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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질의]양문석 총장님, KBS노조와 무엇을 연대합니까?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6. 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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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 사무총장님.
이글을 보실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 전에 두 가지 내용을 인용합니다.

첫째, 6월 9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노조)의 특보입니다.

                언개연 등, KBS본부와 연대 투쟁

한편 이날 비대위에는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양 총장은 이 자리에서 방송의 공공성 강화가 이 시대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언개련은 어떤 상황에서도 KBS본부와 연대 투쟁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했다. 양 총장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반대, 국가기간방송법상 예산통제 반대, 공영방송 민영화 저지 투쟁 등을 올 하반기 언론 투쟁의 4대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이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또 정연주 사장 퇴진 문제에 대해서는 KBS본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 사수 투쟁을 위한 연대 강화와 KBS본부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정 사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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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KBS노조는 특보에서 양문석 총장께서 "KBS본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 사수 투쟁을 위한 연대 강화와 KBS본부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정 사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군요.

무슨 말인지 대단히 아리송했습니다.

하나 더 인용하지요.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의 6월 9일 보도(언론노조와 KBS노조의 '이상한' 관계정상화)의 일부 입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KBS 노조가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반대, 국가기간방송법상 예산통제 반대, 공영방송 민영화 저지 투쟁' 등 방송공공성 수호 4대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KBS 노조를 고립시켜서는 안되며 미디어 운동에 전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며 언론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을 가한다면 얼마든지 비판성명 등을 낼 수 있다"며 "KBS 노조에 언론연대나 전국언론노조에 정연주 퇴진운동에 지원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애매한데요.
있는 그대로 이해하자면, 앞으로 양 총장께서는 앞으로 정연주 KBS 사장에 관해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사퇴 시도'가 더 노골화되고, 더 구체화되더라도 양 총장께서는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 이렇다저렇다 일절 언급하시지 않겠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양 총장께서는 암말도 않더라도 언론연대는 성명도 내고 논평도 내고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거고...

자.. 여기서 몇 가지를 여쭙고자 합니다.

첫째, '언론연대'와 '양문석'은 거의 동일시되는 것과 다름없는 데 양문석 총장께서 입장 표명을 '개인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언론연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정 사장 문제와 관련해 언론연대가 입장 표명할 수 있는 문제를 어째서 양문석 총장은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뭐 '언론연대 입장 표명이 곧 내 입장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이건 또 누구를 향한 '조삼모사식'의 기만이 되는 건가요?

양 총장께서는 스스로를 운동가, 활동가로 규정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단체의 사무총장에 계신 분이 '개인적인 입장 표명'과 '단체의 입장 표명'을 분리해서 사고하시는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네요.

둘째, KBS노조와 언론연대의 관계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요? 대관절 KBS노조가 무엇인데,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KBS노조의 입장을 존중하여 어떠한 입장 표명도 않겠다'는 거지요? 차라리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가 KBS노조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전혀 엉뚱한 이야기는 아닌데, 언론연대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KBS노조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는 것입니까?

'연대',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그 연대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을 정도로 '존중'(좋은 말인데, 참 내키지 않네요)해야지만 이뤄지는 연대라는 건가요?

셋째, KBS노조와 무엇을 '연대'하고자 하십니까?
"4대 투쟁에 KBS노조가 동참하기로 했다"구요? 양문석 총장께서 지적한 네 가지는 KBS노조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방 겸영 저지, 국가기간방송법상 예산통제 저지, 민영화 저지, 코바코 해체 반대'는 방송 공공성 수호 투쟁의 과제이기도 하겠지만, KBS노조로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철저히 걸려있는 문제 아니던가요?

누가 시키든지 말든지, 자신들이 알아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투쟁이고, 오히려 자신들의 외부의 연대를 조직하고 힘을 써야 할 문제 아니던가요?
KBS노조에게 절실한 문제를 놓고, '우리 이 싸움 같이 합시다, 그럼 나 정연주 이야기 안 할께요'라고 하는걸, 정말 어떻게 이해할지 아리송하고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넷째, 공영방송을 지키는 싸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로 부터 KBS를 지키는 '지금'의 싸움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을 맘대로 흔들고, 정권이 온갖 치사한 짓을 해도 '나 몰라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으로 보십니까?

하나 더 인용하지요. 'PD저널'에 실린 기사(“100년 같은 100일, 언론 정책은 없고 통제만 있어” )의 일부 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노사의 싸움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독립이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전환됐다. 그런 만큼 지금 KBS 노조가 보이는 태도는 정세판단 착오인 것이다. ‘정연주’라는 인물이 더 이상 개인 정연주가 아닌 방송 독립의 상징으로 진화했는데 노조는 여전히 개인 정연주에 대한 평가에 집착하고 있다. 잘못된 전술 프레임인 것이다. 외부의 흐름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스스로 철저히 고립해가며 남아있는 게 오기로 비친다. 안타깝다.

배부른 돼지도 드러누워 눈알은 굴린다고 하는데, 지금 KBS 노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KBS 기자와 PD들이 촛불시위 현장에 나와 구경만 한 번 했더라도 KBS 편성과 내용 전반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최소한도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도태 대상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부에서 오는 위기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기보다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100일을 맞아 지난 6월 2일 PD저널이 주관해 열린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평가 좌담회'의 일부입니다. 위 내용은 양문석 총장께서 직접하신 발언입니다.

딱 1주일 전이네요. 아니, 양문석 총장께서 KBS노조 비대위에 참석에 '정 사장에 대한 입장 표명'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게 6월 4일이니 딱 이틀 전인가요?

"지금 KBS 노조가 보이는 태도는 정세판단 착오인 것", "‘정연주’라는 인물이 더 이상 개인 정연주가 아닌 방송 독립의 상징으로 진화했는데 노조는 여전히 개인 정연주에 대한 평가에 집착하고 있다", "외부의 흐름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스스로 철저히 고립해가며 남아있는 게 오기로 비친다"고 했는데, 불과 이틀만에 생각이 바뀌신 건가요?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또 어떻습니까? '방송독립의 상징으로 진화했다'고 했는데, 만약 그것이 지금 정세를 바라보는 양 총장의 소신이라면, 이런 부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KBS 노조가 방송공공성 사수 투쟁에 함께 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듯 지금 정연주 사장은 방송독립의 상징으로까지 진화했는데, 그 사장을 내쫓는데다 6할의 노력을 바치겠다(박승규 KBS노조 위원장이 정 사장 퇴진에 3, 새사장 선임에 3, 방송구조개편에 4의 내부역량을 배치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실상 정 사장 퇴진 3과 새 사장 선임 3 은 같은 이야기라 더했습니다)는 조직과 어떻게 방송공공성 사수 투쟁을 '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 문제는 KBS노조에게 '정 사장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연대를 청할 게 아니라, 애초 잘못된 정세판단인만큼 KBS노조가 입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조중동이 중심이 된 우리 언론지형이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노력 때문입니다. 지금 그들은 조중동 문제만 거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으며 KBS,MBC 민영화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자발적인 노력 또한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공영방송 지키기에 앞장서기는커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들러리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KBS노조와 '야합' 하다니요. 제 눈에는 정말 '야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만약 '야합'이 아니라면 물음에 답을 주시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양문석 총장님을 알고 있습니다.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 블로거의 한 사람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질의를 하고자 하니, 굳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여 불쾌해하시진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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