를 도대체 뭘로 보기에 이런 말을 이토록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와 영어교육을 빼기로 한 이유는 명확하다. ‘아직 국민들이 이해할 수준이 아니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결국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일수록 선거 시기 당당하게 밝혀 설득하고 검증받아야 마땅함에도 한나라당은 뻔뻔하게 국민의 심판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무책임한 말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무신경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온통 공천과 수도권 ‘접전’지역에만 이목이 빼앗겨 정책 따위 안중에도 없는 언론들이 이 의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들의 보도행태에 대해 오늘(3/19)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대운하 비껴가기’ 비겁하다>라는 논평을 내고 조목조목 잘 지적했다.

몇 부분만 인용해보면, 먼저 보수신문 등의 경우

이 의장이 발언이 나온 이틀 뒤인 18일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서울신문, 그리고 방송3사는 이 의장 발언에 대해 비판은커녕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7일 10면 구석에 약 270자 정도의 단신으로 <“대운하, 총선 공약서 제외”>를 실어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 의장을 발언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19일이 되어서야 <대운하 반대세력 ‘반한나라 전선’ 형성>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4·9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운하에 대한 반대를 고리로 반한나라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며 ‘무소속연대’의 움직임 등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대운하 문제는 총선공약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사실이 언급되는 데 그쳤다.

17일 단신으로 이 의장 발언을 보도한 뒤 후속 기사를 내지 않았던 동아일보는 19일 외부 칼럼 <좋은 일도 잘해야 한다>에서 한신대 윤평중 교수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이는 잘못들을 지적하며 “경부대운하 사업을 당 공약에서 뺀 채 총선을 치르는 것도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해 그나마 눈에 띄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경향신문은 18일 1면 <대운하․영어교육 정책 당·청 모순>에서 대운하와 영어교육을 두고 “당에선 총선 공약에서 빼겠다고 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이율배반’을 연출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앞세우며 강조해온 당·청 일체가 ‘구호’에 그치면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태가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정책 선거’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19일 경향신문은 <친박 무소속 연대 “대운하 반대” 포문>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이 ‘한반도 대운하 반대’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무소속연대’의 동정을 소개하는 한편 <교수 1500여명 ‘운하반대 모임’>에서 “전국 1500여명의 대학 교수가 참여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이 오는 25일 닻을 올린다”며 “단일 사안에 대해 교수 사회 전체가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시민사회의 대운하 반대 움직임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18일 8면 <‘반 한나라’ 코드는 ‘대운하 심판론’>에서 이 의장의 발언은 “대운하 논란을 두고 전선이 형성되는 걸 피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반 이명박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이 의장 발언을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 19일 한겨레는 사설 <감춰야 할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게 옳다>에서 “대운하 공약을 놓고 한나라당이 취하는 행동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며 “대운하 공약을 뒤로 숨겨 총선에서 표를 얻은 뒤 다시 추진해도 국민이 묵인해줄 거라 생각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고 한다.

한편, 한겨레는 19일자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의 미디어비평칼럼 <‘대운하 총선 비켜가기’ 침묵하는 언론>에서 이 의장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역시 몇 부분만 인용해보자.

한나라당은 대운하가 공약에서 빠진다고 하여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추진은 계속하되 대운하 문제를 공약에서는 왜 빼겠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대부분의 언론이 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는 점이다.
........

대운하 문제를 총선 공약에서 빼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은 대운하 사업이 총선에서 유리한 쟁점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운하로 얻는 표보다 잃는 표가 더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꼭 추진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대통령과 환경장관의 소신인데 왜 가치가 있는지를 대중에게 쉬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나름대로의 답답함을 그들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찬반의 진지한 토론을 유도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논리를 펴도록 토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대중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이 사업의 가치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가지고 대중을 ‘설득’하려하는 것은 민주적인 리더십도 아니고,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태도는 더욱 아니다. 언론이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태도다.


선거가 2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야 출마자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각 정당들은 어떤 정책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 와중에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마저 “우리의 총선 공약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비상식적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제목처럼
"공약을 공약이라 부를 수 없느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는 '대선공약' 코너가 그대로 남아 있고, 여기엔 '21세기 다목적 프로젝트, 한반도 대운하'가 중요하게 설명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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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총선에서는 뺀다니... 정말 우습다.
우스운 짓거리는 우스운 짓거리답게 제대로 다뤄져야 한다. 언론들은 지금 한나라당이 벌이는 '대국민기만극'을 제대로 보도해야만 한다.
우리, 선거 끝나고 땅을 치며 또 다시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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