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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공영성’, 다큐멘터리가 살린다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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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공영성’, 다큐멘터리가 살린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선정·발표하는 ‘이 달의 추천방송’ 중 ‘7월의 추천방송’으로 지난 7월24일 방송된 <KBS스페셜> ‘최초공개,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를 선정한 바 있다. “일제의 친일 서훈록 내용을 분석해 친일파의 형성과정과 친일행적, 나아가 이들의 해방 후 행적을 면밀히 추적”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 <KBS스페셜>에서 6월12일 방송된 ‘현장보고-우즈벡 유혈사태, 그 진실은?’편도 “충실한 현지 취재로 우즈벡 유혈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배경에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등 중앙아시아 시민혁명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6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됐다.

이보다 앞서 2월19일 <KBS스페셜>에서 방송된 ‘공존의 조건-방치된 빈곤 400만의 겨울’ 편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면서도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차상위계층의 실태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헤쳤다”는 이유로 ‘2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간혹 MBC <PD수첩> 등이 한 해에 두 번 ‘이 달의 좋은(추천) 방송’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세 번씩이나 같은 프로그램이 선정된 경우는 없었다. 급기야 ‘8월의 추천방송’을 선정할 때에도 <KBS스페셜>에서 8월21일 방송된 ‘장벽(The Wall)’ 편이 강력한 후보작으로 거론됐으나 추천방송 선정이 지나치게 한 프로그램에 편중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토론 끝에 탈락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인 강경란 PD가 제작한 ‘장벽’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 거주지역을 분리·통제하기 위해 짓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와 철조망 장벽을 고발했는데,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성 어느 것 하나도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었다.

특히 총과 장갑차, 군홧발을 앞세운 이스라엘군의 폭압적인 탄압에 맨몸으로 맞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 역시 맨몸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자국 군대의 만행에 강력히 저항하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모습을 카메라를 밀착해 보여준 부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화해가 어디서 비롯될 수 있는지 가능성과 함께 ‘진정한 저항과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이 달의 추천방송’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사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의 ‘이 달의 추천방송’에는 적지 않은 교양프로그램, 특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선정된다. 또 아깝게 선정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또한 부지기수다.

올해만 하더라도 <KBS스페셜> 외에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가 추천방송으로 선정되었다. 또 지난 8월 한 달만 되돌아보더라도 광복 60주년을 맞아 방송3사가 내놓은 ‘특집’들은 양도 풍부했을 뿐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서 ‘수작’의 반열에 올라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 한두편이 아니었다.

해방의 시기를 살았던 앞 세대의 증언을 통해 당시를 되돌아보고 느끼게 한 것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 방송의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KBS의 ‘TV 구술사’ 시리즈, 일본 우경화의 정점에 ‘천황’이 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 MBC의 <천황의 나라, 일본> 5부작 등은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한 달이 멀다않고, 온갖 잡음이 불거져 나오는 지상파방송의 현실에서 방송의 공익성, 좁히자면 공영방송의 공영성은 이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담보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BBC나 NHK를 들먹이며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가 열악하고 수준 낮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공룡과 고대맹수는 물론 미래생물, 아니 우주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BBC의 스케일에 기부터 죽을 수도 있다.

또 4대 문명을 파헤치고, 실크로드를 재현하는 NHK의 장대함도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외국 공영방송의 ‘수작’ 다큐멘터리보다 역사와 인간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우리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가 100배는 더 가치있다. 나아가 여건만 되면 BBC 못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음을 KBS <도자기>가 보여주기도 했다.

'루루공주'까지 나서 드라마 제작관행에 태클을 거는 지상파의 현 상황에서 다큐멘터리라도 없었다면, 시청자들은 너무나 불행했을 것이다. 상을 너무 많이 받아 상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앞으로 더 자주 생겨 모니터요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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