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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토 시민논객께 대신 답변드립니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12. 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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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MBC '백분토론'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펼쳤죠.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등등등 짚어야 될 것도 많고 이야기해야 될 것도 많은데, 어쨌든 어제 백토에서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문제와 '재벌의 방송진출'에 포커스를 맞춰 6명의 패널이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토론을 보신 분들은 이런 내용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셨을 겝니다.

근데, 어제 토론을 보다보니, 어떤 시민논객 한 분이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대단히 생뚱맞으면서도, '조중동'이 짜놓는 프레임이 얼마나 심각하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백토 시민논객 임원식 씨가, 민주당에서 나온 이종걸 의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를 반대하고 비판했던 일부 보수신문에 대해서는 정부의 광고수주량이 상당히 낮고, 상대적으로 진보매체나 정부에 친화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정부 광고 수주량이 상당히 높았다. 정부의 광고수주량이 서로 다른 게 언론의 공공성이나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건데 이것을 민주당이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민주당과 학계, 언론노조 관계자 등이 정권의 언론장악을 비판하고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을 열나게 주장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정권으로부터 언론이 독립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게 대단히 생뚱맞았더랬죠.

상황적으로 임원식 씨가 제기한 문제를 '해석'해보면,

'민주당이 지금은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니네가 정권을 잡았던 때는 비판언론에게 광고를 적게 주는 등 탄압한 게 아니냐, 그런 니들이 언론의 독립성을 주장할 자격이 있느냐'

뭐 이런 의도를 가진 질문이 아닌가 싶은데, 정작 임원식 씨가 방송에서 한 질문은 대상이 애매모호하고, 정확하게 뭘 지적하려는 건지 아리송했지요.

어쨌든, 그럼에도 임원식 씨의 질문의도가 제가 해석한 것이라 했을 때 역시나 질문의 내용은 상황에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주장의 근거를 갉아먹는 '자충수'나 마찬가지의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원식 씨가 말한 것처럼 지난 노무현 정권 동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일부 보수신문', 쉽게 말해 조중동의 경우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광고수주량이 적은 건 맞습니다. 정부 광고 집행에 대신하는 언론재단이 그런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지요. 이 내용이 사실이다보니 임원식 씨도 그렇고 이런 내용을 접한 시민들도 그렇고, '아, 조중동이 정말로 노무현 정부로부터 탄압받았구나'라고 느끼기 십상일 겁니다.

그런데, 이 통계에는 하나의, 그리고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조중동의 경우 정부로부터 받은 광고의 양은 다른 신문에 비해 적었지만, 그 적은 광고의 대가로 받은 '광고수주액'은 다른 신문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는 겁니다. 즉 정부광고를 조금만 받고도 돈은 다른 신문에 비해 많이 받은 거죠. 광고단가가 그만큼 높았다는 겁니다.


              (표 출처 : 오마이뉴스)

자, 위의 표에서 보듯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정부 광고를 싣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받을 신문사는 바로 중앙일보입니다. 경향신문의 약 두 배에 달합니다. 그 다음이 조선일보, 그리고 그 다음이 동아일보입니다. 우익세력들이 '좌파매체', '친노매체'로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한겨레신문보다 중앙일보는 약 83억원을 더 받았고, 경향신문보다는 86억원이나 더 많이 노무현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광고수주량은 임원식 씨 말대로 서울신문이 9070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겨레신문(5417건), 경향신문(4697건), 중앙일보(3680건), 한국일보(3209건), 세계일보(2841건), 동아일보(2825건), 조선일보(2782건) 등의 순입니다.

이 통계를 토대로 '건당 광고료' 즉 건당 광고단가를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약 670만원, 조선일보는 약 730만원, 동아일보는 약 700만원 정도가 나오구요. 한겨레는 약 300만원, 경향신문은 약 290만원입니다. 즉 광고단가가 '정부비판신문' 조중동이 '친정부신문' 한겨레, 경향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는 거죠.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을 열라 까기만했고, 발목을 걸었던 신문들에게는 훨씬 비싼 값을 치루며 광고를 게재해 정부 돈을 더 많이 준 이 결과, 임원식 씨는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임원식 씨가 이종걸 의원에게 한 질문대로라면 민주당은 비판언론을 탄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육성한 것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래는 노 정권 5년 동안 전부는 아니지만, 2004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광고수주액을 집계한 것입니다. 뭐 결과는 똑같죠.)



노무현 정부 동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조중동이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도 싹 빼버린 채 광고수주량만 가지고, '노무현 정부가 비판언론을 탄압했다'고 주장했고, 조중동 역시 자신들이 다른 신문들에 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고 광고수주량만 가지고 대서특필하며 '노무현 정부가 우리를 탄압하고, 친정부매체는 키워주고 있다'고 여론을 호도했지요.

임원식 씨는 바로 이런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된 통계를 살펴보지도 못한 채 백토 시민논객으로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질문을 하고 만 것입니다.(설마 임원식 씨가 광고수주액에 대한 통계도 알고 있으면서 광고수주량만 가지고 질문하지는 않았겠죠?)

어떻습니까?
조중동의 여론왜곡의 피해자가 된 느낌, 어떻습니까?
조중동이 실로 나쁜 넘들이란 생각이 팍팍 들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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