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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 폐지 반대], "단막극은 결코 멸종시킬 수 없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8. 3. 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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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은 크게 1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프로그램 편성 개편'을 합니다. 흔히 봄에 하는 개편을 봄개편이라 부르죠.
곧 있음 KBS가 봄개편을 하는 데, 확정된 KBS의 봄개편 안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씁쓸'과 '우려' 교차하는 KBS 봄개편
KBS 개편 재정위기 벗어날 수 있을까

뉴스, 교양 등 큰 폭의 개편이 이뤄질 예정인데, 특히 드라마 부분을 두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현재 KBS1TV에서 방송하는 '대왕세종'을 2TV로 옮긴다는 것과 '드라마시티'를 없애기로 했다는 것 때문이지요.

일단 '드라마시티'에 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드라마시티'는 MBC의 '베스트극장'이 폐지와 부활, 다시 폐지 등의 운명을 반복할 때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현재로서는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드라마'입니다.

사실 유명한 PD나 작가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 톱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라서 시청률이 높지 않죠. 거기다 심야에 가까운 시간대에 편성되어 다른 드라마만큼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구요.

그럼에도 '드라마시티'의 가치는 '미우나 고우나'처럼 매번 KBS에게 시청률 1위를 안겨주는 일일드라마나, '불멸의 이순신-대조영-대왕세종' 등 시청자들을 지난 역사로 이끄는 사극이나, '엄마가 뿔났다'처럼 시청자를 울고 웃기는 주말드라마 못지 않습니다.

아니, 나는 '드라마시티'의 존재가치가 그런 드라마들보다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드라마시티'는 그야말로 등용문, 산실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KBS의 유명 PD와 작가들은 하나같이 '드라마시티'를 거쳤던 사람들입니다. 신인연기자들 또한 '드라마시티'를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고, 또한 비록 유명스타가 아니라서 간판 드라마에는 출연하기 힘들지만, 연기력만큼은 출중한 개성있는 배우들이 의미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드라마시티'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바로 '드라마시티'를 통해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진다는 것이지요.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 장르인 드라마. 바로 그 드라마의 다양성, 진보에 밑거름이 되는 게 바로 '드라마시티'와 같은 단막극입니다.

근데, '베스트극장'이 없는 지금, 유일하게 남은 단막극 '드라마시티'가 없어질 운명입니다.

PD와 작가들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했나봅니다. KBS PD협회의 PD들이 '드라마시티'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더니,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도 반발했고, 오늘(3/24)은 57명의 드라마작가들이 '드라마시티'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네요.

노희경(꽃보다 아름다워, 거짓말, 굿바이솔로 등), 홍자매(환상의 커플, 쾌걸 춘향, 쾌도 홍길동), 송지나(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 윤선주(불멸의 이순신, 대왕세종 등) 등 유명 스타작가들 또한 의지를 모았습니다.

저 또한 이들의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KBS는 '드라마시티' 폐지를 철회하세요!


KBS여, <드라마시티>를 살려내라!
 

KBS가 <드라마시티>의 폐지를 확정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시티>는 TV단막극의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드라마시티>의 죽음은 한국 지상파 방송에서 단막극의 멸종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시티>를 이렇게 죽여야 옳습니까? 시장 논리의 황금 올가미로 단 하나 남은 단막극의 목을 이렇게 졸라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우리 드라마 작가 57인은 그 어떤 명분도 단막극의 멸종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선언합니다.
단막극이 가지는 의미는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드라마시티> 폐지의 소식이 들리면서 많은 시청자들과 피디협회, 작가협회 등 유관단체에서 그 의미를 누누이 역설했고, 그에 따른 반대의 뜻을 이미 명백히 한 바 있습니다.
단막극을 죽이면서 연속극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겠다는 투기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의 기본이 단막극 육성입니다.
작금에 KBS의 어려운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단막극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합리적인 개선책을 도모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 끝끝내 <드라마시티>를 죽이고 그 시간에 시트콤을 신설하면서, “더 나은 <드라마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구차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지켜야 할 공영적 가치에는, 돈은 되지 않으나, 향후의 방송 발전을 위해 꼭 있어야 할 프로그램의 토양을 지키는 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단막극이 그러한 표본입니다.
그러므로 단막극을 죽이는 일은, KBS가 자랑스레 내세우고 있는 KBS적 가치를 스스로 수치스럽게 하고, 스스로 죽이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지난해 3월 <베스트극장>을 폐지했던 MBC도 올 봄 개편 초점은 공익성 강화에 맞추고, <베스트극장> 부활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KBS 내부에서는 드라마 평 피디들이 <드라마시티>를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대로 <드라마시티>를 보낼 수 없다!”며 드라마시티는 결코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드라마작가 57인은 KBS 드라마 평 피디들의 그러한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드라마시티> 폐지 철회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단막극은 결코 멸종시킬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2008. 3. 24
                                                        드라마 작가 5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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