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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출연하는 드라마, 보시겠습니까?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8. 12. 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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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TV드라마PD협회에서 주최하고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한 <TV 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상파방송사 관계자, 연기자, PD, 학계, 방송유관기관, 언론관련시민단체, 드라마제작사(외주사) 등 드라마와 관련한 다양한 사람들이 거의 나와 한국 드라마에 대해 장장 4시간에 걸쳐 토론을 펼쳤습니다.

다양한 입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은 관계로 모두가 합의했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 드라마는 위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 쪽에서는 불쾌한 반응을 나타내긴 했지만, 최소한 현재와 같은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부분 동의했다고 봅니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른바 '스타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만 문제삼을 것이냐, 아니면 조연급, 신인급, 단역급 모든 출연료를 테이블 위에 놓고 논의할 것이냐, 지금의 출연료가 문제가 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줄일 것이냐 등등 의견과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또한 드라마의 위기를 놓고 '출연자들의 고액 출연료'만 문제삼을 수 있냐, 지상파방송사와 그 제작진들은 뭘 잘했냐, 외주사들은 문제가 없냐, 우리나라는 드라마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 등등 하나하나를 가지고서는 결론이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들도 논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어제 토론회가 '출연료 정상화'를 주제로 열린만큼 여기에 대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면 좋을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표는, 드라마PD협회에서 만든 자료로 어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예로 든 이른바 '스타급 연기자'와 '스타급 신인연기자'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입니다. 물론 단위는 '만원'입니다.

주연 연기자

신인 연기자

용준

25000(?) (태왕사신기)

윤계상

1800 (누구세요)

송승헌

7000 (에덴의 동쪽)

장근석

1200 (베토벤바이러스)

권상우

5000 (못된 사랑)

이수경

1000 (대한민국 변호사)

박신양

5000 (바람의 화원)

김지훈

1000 (연애결혼)

이정재

5000 (에어시티)

이진욱

1000 (유리의 성)

최지우

4800 (스타의 연인)

지현우

1000 (내사랑 금지옥엽)

송일국

4000 (바람의 나라)

고아라

950 (누구세요)

고현정

3500 (히트)

고주원

800 (내 여자)

송혜교

3500 (그들이 사는 세상)

이동욱

800 (달콤한 인생)

손예진

3000(?) (스포트라이트)

이하나

800 (태양의 여자)


이가운데 배용준 씨의 경우는 2억5천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언론 등에는 1억원이라고 알려지기도 했고, 배용준 씨의 소속사인 BOF가 태사기의 제작사로 참여한만큼 출연료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 표시가 되어 있는 손예진 씨의 경우 3000만원이긴 하나 '시청률연동제'에 따라 더 받았을수도, 덜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주연급의 스타 연기자들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3000만원을 우습게 넘고 있습니다.

년도

방송사

드라마

배우

출연료

2001

SBS

여인천하

강수연

400~500만원

2002

SBS

별을 쏘다

전도연

600~700만원

2002

KBS

장희빈

김혜수

600~700만원

2003

MBC

대장금

이영애

600만원

2005

SBS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

1,500만원

2005

MBC

슬픈연가

김희선, 권상우

2,000만원

2006

MBC

여우야 뭐하니*

고현정

2,500만원

2006

SBS

연애시대

손예진

2,500만원

2006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

문정혁(에릭)

2,000만원 이상

2007

SBS

쩐의 전쟁

박신양

4,000만원

2007

MBC

태왕사신기

배용준

공개곤란

(언론에는 1억으로 알려짐. 제작사 권리 양도 있음)

2007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윤은혜

2,000만원

2007

MBC

에어시티

이정재, 최지우

4,000만원

2007

SBS

마녀유희

한가인

3,000만원

2007

MBC

히트

고현정

3,500만원

2007-08

MBC

이산

이서진

2,400만원

2007-08

KBS

못된 사랑

권상우

5,000만원

2007-08

MBC

뉴하트

조재현

2,000만원

2008

MBC

스포트라이트

손예진

(3000만원초반, 시청률연동제)

2008

SBS

일지매

이준기

2,500만원

2008

MBC

밤이면밤마다

김선아

2,500만원

2008

MBC

에덴의 동쪽

송승헌

7,000만원(제작사권리양도 있음)

2008

KBS

바람의 나라

송일국

4,000만원

2008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송혜교

3,500만원

2008

SBS

바람의 화원

박신양

5,000만원

2008

MBC

베토벤바이러스

김명민

2,500만원

2008-09

MBC

종합병원2

차태현

2,000만원

2008-09

SBS

스타의연인

최지우

4,800만원


그리고 위 표는 어제 토론회에서 <한국 TV 연기자 출연료 제도의 합리적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았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책임연구원이 친박연대의 김을동 의원이 국정감사 때 배포한 자료와 일요신문의 기사 등을 토대로 정리한 TV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 현황입니다.(하 책임연구원은 이 자료에 대해 "배우들의 출연료가 외부에 정확한 금액으로 알려지는 경우는 국정감사자료에 의해 알려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문 등에 보도된 출연료 등은 신문사와 보도 시점에 따라 제각각임"을 전제했습니다.)

이 표를 전제로 스타 연기자들의 드라마 출연료를 살펴보면 일단 2005년부터 출연료가 급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주연급 연기자들의 회당 출연료는 약 600만원 정도였는데, 2005년 <프라하의 연인>에 출연했던 전도연이 1500만원을 받는 등 1000만원대를 넘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2006년 2500만원, 2007년 3000~4000만원 등 스타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스타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급증한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 연기자를 먼저 확보하려면 제작사와 방송사의 경쟁에 따라 몸값이 올라갔을 것이고, '쟤는 이만큼 받는데, 내가 쟤보다 못할 게 뭐냐'는 식의 연기자 스스로와 연예기획사의 몸값 올리기도 그 원인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토론회를 지켜보니 제도적 차원에서 꽤나 설득력 있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바로 <겨울연가> 이후 일기 시작한 '한류'가 <대장금>을 계기로 대세가 되면서 마치 드라마를 찍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리고 해외에다 팔아 계속적인 한류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정책당국(여기에 해당되는 곳이 문화관광체육부와 방송위원회-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되겠습니다)의 바람몰이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한류', '한류'를 외치면서 마치 드라마를 찍기만 하면 뭐든 해결되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드라마 제작에 돈이 몰리게 만들고 드라마 자체에 거품이 끼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대장금> 이후로는 그만큼 한류붐을 일으킨 드라마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아니 만들어지는 '대작 드라마'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졌지요. 그로 인해 드라마 제작 여건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음에도 이미 높아진 스타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늘어가기만 한 것입니다.

항목

실 제작비 대비(%)

출연료

60

극본료

15

스텝료

23

진행비 등

2

 

위 표는 어제 토론회에서 소개된 것으로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제작이사가 올해 열린 '드라마 산업 현황과 과제'라는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더 이상 설명할 게 없지만 예를 들어 미니시리즈 드라마 1회 제작에 1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될 경우 연기자들의 출연료에만 6000만원이 나가고 작가에 대한 원고료가 1500만원이 나가고 조명, 무대, 분장, 촬영... 등등등에 2300만원이 나간다는 얘깁니다. 즉 드라마 한 편 만드는데 필요한 돈 가운데 75%가 연기자와 작가에게 나간다는 거죠. 그리고 그 75~80%에서도 주연급 연기자 극소수에게 나가는 돈이 다시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과연 정상적으로 보입니까?

주연급 연기자 한 명에 들어갈 출연료라면 단역(엑스트라) 연기자 1000명을 출연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제작 현실이 이렇게 이미 덩치 큰 곳에 쓸 돈 다 쓰다보니, '태사기'를 찍을 때 전쟁씬을 마치 동네 아이들 병정놀이처럼 만들게되고, 드라마에만 유독 편모, 편부가 넘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라지고... 그렇게 되는 것이죠.

어제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온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에덴의 동쪽'의 국대호 회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이자 실력자로 나오는데, 집에 파출부 한 명 없이 자신이 밥을 해먹고, 운전기사도 없고, 전화 받아주는 비서도 한 명 없다"고 꼬집더군요.

스타연기자들이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그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넘어 드라마 제작 구조 자체를 기형적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드라마의 질이 점점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 토론회를 통해 비로소 정확하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드라마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등급에 따라 어느 정도의 기준이 정해져 있더군요. 바로 18등급에 따른 기준인데, 1~5등급까지는 아역 연기자들이 해당되고, 이후 6등급부터 18등급은 인기도와 경력, 연기력, 수상경력, 방송사 기여도 등에 따라 18등급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현재 적용되는 등급에 따르면 6등급은 회당 출연료가 20만원, 18등급은 약 200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 등급제는 거의 유지가 되었고, 다만 최불암 씨나 김혜자 씨 등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연기력을 보이는 연기자들 정도가 이 등급제를 초월하는 '특급 연기자' 대우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연기력이나 연기경력 따위는 나중에 문제고 얼마나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스타인가에 따라서 웬만한 주연급들은 거의 대부분 등급을 초월한 특급 연기자로 분류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급 연기자들이 이처럼 등급까지도 초월한 대우를 받게 된 데는 이야기했다시피 제작사와 방송사들의 경쟁 등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크지만, 이런 경쟁을 불러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스타가 출연하면 드라마가 대박을 칠 것이다'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서부터 발생하게 됩니다.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비싼 작가 쓰고, 스타 연기자 내세우면 드라마의 내용이나 완성도는 따지지도 않고 시청자들이 볼 거라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두 말 할 필요 없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고액을 받는 연기자와 그 연기자가 출연한 드라마를 표로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속된 말로 '돈값'을 한 드라마는 과연 몇 편이나 되겠습니까?

물론 연기자가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고, '걸맞는 대우'는 어느 정도 검증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제 토론회에서 하 책임연구원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에는 드라마 전체 제작비 가운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5~30%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스타급이라고 할 경우에도 전체 제작비에 비추면 10% 정도라고 합니다. 즉 전체 출연료 비중 가운데 스타급 출연료가 절반에서 1/3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는 방송ㆍ광고업계에 '잠재시청률'이라는 암묵적ㆍ비공식적인 지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잠재시청률' 생소한 용어인데, 쉽게 말해 어떤 연기자가 출연할 경우 연출이나 내용과 무관하게 시청자들이 얼마나 그 드라마를 볼 것인가를 수치화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A연기자가 출연할 경우 시청률이 몇 %가 예상되는데, B 연기자가 출연하면 몇 %가 나올 것이다'라는 것들이 조사되고 그 자료가 작성된다는 겁니다.

조사 내용은 단순한 것 같습니다. 무작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특정 탤런트가 출연한다면 시청할 의향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과거 3년간의 출연 드라마 시청률, 미디어와 버라이어티, 광고 출연을 포함한 텔레비전 출연횟수, 미디어 노출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조사된 '잠재시청률'에 따라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합니다.

과연 이 잠재시청률을 우리의 경우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제시한 스타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과연 적정한 것이었을까요?

여기서 한 번 블로거와 네티즌들의 집단지성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네요. 우리나라의 이른바 '스타연기자'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고정시청층을 안고 있는지, 그들이 그만큼 많은 돈을 받을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다 같이 한 번 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서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를 한 번 검증해봤음 하네요.

한국TV드라마 연기자 '잠재시청률' 조사

1) 이 연기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무조건 본다.
2) 이 연기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적어도 반 정도는 보고 더 볼지 안 볼지를 결정한다.
3) 이 연기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예의상 한두회는 보고 더 볼지 안 볼지를 결정한다.
4) 이 연기자의 출연 여부 보다는 작가나 연출이 더 중요하다.
5) 이 연기자의 출연 여부 보다는 드라마의 소재가 더 중요하다.
6) 이 연기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무조건 볼 필요가 없다.

A) 장동건   B) 정지훈(비)  C) 정준호  D) 원빈  E) 권상우  
F) 이정재   G) 배용준  H) 이준기   I) 김명민   J) 이서진

K) 윤은혜   L) 손예진    M) 김선아  N) 최지우 O) 이영애  
P) 고현정   Q) 한가인   R) 전도연  S) 김혜수  T) 최강희


어떤 근거에 따라 예시를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엔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이다 싶은 정도에 따라 여섯가지 경우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들의 경우 현재 지상파에 출연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 객관성이 떨어질 듯 하여 그 사람들을 배제하고 나름대로 '톱스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남녀 각각 10명씩 꼽아봤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더 있겠습니다만, 일단 생각나는대로 나열한 거니 크게 딴지 걸지는 말아주시길~~ ^^;

하여 이 기준에 따라 한 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조사에 참여해주겠습니까?
방법은, A-1, B-2.... 이런 식으로 댓글을 남겨주시면 되구요. 약 100명 이상이 모이면 종합해서 그 결과를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왕이면 댓글을 비밀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스타연기자들의 출연료가 적정한지, 아니면 얼마나 거품이 끼어 있는지 한 번 판단해볼만한 자료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로 꽤나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만들어진다면 한국 드라마의 이상한 제작풍토를 개선하는 데도 어쩌면 쬐끔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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