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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씨, 금메달에 환장한 게 누굽니까?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8. 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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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8월 25일) 조선일보에 아주 희한한 칼럼이 하나 실렸다.
조선일보에 실리는 칼럼이 항상 그러니 딱히 '희한하다'고까지 할 건 없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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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칼럼'은 역시나 '희한한 칼럼니스트'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이 썼다. 칼럼 제목은 <금메달과 평준화>.

칼럼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번 올림픽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금메달에 열광하더라, 금메달이 뭐냐, 세계 최고 아니냐, 세계 최고는 뭐냐,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경쟁의 산물인 금메달에는 열광하면서 교육에 있어서는 경쟁을 나쁜 것이라 여기며 평준화를 주장한다. 이런 위선적인 행태가 어디있냐', 뭐 이런 거다.

'올림픽 금메달'과 '교육 평준화'를 연결시키는 논리 자체가 어이 없지만,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을 '금메달에 환장하는 사람'처럼 묘사한 것 또한 어처구니없다.

김 씨는 칼럼에서 "금메달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나 국민이 없겠지만 유독 우리는 금메달에 올인하며 금메달만이 메달인 양 대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 스포츠 관계자는 텔레비전에 나와 '은메달을 딴 선수가 마치 죄인인 양 고개 숙이며 눈물을 글썽이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라고 썼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금메달에 열광한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일가'를 이룬 사람이 각본 없는 드라마 끝에 얻은 값진 성과에 대해 환호하고 열광한다. 근데 이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 올림픽에서 오직 '금메달에만 올인한다'는 것은 또 사실일까? 내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제대로 알지 못해, 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조선일보,  그리고 조선일보의 김대중 씨는 국민을 향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금메달에 대한 올인', '금메달이 아니면 메달 취급도 안하는 경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 경향이라기보다는 미디어들이 조장해낸 현상이다. 금메달을 따면 다음날 아침 신문에 대문짝하게 싣고 '인간승리'니 '드라마'니 줄줄이 기사를 써 대서특필하는 게 바로 조선일보 같은 신문들이요, 금메달이 걸린 경기면 타방송사와 경쟁하면서 중복편성을 해 전파낭비를 자초하는 게 바로 우리나라 방송들이 아닌가.

어차피 조선일보 출신의 김대중 씨가 지적한 것이니, 조선일보만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올림픽 개막 이후 거의 매일같이 1면에서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했다.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않았으면, 외국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오직 '금메달'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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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는 모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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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 또한  마찬가지)

금메달이 없던 날에는 이렇게 1면에 사진도 없이 자그만하게 실었던 게 조선일보다. 그리고 금메달을 따지 못했던 날에는 "안타까웠던 하루"라는 제목까지 붙였던 게 바로 조선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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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도 1면에 실린 기사)


이런 조선일보가 오히려 국민들더러 금메달에 올인하고 금메달 아니면 취급도 하지 않는 것처럼 몰아가며 어이없게도 평준화를 들먹이며 '이중성' 운운하다니 참으로 역겹기까지 하다. "끝까지 평준화를 신봉할 것이면 금메달에 목숨 걸듯이 매달리는 세상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는 김 씨의 주장을 보며, 어떻게 금메달을 가지고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조차 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금메달에도 열광하지만, 역도의 이배영 선수를 보면서 감동한다.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동메달을 따낸 여자핸드볼 선수들에게 기꺼이 큰 박수를 보낸다. 신수지 선수를 보며 그 아름다운 연기에 열광한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지면에서 차별하는 조선일보 따위와는 격이 다르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김대중 씨는 제발 착각하지 말라. 아니 알면서도 호도하지 말라.

'평준화'는 '능력의 균일화'가 결코 아니다. '기회의 평등'이다. 재능이 있음에도 돈이 없어서, 부모를 잘못 만나서, 시골에서 살아서 재능을 썩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교육을 하자는 거다. 육상선수를 육성하면서 똑같이 100M를 10초에 뛰게 만드는 게 아니다. 누구는 우레탄이 깔린 트랙에서 연습하고 누구는 모래 깔린 운동장에서 연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제발, 억지 좀 부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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