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선일보, 3년전 PD수첩 광고중단 땐 내심 좋았잖아~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6. 16. 18:20

본문

최근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에 대한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대대적인 항의가 이어지면서 조중동 광고국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급하긴 급했나보죠. 조중동 광고 기업에 대한 '숙제'가 게시되던 '82쿡'이라는 사이트에 조선일보 'AD본부장'이라는 사람이 공문까지 보내 '사이버테러' 운운하며 해당 글의 삭제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아시겠지만 82쿡은 요리 및 음식 정보가 공유되는 주부분들 위주의 생활정보 사이트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사 AD본부장이 보낸 공문.. 아래 보이시죠. 내용증명까지 한 거..)


정말 이 공문을 보고, 기가 찬 한편, 조선일보의 다급함이 현실감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울러 불과 3년쯤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조선일보가 보인 행태가 떠오르면서 '역시 조선답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바로 MBC 'PD수첩'이 2005년 11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및 연구윤리 위반과 관련한 방송을 내보낸 뒤 이른바 '황빠'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일입니다. 당시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은 PD수첩에 광고를 낸 기업들에 항의하면서 12곳 가운데 11개 기업이 광고를 중단하거나 옮긴 적이 있었죠.

당시 네티즌들과 황우석 지지자들이 보인 행동은, 이번 조선일보 AD본부장이 공문에서 지적한 다음의 내용들을 보자면,

- 최근 일부 네티즌들이 귀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자유게시판 등에서 상식을 넘어서는 악성게시글로 신문사와 광고주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정신문의 광고주 리스트를 게시하고 연락처를 명시한 뒤 집단적으로 대량 전화를 걸어 불매운동을 빌미로 협박을 자행하고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등 불법 사이버테러행위를 선동하고 있습니다.
- 신문사와 광고주에 대한 이같은 전대미문의 테러는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신문사와 광고주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심각한 범죄입니다.

전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조선일보의 시각에 의하면 당시 황우석 지지자들은 '악성게시글로 방송사와 광고주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것은 물론 '불법 사이버테러행위를 선동'했으며 '전대미문의 테러로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방송사와 광고주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심각한 범죄'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조선일보는 이들 황우석 지지자들의 PD수첩 광고중단 '범죄'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2005년 11월 26일 보도된 조선일보의 <'PD수첩' 광고주 12곳중 11곳 "광고끊겠다">는 기사는,

“황 교수를 보호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 프로그램을 향한 네티즌과 시민들의 비난이 인터넷 항의?촛불 시위?‘PD수첩’에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을 향한 ‘광고중단’ 압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PD 수첩’의 광고주 12개 업체 중 11곳이 29일 방송부터 광고를 중단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광고시간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광고를 ‘뉴스데스크’ 시간에 내보내 달라고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측에 요청했다. 국민은행, HSBC, 메리츠 화재, 우림건설, DHL코리아, 평안섬유, 신일―해피트리 아파트, GS홀딩스 등 10개 업체도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PD수첩’ 시간대 광고를 중단키로 결론내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시간대를 바꾸기로 했다”며 “계속 ‘PD수첩’에 광고를 내보내지 말라는 항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팬카페 회원들은 또 26일 오후 MBC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며, 황 교수가 공직에 복귀하고 MBC가 사과할 때까지 촛불시위, 시청·광고거부 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며 '광고거부 운동' 등 황우석 지지자들의 행동을 아주 상세히 보도했고, 광고중단 현황 또한 세세히 보도했습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글을 써서 '광고 취소는 심했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조선일보는 11월 28일자 '기자수첩'(신동흔 기자) <盧대통령식 ‘관용’>에서,

광고를 중단키로 했던 기업들은 지금쯤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만간 대통령의 ‘관용 촉구’에 ‘감동’하거나 ‘반성’해서 PD수첩에 대한 광고를 재개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한 마디는 기업 입장에선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에는 ‘관용’보다는 ‘역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광고중단'을 비판한 노 대통령의 말을 꼬투리잡아 딴지를 걸었습니다. 즉, 광고를 중단한 기업들은 잘못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노 대통령이 '잘못'을 지적했으니 기업들이 다시 광고를 재개하면 이는 '압박'이다는 논리이고, 노 대통령이 PD수첩을 역성든다는 주장입니다.

조선일보는 또 11월 29일 사설 <관용(寬容)과 편애(偏愛)>에서도,

대통령이 PD수첩 광고주들이 광고를 취소한 것을 나무란 말을 듣고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다시 광고를 하겠다고 몰려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 나라의 수준을 말해주는 희극이라 할 수밖에 없다.

며 다시 한 번 노 대통령이 PD수첩을 '편애'하고 있으며 광고 취소를 비판한 노 대통령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지요.

다만 앞의 신동흔 기자의 경우 11월 26일 '기자수첩'에서는 "지금 성난 네티즌들은 PD수첩으로 몰려 들고 있다. 이들은 PD수첩에 광고하는 업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고, 광고주들에게는 광고중단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국 ‘입’이 무서운 광고주들은 광고중단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며 "문제는 네티즌이 ‘PD수첩’을 비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는 했습니다. "언론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압박"이라고도 했구요.

하지만 '사이버범죄'라고까지는 지적하지 않았지요.. 광고거부운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구요. 전반적으로 당시 조선일보는 PD수첩의 광고중단과 MBC의 위기를 대단히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이제와 '사이버 범죄'니 '전대미문의 테러'니 무시무시한 표현을 써가며 협박하는 모양새를 보니, 어찌 이리 기가 찰까요. 정말 조선일보답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