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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의전 총리’"의 한 말씀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4. 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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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1),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특검 장기화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과 국가경제 불안을 걱정하는 경제계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경제5단체는 이 성명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해당기업과 협력업체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특검의 장기화는 기업 경영전반에 심각한 차질을 준다’, ‘특검은 삼성의 협력업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특검은 국가경제의 활력회복과 대외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지난 3월 중순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한 삼성 특검이 다시 재연장할 가능성이 커 그것을 막아보겠다고 나온 것입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 경제계는 특검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아주 노골적으로 밝혔습니다.

재벌에 대한 수사나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을 때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게 들어온 예의 그 '경제위기론'을 들고 나와 삼성 특검을 빨리 끝내라고 압박한 것입니다.

특검이 장기화되는 게 누구때문입니까?
증거를 인멸하고, 주요임원들을 줄줄이 해외도피시키고 잠적시키고, 특검에 나와서는 어영부영 핵심을 피해가기만 하는 삼성의 수사 방해 때문 아닙니까?
그렇다면, 삼성 특검이 장기화되어 국가경제가 어려워지고, 삼성 협력업체들이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면 삼성더러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할 일이지 특검을 끝내라니요?

이들이 이토록 대범한 주장을 낯 두껍게 성명까지 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힘입은 바 큰 듯합니다.

경제5단체의 성명발표 전날, 한승수 국무총리는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때 특검기간이 연장됐으니 연장된 기간 안에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직접 할 정도였으니까요. 국무총리까지 나선 마당에 경제단체장들이 뭐가 무섭기나 하겠습니까?

오늘(4월 2일) 경제5단체의 성명을 신문들이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다 아주 재밌는, 콱~ 꼬집는 명문이 발견했습니다.

바로 한겨레의 사설 <앞뒤 안 맞는 삼성특검 조기 종결론>에서  한승수 총리 발언과 관련해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의전 총리’가 유독 삼성특검의 조기 종결을 언급한 것도 볼썽사납다”며 “누구보다 앞장서 법질서를 지켜야 할 총리가 불법해위를 조장하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한 부분입니다.. ㅋㅋ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의전 총리'라...

사실 저 또한 이 사설을 읽기 전까지는 지난 인사청문회 때 소란꺼리를 제공한 뒤부터는 한승수 총리가 뭘하고 지내는지 아예 관심도 없었거든요. 뭐 어디 나와야 알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랜만에 뉴스에 등장한 게 삼성특검 조기종결론이라니... 정말 한심합니다.

한겨레는 이뿐 아니라 경제5단체의 주장을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들”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경제5단체가 들고 나온 경제위기론에 대해 한겨레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삼성특검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SK와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들며 “기업비리 수사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수사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바로 삼성”이라며 “특검 수사가 빨리 끝날 수 있게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삼성 쪽에 요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한겨레는 아울러 ‘현장에서’라는 기자칼럼에서도 경제5단체 성명에 대해 “그동안 재계는 재벌 총수와 관련된 불법 행위가 탄로날 때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들어 수사에 어깃장을 놓곤 했다”며 “지금은 재계가 ‘삼성 응원단’으로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때”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한겨레와 비교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의 동생 홍석현 씨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질 정도입니다.

중앙일보는 오늘 신문 1면에다 <경제5단체 “삼성 특검 빨리 마무리를”>이라는 기사를 싣고 “주요 민간 경제단체들이 삼성 특검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하고 나섰다”며 경제5단체 성명서의 요약문을 게재했습니다. 1면에 실린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지만, ‘삼성 감싸기’의 총대를 맨 중앙일보는 기사 가치를 판단할 능력을 이미 상실하고 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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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중앙일보 1면(위)과 동아일보 2면에 실린 기사



중앙일보는 반면 홍석현 회장의 누나 홍라희 씨가 이른바 '비자금 미술품' 의혹을 조사받기 위해 특검에 오늘 소환되는 사실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사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 온 중앙일보지만 정말 심합니다.

한편 또 다른 삼성의 사돈신문 동아일보는 2면에다 <경제5단체 “삼성특검 빨리 끝내야” 시한연장 반대 성명>을 싣고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가 삼성 특별검사 수사의 조기 마무리를 촉구하고 나섰다”며 중앙일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홍라희 씨 소환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단신으로 처리했구요. 경제단체들이나 삼성의 친인척신문들이나 하는 짓이 어찌 이리도 똑같은지....


여기저기서 삼성 특검의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우려가 높습니다.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특검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보장된 재연장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현실인데, '특검 조기 종결론'을 국무총리와 경제를 책임진 단체들이 주장하고 여기에 삼성의 친인척 신문이 부화뇌동하는 꼴이라니... 정말 한심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경제5단체의 성명과 홍라희 씨의 특검 소환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보시려면,
오늘 발표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논평 <‘족벌의 힘’ 보여준 중앙일보의 ‘삼성 감싸기’>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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