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포트라이트', '온에어' 한계 넘자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8. 5. 13. 17:10

본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왕 세종’, ‘엄마가 뿔났다’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말 볼 만한 드라마 없는 요즘, 내일 첫 방송되는 MBC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베스트극장’으로 잔뼈가 굵었다는 김도훈 PD, 이름이 익숙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 일단 나쁘지는 않다.

‘하얀거탑’을 쓴 이기원 작가, 일본 원작을 가져다 쓴 것이긴 하지만 그 정도면 잘 각색한 것이라 할 만 하고, 의사에 이어 기자라는 전문직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

그리고 연기자.

손예진은 감히 나 혼자 ‘내 인생의 드라마 베스트5’를 꼽을 때 첫째, 둘째를 다툴 ‘연애시대’ 이후 정말 오랜만의 지상파 나들이가 아닌가.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생각만큼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터라 약간 실망이었는데, 그래서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욱 기대된다.

지진희는 사실 ‘대장금’ 이후 TV고 영화고 간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미지 자체가 워낙에 신뢰감을 주는 터라, 항상 기본은 하는 연기자로 판단된다. 더욱이 ‘스포트라이트’의 기자 역할은 지진희의 이미지와 잘 맞는 캐릭터가 아닐까? 제작발표회 때 미 쇠고기 수입을 두고 ‘정부가 솔직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따끔한 한 마디를 한 것도 지진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데 한 몫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국내 최초로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기자들의 직업세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줄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이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은 적지 않다. 그것도 주인공의 역할로.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명세빈이 바로 좌충우돌 사회부 기자로 등장한 바 있고, 지난 해 ‘드라마시티-이중장부 살인사건’은 비자금을 둘러싼 정-경-언 유착을 꼬집으며 기자와 보도국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16부작 드라마에서, 온통 기자를 주인공으로, 온전히 그들의 직업세계를 담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는 과연 어떤 식으로 기자들의 모습을, 그들의 세계를 담아낼 지 심히 궁금하다. 특히 “현 방송국 보도국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기자들의 세계를 전격 해부한 최초의 사실적 전문직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스포트라이트’가 밝힌 만큼 더욱 생생한 기자들의 현실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순전히 ‘기대’다. 막상 방송 이후 드라마가 그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드라마보다 실망은 두 배, 세 배 더 커진다.

내일 방송될 첫방에서는 GBS 기자 서우진(손예진)이 탈옥수 장진규(정진)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방 여종업원으로 변장한 사연과 신임 캡으로 오게 된 오태석(지진희)이 서우진과 첫 만남을 가지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첫방이라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야 되겠지만, 소재가 튄다. 아무리 사회부 기자라고는 하나 기자가 다방 여종업원 등으로 변장하여 위장 취재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보다는 특종과 낙종 사이에서 항상 긴장하고, 자신이 발제(취재 아이템을 내놓는 것)한 내용을 관철하거나, 취재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등 정말 기자로서의 존재, 기자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담는 게 기자들에게, 또 기자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절실하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방 이후 ‘스포트라이트’가 이러한 기자들의 자기 직업에 충실한 모습과 그 안에서의 고민을 담아낸다면 ‘스포트라이트’의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감히 전망하건대 현재까지로는 ‘올해의 드라마’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대와 함께 이런 ‘우려’를 함께 제기하는 것은 이미 방송되고 있는, 그리고 ‘스포트라이트’의 방송과 함께 막을 내릴 또 다른 전문직 드라마 ‘온에어’ 때문이다.

작가가 직접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PD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드라마로 만들고, 연기자들이 직접 자신이 겪는 모습을 연기하는 데도 불구하고 ‘온에어’는 뒤로 갈수록 문제의식이 떨어졌다. PPL,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의 권력관계, 스타연기자의 천문학적인 출연료, 시청률에 목매는 현실, 쪽대본이 판치는 제작관행, 은밀한 외주진행비 관행 등 어찌 보면 곪을 대로 곪은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을 나름대로 폭로했지만, PPL을 비판하면서 더욱 노골적인 PPL에 목매는 ‘온에어’로 인해 문제의식을 상당부분 퇴색시켰는가하면 뒤로 갈수록 짝짓기에 골몰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느라 ‘전문직 드라마’의 가치를 허구한 ‘트렌디 드라마’로 격하시켜버렸다.

물론 그럼에도 ‘온에어’는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전문직 드라마’ 가운데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드라마적 재미가 풍부한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기대는 이런 ‘온에어’의 한계마저도 뛰어넘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만약 ‘스포트라이트’가 사회부 기자들의 현실보다는 기자라는 직종에 대한 대중들의 환상을 자극하기 위해 있어 보이는 이야기에 멋스러운 모습만 담으려 한다면 ‘로비스트’에 가까운 실패를 하든지 ‘뉴하트’처럼 성공은 했지만 주제의식은 알 길 없이 그저 ‘있어 보이는 드라마’ 정도에 그칠 것이다.

아직 한국의 ‘전문직 드라마’에 ‘CSI’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허위왜곡편파과장보도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왜곡될대로 왜곡된 우리 사회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드라마화한다면, 이런 현실은 조금은 담아내야 되지 않을까, 그 안에 고뇌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담긴 다음에야 재밌고 눈길 끄는 에피소드들이 포장이 되어야 정말 재밌으면서도 설득력 있고 무게감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스포트라이트’가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