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용산 철거민 참사, 언론의 책임을 묻는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1. 20. 14:05

본문

먼저 용산 철거민 강제, 폭력 진압 과정에서 돌아가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밝힙니다.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경찰에게 있습니다. 아무리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쏜다 하더라도 그 어떤 안전대책 마련도 없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을 하다니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경찰, 노무현 정권 당시 전용철·홍덕표 농민을 죽이더니, 이제는 철거민을 죽이고, 어처구니없는 진압방식으로 자기네 식구인 경찰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네요.
 
지난 촛불 정국 당시 경찰의 진압행태를 보면 이같은 참사를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강경진압',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방패와 몽둥이, 물대포를 앞장세웠습니다. 최근 들어 경찰의 진압행태가 더욱 무도해진 것, 분명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지요.

아울러 돈에 눈이 멀어 영세상인들, 세입자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개발을 밀어붙이고 철거를 밀어붙인 재개발조합, 삼성건설, 용산구청, 나아가 뉴타운을 밀어붙인 전임 이명박 서울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언론입니다. 사설은 집어치우고, 오늘 신문과 어제 방송을 한 번 보죠.

아래는 오늘자 동아일보 12면입니다.

'화염병의 등장'을 부각시키고, 복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는 철거민들의 모습을 큼지막하게 실었습니다. 제목부터 <서울 도심 26개월만에 화염병 재등장>입니다.

그리고 옆 하단을 보시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말을 따 <"불법 폭력시위 엄정 대처">가 실렸습니다. 김석기 내정자가 "불법 폭력시위를 막는 것이 경찰의 임무인 만큼 앞으로 불법 폭력시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는데,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진압이었군요. 그리고 동아일보는 그의 말을 보듯이 용산철거민 관련 기사 옆에다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용산 철거민 관련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 지면 상단을 거의 대부분 차지할 정도로 큰 기사인데, 온통 '화염병'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기사 본문에서 '화염병'이란 단어가 무려 8번이나 등장합니다. 사진과 제목에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10번이나 '화염병'이란 단어가 이 기사에 사용됐습니다. 기사량의 대부분은 역시 철거민들의 '과격폭력시위'에 집중되었습니다.

철거민들이 왜 이토록 과격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온 사람들에 대한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임시 시장 마련, 임대주택 입주권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당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는 한 문장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동아는 "이에 대해 해당 재개발지역 조합장 이모 시는 '정해진 주거 이전비가 있고, 대부분은 이 금액에 합의를 하고 이전을 했다'면서 '전철련과 관련된 일부 철거민이 떼를 써서 보상비를 더 많이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철거민들이 돈 한 푼 더 뜯어내기 위해 억지스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바로 반박하는 내용을 붙였고, 심지어 다음 부분에서는 "경찰 관계자는 '경제난을 이용해 일부 운동권 계파가 생존권투쟁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과격 시위를 배후에서 주도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배후 세력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인용하기까지 했습니다.

밝혀지지도 않고, 기자가 취재하지조차 않은 내용임에도 경찰이 말했다고, 그대로 인용하고, 그에 대한 반박은 전혀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철거민들의 생존권투쟁에 대해 악의적 시선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기사 내용입니다.

아래는 조선일보입니다.



역시 제목에서부터 '화염병'을 부각했습니다. 기사 본문에서만 '화염병'이란 단어가 무려 10번 등장했습니다. 역시 철거민들의 과격한 행동에 가장 큰 비중을 실어 기사를 썼습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용산 재개발지역의 철거민 보상문제를 거론하며 "문제는 아직 합의가 안 된 84개 점포 세입자와 주택 26세대 거주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점"이라고 한 줄 언급한 게 동아일보보다는 나아보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철거민의 요구는"이라는 중간제목을 단 부분에서 '임대상가 마련, 임시 주거지 마련' 등 철거민들의 요구를 거론하면서도 "(경찰은) 이들이 전국철거민연합회의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강경투쟁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라며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던진 돌에 무고한 시민들까지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시위를 오래 방치할 수 없다'며 '강제 진압 작전을 벌일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며 경찰의 '강제진압'을 사실상 당연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 동아 수구족벌신문들의 오늘 아침 용산 철거민 관련 보도내용입니다. 중앙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더군요. 철거민들의 극단적인 투쟁을 하고 있음에도 언론으로서 사태 중재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의 강제진압을 용인하고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아래에서 보다시피 <철거민 화염병-경찰 물대포> 등 철거민과 경찰의 과도한 행위를 동시에 부각했습니다. 사진도 경찰의 물대포 사용 장면을 사용했구요. 한겨레의 기사 본문에는 '화염병'이란 단어가 모두 4차례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철거민들의 대치 부분과 철거민들의 주장과 요구를 엇비슷하게 썼습니다. 기사의 작은 제목에서도 "철거민쪽 '상인들 임시 주거·시장 마련해달라'"를 사용했구요.

하지만 이같은 한겨레의 기사 역시 조선, 동아에 비해 나을 뿐, 사태 해결의 중재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물대포' 사용을 부각하긴 했지만 예견되었던 경찰의 강경폭력진압에 대해서도 전혀 지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은, 아래에서처럼 사진 하나 달랑 싣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경향신문은 기사가 없어서 그랬는지, '화염병'이란 단어는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어제 저녁 방송뉴스입니다.



MBC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고, KBS와 SBS가 보도했습니다.

아래에서 보다시피, 두 방송사 모두 기사 제목에서부터 '화염병'을 부각했고, 사진에서도 돌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철거민의 모습을 다뤘습니다. '철거민들의 폭력'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그나마 SBS는 '벽돌'과 '화염병'이라며 온통 철거민의 폭력에 집중되었다면 KBS는 '생계'라는 부분을 제목으로 처리한 게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두 방송사가 모두 철거민의 폭력을 부각하는 데 그 어떤 차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철거민들의 요구에 대한 부분은 철거민단체 관계자의 짧은 코멘트 한 마디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SBS는 "경찰은 '건물 점거가 불법'이라며 물포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해산을 종용했지만, 철거민들이 거부함에 따라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의 강경진압을 당연시했고, 특히 KBS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벽돌과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상황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했다"며 경찰의 빠른 강경진압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을 보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인명피해가 없었다'더니 하루 만에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일입니까?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사람들, 특히 철거민과 노점상 등 도시 서민과 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대로입니다.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과격한 행동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하는 방법밖에 없는 이들의 투쟁이지만, 언론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폭력을 비난해왔습니다.

- 관련 자료 보기 : 빈민생존권 문제에 관한 최근 언론 보도의 문제점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 사회 갈등을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억지로 보입니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