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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가질 욕심에 장난치는 중앙일보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10.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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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10월 21일) 중앙일보 2면에 큼지막하게 실린 기사다.
제목은 보다시피 <프랑스 언론 경쟁력 높이기/신문·방송 겸영, 유통 개혁>이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프랑스에서 언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방 겸영'과 뭔지 모를 '유통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제목에서 보다시피 '유통 개혁'보다는 '신방 겸영'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부제까지 보면 '신방겸영'이 '세계적 미디어 기업 나오게' 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기가 차는 제목 달기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를 보면, 프랑스의 경우 "가판 배달을 사실상 독점하는 신문 공동배급회사(NMPP)가 공급 신문 종류와 공급 날짜를 결정"하기 때문에 일요일 신문이 나오지만 "일요 근무에 반대"하는 노조로 인해 "일요일 가판대는 대부분 휴점"하는 등 "낙후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신문 유통 구조가 "신문 판매업자가 어떤 신문을 팔지 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유통업자의 배급에 전적으로 따르다 보니 신문 판매업자들이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다. 언론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와는 달리 공급업자가 언론 통제 기능을 갖게 된 셈"이라는 건데,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를 고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 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프랑스에서 신문 유통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길래 2면에 크게 배치가 되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유통원이라는 곳에서 '공동배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전국 각지에 지국을 운영하기 힘든 신문의 부담을 덜고, 또 여러 신문에서 한 지역을 동시에 다 배달할 필요 없이 한 군데서 취합해서 한 번에 쫘~악 돌리면 인건비나 다른 중복 경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시작되었다.

이 제도에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그리고 한국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같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신문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중앙일보를 비롯한 조선, 동아 등에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킬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온갖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해가며 독자 확보에 열을 올려대는 조중동으로서는 공배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

그래서 비교적 열악한 신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에도 조중동은 '특정 신문 지원책'이라며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앙일보의 오늘 기사는 우리나라의 공배제와 어느 정도 비슷한 프랑스의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공배제'에도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쓰였을까?

물론 그런 의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기사의 주된 '의도'는 바로 '신방 겸영 허용'이다. 그런데 그 의도를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 유치찬란하다.

이 기사의 전체 원고량은 글자로 따졌을 때 약 1340여자 정도. 그런데 '신방 겸영'과 관련된 내용은 "사르코지의 언론 개혁 방안에는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줄에 그치고 있다. 곧 바로 이어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는 문장까지 포함해도 고작 80자도 안된다.

1/16 정도 밖에 실리지 않은 내용을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문 유통' 부분보다 더 부각해 프랑스가 언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문 방송 겸영 허용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처럼 제목 장난을 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오로지 하나, 중앙일보가 방송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법으로 신문이 지상파방송이나 보도전문채널,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것이 금지 되어 있다. 바로 여론 다양성을 위해서인데, 그렇지 않아도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신문들이 이런 방송을 가질 경우 여론 지배력이 더욱 공고화되고, 여론이 획일화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저 '우려'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우리 한국 사회의 여론 흐름이 조중동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꼴을 이미 우리 눈으로 똑바로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이들 신문들이 방송을 갖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 같은 '규제'를 풀어줄 계획을 노골화하고 있다. 당연히 중앙일보를 비롯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부자신문들의 적극적인 환영을 받으면서.

오늘 중앙일보에는 이 기사 외에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담고 있는 기사가 또 실렸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가 이런 내용의 발제문을 오늘 있을 어느 토론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는 기사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 뿐 아니라 조선과 동아에도 크게 실렸다.

오늘 중앙일보의 프랑스 관련 기사는 왜 중앙일보에게 방송을 주면 안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사 제목에 장난질을 쳐서라도 여론을 조작해보겠다는 신문에 어떻게 국민 모두의 재산인 방송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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