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회의원 신지호(서울 도봉 갑)가 용산 재개발지역에서 일어난 경찰의 '살인진압'과 관련해 철거민들의 행동을 두고 "반대한민국 단체가 벌인 도심테러"라며 경찰을 적극 옹호했다.
한나라 신지호, "철거민, 도심테러·고의적 방화" 주장
이라고. 이것이 바로 조중동의 방식이다. 국민의 생명이 6명이나 무참하게 희생되었는데도 책임의 철거민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찰, 국민을 적으로 대하며 그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말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라면, 제 정신 박힌 언론이라도 이 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조중동의 오늘 보도는 한나라당의 인식과 부합하거나, 아직 진상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번 살인진압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김석기 청장 교체 검토>를 내걸고 청와대의 사태 수습을 적극 부각했고, 김석기에 대해서도 "김 내정자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에 나와 '내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마치 김석기가 떳떳한 것처럼 썼다.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정부임에도 비판은커녕 확성기 노릇만 한 것이다.
조선은 특히 이 기사 옆에다 <용산참사 사망 3명 용산철거민 아니다">는 박스기사를 실어 '배후론'을 거론하는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췄다.
동아일보는 아예 1면 톱을 <시너 운반-화염병 투척 시위주도 5, 6명 영장>을 배치해, 여전히 철거민들의 과격함을 부각시키고 역시 '전철연'을 연계시켰다.
중앙일보는 <망루 3층 오를 때 바닥서 불길 치솟아">를 1면 톱으로 실었는데, 이게 무슨 1면 제목인지 모르겠다. 경찰이 망루 3층에 오를 때 불길이 치솟았는데, 그게 철거민이 지른 것인지, 뭔지 그걸로 판단할 수 있는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 기사에서 보면 "일부 대원은 검찰에서 '4층 구조 망우릐 3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4층에서 날아온 화염병으로 1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즉,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다는 거다. 이걸 제목으로 부각시킨 거다.
이런 것이 조중동의 방식인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너무 점잖다.
한겨레는 <농성 시작 3시간반 뒤 특공대 투입>을 톱으로 실었는데, 물론 경찰의 무리한 강경진압을 지적한 것이긴 하나,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그리고 경찰의 태도에 비춰보면 너무 점잖다.
경향신문은 그나마 <청·여당은 배후 부각·진상호도/경찰, 국회의원·여성 집단폭행>으로 잡아 정부여당, 그리고 경찰은 정면 지적했으나 역시 점잖다. <한 신지호, "철거민, 고의적 방화" 주장> 정도를 헤드라인으로 내걸었다면 얼마나 상황이 분명해지겠는가.
이 같은 요구가 그다지 옳은 것이 아닌지 잘 안다. 정상적인 사회 상황이고, 언론환경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 아니 비정상적 상황이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조중동이 여론을 극악하게 호도한다면 이에 대한 사회 전체 여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도 어느 정도의 과도함은 무릅써야 한다. 지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MBC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