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길기도 하지요.. 줄여서 문방위라고 합니다)가 생뚱 맞게 '배지' 하나로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문방위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측 의원들이 '낙하산'을 반대하는 문양이 그려진 '배지'를 가슴에 달자,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법 위반'이라며 배지를 뗄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는 '의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라며 계속 배지를 착용해 공방을 거듭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가 된 '배지'는 뭔고 하니,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했던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안착하게 된 YTN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낙하산 사장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고, 그 내용을 '낙하산 반대 배지'에 상징적으로 표현해 착용한 것입니다.
즉, 민주당 의원들이 구본홍 씨를 반대하는 YTN 노조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자신들 역시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이 투하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 볼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그 배지가 한나라당에서 '국회법'을 운운할만큼 대따시만큼 크고, 현란한 것이냐.
(출처-미디어오늘)
같은 한나라당의 강승규 의원도 “배지는 분명한 의사 표시를 집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국회법을 위법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면책 특권이 있다고 하지만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이들은 말로만 문제삼은 게 아니라, 실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회의를 무산시키고, 공방으로 인해 정회가 거듭되는 등 문방위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갔습니다.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더군요.
바로 한나라당의 심재철 의원입니다.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출처-미디어오늘)
심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 때(지난해 9월) 문광위(지금의 문방위) 회의 당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낙하산 배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고 '시위용품'임이 분명한 피켓을 자신의 자리 앞에 떡 하니 붙여놓고, 떼달라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요구를 '쌩' 깠습니다.
당시 심 의원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정청래 의원이 보다 못해 자신이 직접 피켓을 떼어냈는데요,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14대 국회 때부터 기자로 국회를 취재 차 출입해 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국회의원은 모두가 헌법기관인데 존경하기 위해 노력중인 정청래 의원의 방금 행동은 국회의원의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하며 심재철 의원을 두둔했습니다.
'배지'를 달았다고 '국회법 위반'을 운운하는 한나라당이 불과 1년 전에는 전혀 상반되는 태도를 보인 것이죠.
'배지'와 '피켓'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는 피켓에 비하면 배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한나라당 의원님네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