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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조중동과 다릅니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6. 2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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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 심석태 SBS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본부장)이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이 아주 뜨겁게 일었습니다. (SBS 노조 위원장입니다)

나는 그 글에서 네티즌들 특히 아고리언들과, 그리고 촛불시위 현장에 나오는 시민들, 그리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려는 SBS 노동조합 측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심 위원장의 글에 대해 '이미 SBS에 포기했다'. '변명하지 말라'는 식으로 감정적 대응을 보이더군요. 이 글에 대해 추천(5064)보다 반대(8654)가 더 많은 것도 참 의외였습니다.

나는 지난 촛불시위 과정 거리에서 시위대로부터 항의를 받는 SBS 기자들을 몇 번 목격하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나 역시 SBS의 방송이나 보도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만스러울때도 많고 비판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SBS는 결코 조중동문은 아닙니다. 한때, 특히 2002년 대선을 전후한 무렵 SBS는 거의 조중동과(당시 문화일보는 또 달랐죠.. --;) 비슷했던 적이 있었고, 그래서 조중동S라 불려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적이 있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단언컨대 SBS는 조중동문과 다릅니다.

그렇기에,

뉴라이트연합은 SBS에게 조중동 옆자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방송이 나가도 MBC, KBS에 대해서만 비난 성명을 냅니다. 저는 동아일보 앞에서 열렸던 ‘조중동에 할 말 있다’는 규탄 회견장에 나가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뉴라이트연합의 지상파 방송 갈라치기. 저의 주장에 당시 현장에 모였던 많은 분들이 큰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뉴라이트를 앞세운 우익은 SBS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신 차리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SBS는 뭘 해도 조중동과 같다’며 조중동 옆에 SBS를 놓으려 합니다. 조중동은 SBS에 대한 여러분의 취재 거부를 기삿거리로 삼습니다. 오늘도  KBS 앞에서 벌어진 SBS에 대한 취재 방해에 경찰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

촛불 여러분, 그리고 아고리언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하루하루, 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뛰고 있는 젊은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비난으로는 바른 언론의 싹을 키울 수 없습니다. 그 젊은 기자들은 물론 정의감을 잃지 않은 데스크들이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못 한 것은 비판하고, 잘 한 부분은 칭찬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뭐라고 하시든, SBS에는 조중동 옆에 서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중동 옆으로 가라고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라는 심석태 위원장 말이 더욱 와닿습니다.

지금 조중동(문화일보는 별 거 아니니 젖혀 두자구요)을 정말 나쁜 신문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사회의 올바른 진전을 위해서는 이들 신문의 제몫 찾아주기, 나아가 폐간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조중동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조중동과 조중동이 아닌 것들의 '공통점'을 부각하기 보다는 차이를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와 한몸이 되어 붙어먹고 있는 조중동 패거리와 국민, 시민들과 한 편이 될 패거리를 구분지어야 합니다. SBS를 결코 조중동 패거리에 넘겨서는 안됩니다.

SBS에 좋은 기자들 많습니다. 내부에서 보다 나은 SBS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조중동에도 그런 사람이 없지 않겠습니다만, SBS의 결정적 차이는 그 노력들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바로 SBS노조 등을 통해서요.

아마 이 사람들, 내부에서 우리 시민들이 바라는만큼 SBS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SBS는 태영이라는 그룹의 윤씨 일가가 소유한 사영(私營)방송입니다. 그리고 SBS에는 그들에 충성하고 이명박 정부의 딸랑이 노릇을 하려는 인간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일 겝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SBS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야, 니네 그렇게 해봤자, 밖에서 그런 소리나 듣는데 어쩌자고? 그냥 찌그러 있어!!"

라는 식으로 내부에서 수구기득권 세력에게 개혁세력이 위축되게 해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거리에서 SBS 기자들을 만나면 "왜 그렇게 사냐?"고 비꼬거나 "SBS 각성하라"고 비판하거나, "SBS랑 취재해봤자 무슨 소용이요"라며 외면하기 보다는, "SBS 계속 지켜볼겁니다, 더 열심히 하세요"라고 비록 칭찬은 아니지만 관심어린 '격려'를 해주길 당부합니다.

그게 감정적인 비판보다는 분명히 SBS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 큰 힘이 될 겁니다.

아래 글은 조중동과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시민단체인 민언련의 한 분이 PD저널에 SBS와 관련해 쓴 글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판단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SBS에 필요한 것은?

촛불집회로 우리 국민이 얻은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중에서 나는 많은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가치를 깨닫고 공영방송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감동적이다. 그런데 공영방송인 MBC와 KBS는 지켜야 할 가치가 크다는 것을 분명하게 공유하게 된 데 비해서 SBS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도 늘 SBS에 대해서 공영방송에 비해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많다고 지적했으며, 시사프로그램이 실종되었다고 비판하고, 뉴스가 짧고 깊이가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정치와 자본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고 지적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분명한 가치와 차별성이 있으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도록 시청자의 감시기능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상파 방송을 비판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서 알리고, 케이블 채널의 일부 저급한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가족이 지상파 방송보다는 케이블 채널을 더 많이 보게 되었으며, 지난해 케이블 방송사 모니터를 하면서 그 문제점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케이블 PP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이 모두 저급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 케이블 방송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케이블 프로그램을 보다가 SBS를 보면 ‘청정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굳이 수준 낮은 방송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SBS가 KBS와 MBC와 비교해서 무조건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것인가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최근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SBS가 문제가 있었다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약한’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면서, 집회 현장과 인터넷 공간에서 S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16일 인터넷 생중계로 KBS 앞 공영방송 지키기 집회를 지켜보니 ‘SBS 각성하라’ 등의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광우병 관련 보도는 SBS의 보도가 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MBC가 유난히 잘 했지만, KBS와 SBS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유의미한 문제점을 고발하고 지적했다. MBC도 군홧발 동영상을 첫날 보도하지 않아서 많은 지적을 받은 것처럼 방송3사 모두 집회 현장과 민심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3사는 이번에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주 〈뉴스추적〉 ‘난국돌파, 쇠고기 재협상’(6/11)과 〈그것이 알고 싶다〉 ‘촛불, 대한민국에 소통을 말하다’(6/14)도 MBC, KBS의 시사프로그램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충실한 방송이었다.

문제는 누구는 ‘SBS의 업보’라고 하고 SBS에게 가해지는 시청자의 의혹인데, 이 의혹의 눈초리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불식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SBS는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정보,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보다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한 시간 빠른 뉴스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한발 앞서 던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몇 번을 강조한 시사프로그램을 늘려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SBS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청자가 함께 감시하고 칭찬하고 독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나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만큼 민영방송 SBS의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가치 역시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당근과 채찍은 권력자만의 특권이 아니다. 우리 시청자도 SBS에게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해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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