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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당선자의 말씀을 믿고 싶습니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12. 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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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12대 KBS 노동조합 부위원장 당선자님,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선거 결과가 공표된지 약 1주일만인데, 당선 축하가 좀 늦었죠.

사실 KBS 노조 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최재훈 당선자께서 러닝메이트로 조를 이룬 '강동구-최재훈'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내심 기대했던 후보가 정말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솔직히 '강동구-최재훈' 후보를 선택한 KBS 구성원들에 대한 실망도 컸죠.

하지만 최재훈 당선자에게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고 하면서 '축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기에 힘든 선거 과정을 치르고, 당선까지 된 것에 대해 수고하셨다는 말씀,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최 당선자가 'PD저널'과 한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12대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니, 저로서는 실망스러운 KBS 노조의 선거 결과이긴 하나, 최 당선자가 부위원장이 될 12대 KBS노조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 당선자께서는 "50대 50대이라는 분할이 가지는 의미는 조합이 통합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라며 "통합을 하지 않으면 자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을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노조 집행부로 '삼고초려'해 '무지개 집행부'를 구성하겠다는 선거 당시의 공약을 다시 약속했습니다. 

특히,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 사측이 정연주 사장 축출 반대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여온 'KBS 사원행동' 쪽 관계자들을 징계할 경우 "12대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전면전에 대한 선포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옳으신 판단입니다. 정상적인 노동조합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이 약속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리라 믿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12대 KBS노조 후보등록이 끝난 뒤, <'MB개그' 못지않은 모 KBS노조 후보의 개그>라는 글을 써 최 당선자가 출사표로 내놓은 말들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최 당선자가 "진정한 노동자의 벗이 되겠다"며 스스로를 "진정한 노동자의 벗임을 자부한다"고 한 말이 당시 저에게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허황한 미사여구로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동구-최재훈' 후보를 10대 진종철 집행부와 11대 박승규 집행부를 잇는 노조로 판단했습니다. 강동구 위원장 후보가 박승규 집행부의 부위원장이고, 최재훈 후보 또한 10대 집행부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기에 저에게는 당연히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11대 노조가 어떻게 했습니까?

이병순 사장이 들어선 직후 KBS에서 이뤄진 이른바 '한밤의 인사대학살'로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사원행동에 참여한 기술직들이 오지로 쫓겨나고, 프로그램 제작과 보도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제작일선과 취재현장에서 배제되었음에도 11대 노조는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인사대학살'이 있었음에도 '나 몰라라'며 외유를 떠났습니다.

그랬던 11대 노조의 뒤를 잇는 것이 명백해 보이는 후보가 '진정한 노동자의 벗이 되겠다', '노동자의 벗임을 자부한다'는 말이 어찌 곱게 들리겠습니까? 제 눈에는 최재훈 당선자의 그 말이 개그로 보였습니다. 아니 우울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제 당선이 되고서도 "언론 노동자로서 노동계급과 공영방송 철학에 맞게 싸워야 한다"며 언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강조하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에 단호히 맞서 싸울 각오를 밝힌 것을 보며, 더 이상 그 말을 '개그'로만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아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꼭 그렇게 하실거라 믿고 싶습니다.

만약 '행동'으로 이러한 약속들을 실천한다면, 저 또한 12대 KBS노조에 대해 그동안의 편견을 씻고 격려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12대 KBS 노조가 실천으로 보여준다면 노조 선거 결과에 실망해 '더 이상 KBS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며 '수신료 납부거부운동'까지 거론하는 시청자들과 시민들도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을 겁니다.

(12대 KBS노조 당선자, 강동구 위원장 당선자(왼쪽)와 최재훈 부위원장 당선자(오른쪽))

12대 KBS 노조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노동조합'이라면 앞으로 해야 할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의 부당한 징계를 막아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요,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분명하고도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공영방송법'에 대해서도 KBS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 무척 크겠지요.

최 당선자의 말씀대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KBS 내부 구성원들이 단결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최 당선자께서 '통합'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최 당선자가 진정한 '노동자의 벗'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재훈 당선자와 12대 KBS 노조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일말의 기대를 부디 헛되지 않게 해주시길 재차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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