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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님, 이승만 다룬 '한국사 傳' 제대로 보긴 했나요?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8. 9. 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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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을 볼때면 거의 매번 화딱지가 나지만, 정말 이들 신문이 신문같잖게 느껴지고, 분노가 거대하게 치밀어 오르는 경우는, 근거도 없이 무조건 자기네들 주장만 일단 쏟아내고 보자는 식의 보도를 보일 때다.

제대로 반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정정을 제대로 해주는 것도 아닌 이들 신문은 무슨 일이 발생해 자기네가 보기에 마땅찮으면 그냥 무조건 '까고' 본다. 이런 행태를 두고 '조중동스럽다'는 말밖에 다른 어떤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오늘 동아일보에 딱 그 수준의 글이 하나 실렸다.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있는 원로학자 이인호가 쓴 '동아광장' <KBS의 이승만 왜곡>이 바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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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카이스트 인문사회학부 홈피에 그를 소개한 내용을 보자.

학력
  - 1955-1956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 수학
- 1956-1960 미국 Weseley College, 학사 (역사학)
- 1960-1962 미국 Radcliffe College, 석사 (소련지역 연구과정)
- 1962-1967 미국 Harvard University, 박사 (역사학) 
 
  경력
  - 1967-1970 미국 Columbia University/Barnard College 겸임조교수
- 1972-1979 고려대학교 부교수, 교수
- 1979-1996 서울대학교 부교수, 교수
- 1978-1979, 1992-1993 미국 Harvard University 러시아 연구소 연구교수
- 1983-1984 미국 Haverford College 초빙교수
- 1989-1992 서울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창립소장
- 1996.2-1998.4 주 핀랜드 대사
- 1998.5-2000.2 주 러시아 대사
- 2000.2-2003.12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과학대학 석좌교수
- 2007.9.1-2010.8.31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김보정 초빙석좌교수 


대단한 사람이다. '여성학자'로서 이 정도 경력을 쌓기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이 정도나 되는 '분'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글을 쓰다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인호의 이 칼럼은 지난 토요일과 지지난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KBS 1TV <한국사 傳>이 방송한 '이승만 2부작'에 대한 나름의 '비평' 혹은 '방송소감'이라 할 수 있을건데, 어설프게 '미디어비평'을 한답시고 블로그를 개설한 나 정도의 사람이 보기에도 정말 수준 낮은 글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을 도대체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이인호는 이 글에서 자신이 '비평'하는 혹은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평생을 연구활동을 해온 학자가 자신의 글을 이토록 부실하게 쓸 수 있는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KBS는 두 차례에 걸쳐 이승만에 관한 역사 특집을 방영했다"며 'KBS'를 전면에 내세워 KBS를 '까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이인호는 KBS가(정확하게는 <한국사 傳>이다)가 이승만에 대해 "탁월한 능력과 학식을 갖춘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능력을 자신의 권력 추구에만 활용했"고 "일본에 대한 거족적인 울분에도 공감하지 않고 권력을 위해서는 동지를 배반하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광복 후 맥아더의 등에 업혀 권력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킨 미국의 앞잡이"였던 것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사실인가"?라고 묻는다.

과연 이인호의 이런 주장은 '사실'인가. 지지난주, 그리고 지난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이승만 2부작'이 방송된 뒤 <한국사 傳>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요약하자면 'KBS 사장 바뀌더니 뉴라이트 방송으로 바뀌었냐, 지금 이 시점에 이승만을 미화하는 방송을 왜 하느냐, 뉴라이트가 건국 영웅으로 떠받드는 이승만을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들이다.

방송을 본 대다수 시청자들은 <한국사 傳>이 이승만을 미화했다고 비판하는데 정작 이인호는 KBS가 이승만을 부정적으로 '왜곡'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주장이 '사실'일까?

방송을 본 나의 생각으로 <한국사 傳>은 이승만을 미화하지도 않았고, '부정적으로 왜곡'하지도 않았다. 이승만의 행적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여 그를 평가할만한 몇 가지 중요한 지점들을 제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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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도 발굴해 이승만의 행적을 추적한 부분은 이인호가 '역사학자'라면 평가해줄만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이인호는 내가 보건대, <한국사 傳>이 이승만의 부정적인 면을 다룬 것만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인 이승만 대통령을 독재의 화신이요, 분단의 원흉으로 몰아붙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친북좌파의 역사 왜곡 공작이 우리 교육에 스며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KBS의 이승만 특집 방영이 변화하는 학문적 기류에 저항하며 반(反)이승만적 역사해석에 아예 대못질을 해 두겠다는 정면 돌파의 시도인지 아니면 무지나 편향된 역사의식의 단순한 반영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왜곡의 수법이 매우 정교하므로 해독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치 KBS가 좌파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붙였다.

그렇다면 이인호가 "왜곡의 수법이 매우 정교하므로 해독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일까.

글을 보면 별 게 없다. "마치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듯한 해설자의 차가운 어조에서부터 이번 프로그램은 증언에 기초한 ‘사실’만을 담는다는 인상을 준다. 단편적 사실만으로 볼 때는 잘못이 없는 듯 보인다"고 한 정도다. 역사를 공부한 '학자'가 <한국사 傳>같이 역사를 다루는 방송조차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승만 2부작'의 해설은 다른 <한국사 傳> 방송에서도 언제나 볼 수 있는 그 목소리, 그 어조였다. '경주 최부자'를 다룰 때도, '장영실'을 다룰 때도, '혜경궁 홍씨'를 다룰 때도 <한국사 傳>의 내레이션 언제나 그 목소리다. 근데 '이승만 2부작'에서 '정교한 왜곡'을 하기 위해 그런 해설이 동원되었다는 것인가.

이인호는 특히 "정작 심각한 왜곡은 이승만이라는 인물의 생애와 활동에서 어떤 사실을 부각하고 어떤 것을 무시하느냐 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한국사 傳>이 "이승만이 테러식 투쟁방법에 공감하지 않은 사례를 들면서 민족적 반일 감정이나 울분에 공감하지도 않은 냉혈의 정략가인 듯 묘사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든가 ‘일본의 내막’이라는 책을 발간해 미국 국민의 반일감정을 조성함으로써 우리의 독립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에는 침묵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독립운동에서 소외된 독불장군이었다면 왜 광복 후 건국운동 세력들이 앞 다퉈 그를 영입하려 했고 심지어는 공산당의 박헌영까지 이승만을 ‘조선인민공화국’의 주석으로 추대했는가. 물론 그런 사실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긍정적인 측면은 묵살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KBS의 특집은 개별적 사실에 충실한 척하면서 거대한 역사왜곡을 감행하는 전형적 수법을 보여준다"고 <한국사 傳>이 편파왜곡방송을 한 것으로 치부했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사 傳>은 이승만이 외교를 통해. 특히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 임시정부 승인을 얻고, 독립을 보장받으려 했던 그의 활동을 아주 비중있게 소개했다. 특히 만민공동회 개최 이후 사형수가 되기도 했던 '청년 이승만'의 생애를 보여준 부분은 많은 시청자들이 <한국사 傳>을 '이승만 미화 방송'으로 인식하게 할 정도로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남관에 보관된 이승만 관련 여러 자료들을 처음 '공개'한 부분 역시 이승만이 감옥에서 봤다는 성경, 이승만이 썼다는 영한사전, 그리고 '독립정신'이라는 이승만 저서 등은 '독립투사' 이승만의 면모를 한껏 보여준 부분으로, 이승만에 부정적인 나조차 '이승만에게 이런 면이 있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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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인호는 "20대 후반에 그가 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이나 1941년에 발간한 영문으로 된 책 ‘일본의 내막’, 6·25전쟁의 와중에 쓴 한문시를 읽지 않고 감히 그의 인물됨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이승만의 이런 면에 대해서는 KBS가 철저하게 외면한 것처럼 '왜곡'했다.

특히 이인호는 "독립운동에서 소외된 독불장군이었다면 왜 광복 후 건국운동 세력들이 앞 다퉈 그를 영입하려 했고 심지어는 공산당의 박헌영까지 이승만을 ‘조선인민공화국’의 주석으로 추대했는가. 물론 그런 사실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고 했지만, <한국사 傳>이 해방 직전 미국에서 '중경 임시정부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 자격으로 있던 이승만이 미국 단파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를 통해 "전설처럼 한반도 민중을 사로잡았다"는 부분을 자세히 소개했다. 암울한 일제 치하의 막바지, 절망에 사로잡혀 있던 조선 민중에게 독립을 이야기하는 이승만은 '전설'이자, '영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해방 직후 이승만은 열렬한 환영 속에 귀국했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는 내용도 <한국사 傳>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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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는 이 정도의 방송에 대해서조차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방송국 자체가 검증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고 이병순이 새로운 KBS 사장으로 들어선 이때, 이인호는 초장부터 KBS를 확실히 길들여놓을 의도로 이 글을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자신의 구미와 시각에 맞지 않고, 거슬리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절대 그 정도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바로 '이인호'류의 사람들과 '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나야말로 이인호와 동아일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메이저 신문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퍼지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 '조중동을 폐간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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