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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나만의 의미 찾기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3. 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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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기에 블로그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써본적은 없어, 혹시나 선거법에 위반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선거법 93조의 악명이 워낙 높아야 말이죠...),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꼭 좀 봤으면.. 하는 '풍경'이 두 가지가 있어... 살짝 적어볼랍니다... 흠흠...

첫번째 풍경

 저는 이번 선거 정당명부 투표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후보가 꼭 당선되면 좋겠습니다. 창조한국당에서 이주여성을 비례대표 1번으로, 민주당은 여성금융인을 1번, 진보신당에서 장애여성을 1번, 피우진 중령을 3번에 공천하고, 한나라당이 부스러기선교회의 강명순 목사를 1번에 공천하는 등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분들 중에 훌륭하신 분들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꼭 홍희덕 후보가 당선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홍희덕 후보는 환경미화원입니다.
(<“못살겠다, 바꿔보자” 금배지 도전한 청소부> 참조)

"우유배달, 목재소 잡부, 상하차 인부 등 젊었을 때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15년째 거리청소를 해 온 진짜배기 '청소부'입니다. 새벽에 거리 청소를 나간 동료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시청, 위탁업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해 '환경미화원 노조'를 만들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느 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어느 분처럼 재산이 3조원이나 되는 부자도 아니고, 일류대학에 박사까지 달고 외국에 유학까지 다녀오신 초특급 엘리트도 아니고, 그 흔한 변호사, 교수도 아닙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분 한 명 쯤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 여기저기 유세다니면서 시민들한테 인사하는데, 그때마다 자주 본 풍경이 아마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새벽에 환경미화원들하고 같이 청소하는 그런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시장 상인과 환경미화원은 매번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청하는 '악수를 받는 사람'만 해야 합니까? '악수 받는 사람'은 맨날 찾아오면 악수 받고, 선거 지나고 나면 TV에서 자신에게 악수 청한 사람들의 뻘짓을 쳐다보고 한숨만 지어야 하는 겁니까?

홍희덕 후보의 직업 또한 아주 상징적입니다. '환경미화원'이 당선돼 국회에 들어가서 구태정치, 보수 정치권의 협잡정치를 싹~ 청소한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


두번째 풍경

저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제발! 꼭 좀! 당선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강기갑 후보는 앞서 이야기한 첫번째 풍경과 '비슷한 풍경'을 4년 전에 만든 분이지요. ^^
강기갑 의원이 국회에 들어감으로써 평생 농사를 지은 '진짜배기 농사꾼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강기갑 의원 이전에는 어디 '농사꾼 국회의원'을 언감생심 꿈이나 꾸어봤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국회에 들어간 강기갑 의원... 여러분들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잘했다고 봅니까? 아니면 별 쓰잘데기 없었다고 보십니까?

어떤 분들은 강기갑 의원이 맨날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수염을 기르고 다니니깐 '국회의원 품위를 다 망쳐놓았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강기갑 의원이 쌀을 지키기 위해, 한미FTA를 막기 위해 걸핏하면 단식하고, 농성을 하니깐, '무슨 국회의원이 저래, 싸움꾼이야 뭐야'라고 못마땅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강기갑 의원이 뭐든 다 잘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건대 강 의원은 정말 진심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농사꾼 국회의원' 만들어준 사람들의 마음을 100%는 아닐지라도 최대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강 의원이 수염 깎고 양복 입고 다니면서, 다른 '정치꾼'들처럼 쌀이야 개방되든 말든, 한미FTA야 졸속으로든 밀실로든 타결되든 말든 얌전하게 국회 활동을 했다면, 전 아마 이글을 쓰지도 않았겠죠. 앞서 이야기한 홍희덕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번에 강기갑 후보가 나오는 경남 사천. 대단히 눈길이 갑니다.
'진짜배기 농사꾼 국회의원'이 3선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실세 국회의원', 이른바 '친이(李) 계열'의 핵심인 이방호 후보와 다툽니다.

사실 이방호 후보가 워낙에 쎈 사람이라, 애초에 강기갑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건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쩌면 꾸지도 않았던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이방호 의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죠. 특히 최근에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던 김택기 후보의 금품 살포 행위가 적발되면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공천될 수 있었냐'며 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후보의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거기다 '친이'를 싫어하시는 '친박' 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이방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싫어 강기갑 후보를 지지한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사천의 민심이 점점 뭔가 큰 일을 낼 것처럼 요동치고 있다고 합니다. ^^

(<"사천 선거혁명은 와룡산보다 더 높이 평가될 것">)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사천 지역 유권자분들이 얼마나 되실지, 한 분이라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계시면 이 의견에 꼭 답글 한 번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사천 분들께서 다시 한 번 '농사꾼 국회의원' 만들어주시면 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겠습니다. 엉망진창이 된 이번 18대 총선, 그나마 사천시민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


이 두 가지 풍경... 꾸기 힘든 꿈일까요?
청소부 국회의원을 가지는 꿈, '진짜배기 농사꾼 국회의원'이 '실세 정치꾼 국회의원'을 이기는 꿈... 불가능한 꿈이 아니겠지요?
이 꿈이 실현되는지를 보기 위해서라도 4월 9일 개표방송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는 저 국회에 누가 들어갈까..를 생각하며 맞은편 한강변에서 촬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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