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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이미지'의 강병규와 KBS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8. 11. 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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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도박사이트에서 억대의 도박을 벌여 '4억원' 정도를 잃었다는 '지상파TV 유명톱MC K씨'가 강병규 씨로 드러나고 있다.

오늘(11/12) 중앙일보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11일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로 방송인 강병규씨에게 소환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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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미 하루 전 역시 중앙일보의 보도로 알려진대로 '바카라' 등을 했던 해외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수개월 동안 총 16억원을 송금했고, 그 가운데 12억원만 돌려받아, 4억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씨가 참여했다는 이 도박 사이트는 참가자가 원화를 송금하면 1000원당 1달러로 환산해 게임 머니를 지급하고 남은 게임 머니는 다시 원화로 환산해 송금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강 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돈도 잃고 명예도 잃고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런데, 강 씨가 해외 도박 사이트를 통해 거액의 도박을 했건말건 그 사실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강 씨가 오랫동안 진행자로 있었던 KBS <비타민>에서의 하차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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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11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타민 MC 강병규 자진 하차"라는 제목으로 "비타민의 MC 강병규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더 이상 프로그램과 제작진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혀 왔다"며 "이에 KBS 비타민팀은 강병규의 의사를 존중해서 MC 교체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파문' 때문에 강병규 씨가 '스스로' 물러난 것 같지만, 이번 도박 사건까지 결부되고 보니 어째 짧은 보도자료에 담긴 문맥이 심상찮게 다가온다.

사실, 윤도현, 정관용 등 KBS의 음악프로와 시사프로를 대표해온 나름대로 '간판MC'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제작비 경감'을 이유로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판에 여론조차 좋지 않았던 강병규 씨는 오래 개긴 편이고, KBS 역시 강병규 씨의 '쌩까기'에 힘을 실어줬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의 빗발치는 <비타민> 하차 요구에 대해 강 씨는 "극단적으로 연예인들을 몰아가는 언론에 우선 유감스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내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하차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수긍하기 어렵다. 하차는 없을 것이고 녹화에도 예정대로 참여할 것이다"('조이뉴스24'와의 단독인터뷰)고 밝히면서 동시에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번 만큼은 철저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을 검토해보면 "어찌 됐건 국민들에게 사과"하지만 언론때문에 부풀려진 게 많기에 앞으로 철저히 대응할 것이며 <비타민>에서 하차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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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MC'가 언급된 11월 11일 중앙일보 기사)

그런 강병규 씨가 '갑자기', '별안간', 11월 10일 <비타민>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고, 그동안 강병규 씨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취재진의 접근조차 통제해왔던 KBS도 '강병규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을 역시 KBS 가을개편이 '사실상' 확정된 뒤에 '갑자기', '전격적'으로 밝힌 것이다. 강 씨의 '자진사퇴' 의사를 수용하는 게 내심 아쉬웠는지 KBS는 보도자료에 "그동안 강병규는 건강한 이미지로 정은아와 함께 5년간 비타민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건강한 이미지'라,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우스운 표현인지 절묘함마저 느껴진다.
'해외도박사이트에서 억대의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게된 건강한 이미지의 강병규'.

따라서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표현까지 담았을 정도니, 아마도 KBS는 억대도박에 연루된 '유명MC K씨'가 강병규 씨였음은 이날까지는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됐던 잡고 싶은데,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존중할 수밖에..'라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보도자료를 뿌리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만약 알고도 이런 보도자료를 냈다면??? --;;)

그렇다면, 이제 강병규 씨를 보자.
사실 그동안 진행된 과정을 보면 검찰의 혐의가 사실임을 전제할 경우 강병규 씨는 참 대단한 인물로 느껴진다.

강병규 씨가 연루된 '해외도박사이트'에 대한 최초의 보도는, 지난 9월 29일 거의 모든 일간지에서 동시에 나왔다.

<도박 사이트로 1000억 '떼돈'...1년만에 5천억 판돈>(경향신문), <5000억대 사이버 '도박' 내국인만 수만명 '쪽박'>(서울신문), <'인터넷 바카라'로 100억 챙겨>(조선일보).... 등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는 사회면에서 검찰의 이 사건 수사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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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 씨가 연루되었다는 해외도박사이트에 대한 검찰의 첫 수사발표 관련 조선일보 기사)

필리핀에 해외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던 주범이 우리나라에 '잠시 귀국'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그를 급습해 잡아들였다는건데, 검찰 수사결과 이들은 인터넷 도박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게임장에 CNN을 틀어놓고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강병규 씨가 검찰의 주장처럼 이 도박 사이트에 16억원을 송금하는 등 도박을 했다면, 거의 모든 일간지에서 다뤄진 이 사실을 몰랐을까?, 'CNN을 틀었다'는 상세한 수법까지 고스란히 소개되었는데, 자신이 참여한 사이트가 적발됐음을 몰랐을까?

자, 만약 강병규 씨가 실제로 도박을 했고, 자신이 도박에 참여한 사이트가 검찰에 적발된 사실을 '알았다'고 가정한다면(물론 지금 현재 강병규 씨 측은 '고스톱도 칠 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중이다),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이 아니더라도 벌써 오래전에 <비타민>에서 물러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오히려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에 편승해서 진작에 물러났더라면 '전술적'으로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강병규 씨는 <비타민> 진행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며 개겼다. 검찰의 수사로 언론 지상에서 '지상파TV에서 활동하는 유명MC K씨'가 거론되는 순간까지 개겼다. 그것도 이제서야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핑계를 대며....

아직 검찰의 수사가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 나는 강병규 씨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자 한다. 그는 도박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만약에 강 씨가 실제 억대의 도박을 했다면, 그가 그동안 보인 모습은 참으로 가소롭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까?, 자신에게까지는 수사가 미치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이용해 용케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에 자신이 참여한 도박 사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비타민> 진행을 지키려고 했던 것일까? 심지어 언론 인터뷰까지 골라가며 '억울하다'는 식의 항변으로 일관한 용기와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검찰의 수사로 어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강병규 씨가 실제 KBS가 그토록 감쌀만큼 '건강한 이미지'의 연예인인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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