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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대통령 미화' 파헤친 민언련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9. 1. 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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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선행’을 부각해 ‘정권홍보방송'이라는 시청자의 지적을 받고 있는 KBS의 <현장르포 동행>(1월 8일 방송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논평을 내놨다.

KBS <현장르포 동행>의 ‘대통령 홍보’ 해명, 석연치 않다(<== 민언련 논평 전문 보기)

언론 관련 '시민단체'로서 방송을 '모니터'해 '비판'을 할라치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동행>에 대해 논란이 일자 KBS 측에서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격려를 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소개한 것”, “미화라고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외주제작프로그램인 이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한 외주제작사의 제작진도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이 청와대까지 초청됐다는 건 이채로운 하나의 이벤트로 볼 수도 있어 그저 ‘재미있겠다’ 싶어 제작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미화할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자, 이러한 KBS와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 민언련은 과연 어떻게 반응과 입장을 내놨을까.

민언련은 일단 "우리 역시 대통령이 소외계층을 돕는 일 자체를 탓할 마음은 없다"며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무조건 ‘정권홍보’, ‘정권미화’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고 전제했다. <동행>이 대통령을 등장시켰다고 '대통령 홍보방송'은 아니라는거다. 하지만 민언련 <동행>의 8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동행>이 ‘대통령의 선행’을 다룬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튀고’, ‘어색해’ 정권을 홍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무엇을 근거로?

민언련의 논평을 재구성해 보면 몇가지가 있다.

첫째, 논란이 되는 최승매 씨 가족과 관련한 첫 방송이 나간 뒤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졌다며 <동행>은 후원자들 중에 대통령과 영부인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클로즈업해 보여주고, 편지의 한 대목을 최 씨 딸에게 읽게 한 뒤 "이명박 할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터뷰를 넣었다.

(최 씨 가족을 후원한 많은 사람들 중에 대통령과 영부인이 있었다면 언급하면 될 일이지 굳이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 어린 딸에게 인터뷰까지 받아낼 필요가 있었냐는 거다. )

둘째, <동행>은 최승매 씨가 청와대에 초청받았다는 내용을 다루며 '특이한 편집'을 보였다. 민언련의 논평 내용을 직접 인용해보자.

최 씨가 청와대에 초청받았다는 내용을 다룬 부분도 어색하다. <동행>은 이 부분에서 ‘특이한’ 편집을 보였다. 또 다른 출연자인 민경이 가족이 TV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 그들이 보는 TV 속 뉴스(KBS <뉴스광장>, 12/24)에서 최 씨가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동행>은 TV 화면을 잠깐 비추더니, 이어 실제로 청와대 행사를 촬영한 영상으로 슬쩍 넘어갔다. 최 씨를 자연스럽게 동행취재 했다면 굳이 이런 편집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민언련이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동행취재'한 것을 편집했다기보다는 '특이한 편집'으로 보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장면들 때문이다.

- 청와대 행사장에서 최 씨의 얼굴이 나온 장면은 24일 <뉴스광장>이 보도한 장면과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될 만큼 구도와 내용이 흡사했다. 최 씨가 왼쪽 눈썹 쪽에서부터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내리고, 뒤로 남자가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뉴스에 나왔던 화면의 앞부분을 조금 길게 쓴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아 보였다.

- 이 장면은 ‘민경이네 TV’를 통해서 한 번, 실제 청와대 행사 촬영 영상으로 한 번, 모두 두 번 나왔다. 눈으로 구분이 안될 만큼 비슷한 장면을 두 번씩이나 노출한 것이다.

- 또 <동행>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각각 초청받은 사람에게 목도리를 매어주는 장면도 보여줬는데, 이 부분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KTV 영상물과 각도가 매우 흡사했다.

(민언련 논평에서 발췌)


민언련은 이러한 장면들에 대해 "만의 하나, <동행> 제작진이 최 씨를 동행취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영상물을 조금씩 이어 붙여 ‘대통령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 홍보 부분을 억지로 끼워넣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좀 더 생생하게 민언련의 논평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해당 장면의 이미지를 캡쳐하려고 했는데, 컴이 문제가 있는지 동영상 재생이 안된다. 다만 '미디어오늘'이 민언련의 논평을 기사화하면서 사용한 이미지가 있어 인용해본다.


기사 전문 보기 : "KBS <동행> 제작진해명 석연치않아"

이 이미지의 윗부분은 12월 24일 KBS <뉴스광장>에서 다뤄진 최승매 씨 모습이고, 아래는 1월 8일 <동행>의 한 화면이다. 민언련의 지적처럼 화면의 구도와 내용이 '똑같다' 싶을 정도로 흡사하다. '대통령 홍보'를 위해 다른 영상물을 짜집기하여 '대통령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얼마든지 제기될 만 한 것이다.

만약 민언련의 이와 같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 홍보' 여부를 떠나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놓고 보더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행>은 기획의도에서 "현장르뽀 동행은 대한민국 하위 1%의 삶과 현실에 밀착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 역시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시청자들과 공감코자 한다"며 "한국사회 ‘신빈곤’ 현실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작포인트'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100%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리얼리티 형식"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행취재'라면서 동행하지도 않고 뉴스에 나온 화면과 국정방송의 화면을 짜집기한 것이라면, 이 같은 기획의도와 제작포인트는 시청자에 대한 농락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동행>과 KBS 측은 이미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최승매 씨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부터 이를 '보도자료'로까지 내면서 대통령의 행적을 청와대를 대신해 '홍보'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를 그냥 '보도자료'화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어이 다시 한 번 방송을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선행'을 널리 알린 것이다.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런 시각이 더 문제'라면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

최근에 '언론'관련 '시민단체'랍시고, 방송을 '모니터'해 이런저런 '보고서'를 내놓아 조중동으로부터 대서특필되고 있는 '공정언론시민연대'의 활동을 보며 '언론관련 시민단체'의 모니터 능력에 대해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사실을 적시한 뉴스 제목'을 '편파방송'의 사례로 들지 않나, 수평선상에서의 비교 대상이 되기 힘든 케이블채널과 지상파의 방송심의제재건수를 들어 '공영방송이 더 문제'라고 하질 않나, 정부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분명한 보도임에도 '보도량이 많다'는 이유도 정부에 부정적인 것처럼 해석하질 않나.

그런 공언련의 모니터링 결과물을 보다, 이번에 민언련의 논평을 보니 '언론 관련 시민단체의 방송 모니터'가 뭔지를 보는 것 같다.

(공언련 모니터 자료를 대서특필한 중앙일보의 기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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