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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시청률 하락의 진짜 원인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10. 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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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 2면에 통계를 이용한 아주 교묘한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신임사장·노조 갈등 / YTN 시청률 급락>이다.

제목만으로도 이 기사의 '야마'가 확 들어온다. 낙하산 사장 구본홍을 반대하는 YTN노조의 투쟁 때문에 YTN 시청률이 '급락'했다는 거다. 실제 기사 내용을 보면 "구본홍 YTN 사장이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노조가 구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하며 발생한 'YTN 사태'의 여파가 시청률 하락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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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월별 케이블TV 채널 시청률'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기사를 읽은 왠만한 독자들은 '아..YTN 내부 갈등 때문에 요즘 YTN이 시청률도 많이 안나오는가보다'라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지어 이 기사는,

시청률 조사기관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사장 반대 상복'이나 '리본'을 보고 곧바로 다른 채널로 바꾼다"고 말했다.


는 내용으로 기사를 마무리해, YTN 노조의 '구본홍 낙하산 저지'와 '공정방송 쟁취' 투쟁 때문에 YTN이 시청률이 급락한 것으로 아예 각인시키기까지 했다.

이 기사의 의도는 너무나 명확하다.

구본홍이 이명박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임은 이미 널리 폭로된 상황이고, 이에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벌이던 YTN 노조는 6명이 해고 당하고, 30명 가까이가 중징계를 당해,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했는데, 조선일보는 '언론자유'와 '언론독립'을 지키기 위해 나선 YTN 노동자들의 투쟁을 흠집내고 위축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동종업계의 동료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이 정권과 사측으로부터 엄청난 탄압을 받고 있음에도 이를 격려하고 지지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기사가 구본홍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YTN에서 밀리면 정권의 방송장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된 이명박 정권을 도와주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두가지 다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의도 자체가 워낙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이 기사는 중심 내용, 즉 '구본홍과 노조의 갈등으로 시청률이 급락했다'는 팩트 자체가 내가 보건대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을뿐 아니라 '왜곡'에 가깝다.

이 기사는, AGB의 조사결과 "올 6월에는 0.765%로 200여개 전체 케이블 채널 가운데 4위였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0.551%까지 떨어지며 9로 밀려났다"는 내용을 '구본홍과 노조의 갈등으로 시청률이 급락했다'는 근거로 삼고 있다.

6월에 비해 9월에는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이 데이터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시기가 하필 YTN노조의 낙하산 저지 투쟁과 일부 겹치면서 조선일보는 '노조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해석을 내놓은 건데,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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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셋째주~2008년 10월 둘째주 YTN 시청률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자세히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2007년 11월 셋째주(11월 19일~11월 25일)부터 2008년 10월 둘째주까지의 YTN 시청률 변화 추이를 주간 시청률 단위로 표시한 그래프다. 시청률 데이터는 조선일보가 인용한 AGB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 자세히 보면, 조선일보가 문제삼고 있는 6월에 비해 7월, 8월, 9월 점차 시청률이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6월의 시청률도 그 이전의 특정시기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다. 이는 무엇때문일까? 반대로 6월의 시청률은 그 직전, 즉 4, 5월에 비해 높아졌다. 이는 또 어떻게 된 일일까?

나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AGB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지난해부터 분석해봤다. 그 결과를 나의 판단으로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YTN의 시청률 하락은 이명박 때문이다.
둘째, YTN의 시청률 상승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과 촛불 때문이다.

그래프를 보다시피 최근 1년 사이 YTN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작년 11월부터 12월 셋째주 사이다. 이 시기 YTN의 시청률은 0.9%를 넘어섰고 등수로는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이 시기는 바로 지난 연말 대선이 있던 시기와 일치한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인 YTN의 시청률도 올라갔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토록 높아던 시청률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12월 넷째주로 오면 0.71%로 '급락'한다. 이는 1월이 되어도, 2월이 와도 좀체로 회복하지 못하고 2월 셋째주에 이르면 0.61까지 떨어진다. YTN을 즐겨 보는 시청층이 이명박이 이긴 대선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가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정치에 대해 관심이 멀어졌고,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을 아예 보기 싫어한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이 시기에는 '이명박 인수위'가 '오뢴지 논란', '강부자' 등 온갖 논란을 일으키던 때와 일치한다.

그러던 YTN 시청률이 3월이 되자, 0.89%까지 올라가더니 4월 중순무렵까지 유지가 된다. 이 시기에는 뭐가 있었을까? 바로 4월 총선이 있었다. 개헌저지선까지 위협하는 '초거대여당'의 탄생을 우려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진 시기다.

그리고 4월 총선에서 역시나 한나라당이 '압승'하자 YTN 시청률도 다시 0.6%대로 떨어지는데, 5월이 되자 다시 0.7%대로 올라가더니 6월 첫째주에는 0.79%로 정점을 이룬다. 6월 내내 0.75, 76, 77을 유지하고 7월 둘째주까지 0.7%대를 사수한다. 그러다 7월말부터 8월에 이르면서 시청률은 0.6%에서 0.5%대로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0.4%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시기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YTN노조의 투쟁 때문일까? 아니다. 바로 '촛불'이다.
이 시기 YTN 시청률의 상승과 하락은 촛불의 상승과 하락과 맥을 같이 한다. 촛불이 거대하게 켜졌을 때 YTN의 시청률이 높이 올라갔으며, 무지막지한 정권의 탄압으로 촛불이 위축되고 작아지자 YTN의 시청률도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특히 최근의 경우,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제때 내놓지 못하고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을 급등하면서 YTN 시청자들의 정치에 대한, '뉴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된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상복과 리본 때문이 채널이 돌아간다'며 조선일보 답한 어느 시청률 조사기관 관계자의 어처구니없는 발언과 달리 경제위기로 살맛나지 않는 국민들이 날마다 주가 떨어지는 소식밖에 나오지 않고, 그럼에도 왔다갔다 말을 바꾸는 이명박과 그의 관료, 한나라당의 말을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아 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이런 해석이 조선일보의 주장보다는 더욱 설득력있지 않을까?

YTN 기자들이 '스탠딩'(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서 리포트를 하는 것)할 때 리본을 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그 장면이 방송에 나온 적은 내가 알기로 없다. 편집 과정에서 다 삭제했기 때문이다. '상복'? 그저 검은 옷을 입었을 뿐인데,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채널을 돌렸다고? 정말 조선일보에 인터뷰해줄 만한 정신세계를 가진 '분'인 듯 하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YTN의 시청률은 이명박 정권이 떨어트린 것이다. 조선일보가 엉뚱하게 YTN노조 책임으로 몰아간다고 해서 YTN노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없어지지 않는다. YTN은 국민적 지지를 받음에도 조선일보는 찌라시라고 욕을 먹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은 것이다.

YTN노조!!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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