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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2.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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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인기 '건강정보오락프로그램' <비타민>을 진행했던 강병규에 대해 법원이 억대의 인터넷도박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법원을 나서던 강병규는 취재진 앞에서 부모님의 마음 고생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고, "정말 잘못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강병규가 받은 죗값이 적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어쨌든 잠시나마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지상파에서 활동하는 유명연예인 K씨'의 '억대의 인터넷도박 사건'은 이렇게 법원의 판결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강병규의 '눈물'과 '사과'를 보며 또 한가지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강병규는 법원 판결 이후 '사과'가 인터넷 도박 사건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여는' 것이라며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할 때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고, "마치 그 동안 내가 모든 걸 발뺌하고 부인했다가 조사결과에 의해서 거짓말 한 사람으로 방송매체에 계속 보도되니깐 말을 꺼내기가 정말 두려워서 그동안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을 언급하는 강병규의 눈물을 보며 그가 애처로워졌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보이는가가 여러분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사과한 대목에서 그가 진정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이 대목을 듣고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지난해 11월 12일, 언론을 통해 '억대 인터넷 도박 용의자 연예인 K모씨'가 '강병규'임이 보도된 직후 강병규가 <비타민>에서 하차한 과정에 대해 블로그에 글('건강한 이미지'의 강병규와 KBS <-- 클릭)을 쓴 바 있다.

당시 이미 인터넷 도박 용의자 K모씨가 거론되기 시작했을 무렵임에도 KBS 측은 강병규가 '북경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 때문으로만 하차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고, 심지어 강병규에 대해 '건강한 이미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당시 강병규는 인터넷도박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절대 <비타민>에서 하차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 응원단과 관련해 "극단적으로 연예인들을 몰아가는 언론에 우선 유감스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내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하차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수긍하기 어렵다. 하차는 없을 것이고 녹화에도 예정대로 참여할 것이다"고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해왔던 사람이, 그것때문에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버티던 강병규는 '지상파 MC 인기연예인'이 거론되자 갑자기 <비타민>을 그만뒀고, 심지어 측근을 통해 "고스톱도 칠 줄 모른다"는 식으로 '인터넷도박'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되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입을 닫았다.

더구나 앞선 글에서 지적했듯 강병규가 연루된 '인터넷도박'이 검찰의 수사에 이은 언론의 보도로 최초로 세간에 드러난 것은 지난해 9월 29일로 강병규가 <비타민>에서 사퇴하기 약 40일 전이었다. 당시 언론보도는 적발된 인터넷도박(바카라)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참여한 도박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이 구체적이었다. 실시간임을 알 수 있도록 CNN을 도박장에 틀어놓고 인터넷 생중계로 보여줬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럼에도 강병규는 아직 자신의 참여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진해서 잘못을 고백하지도 않았고, <비타민>에서 그만두지도 않았으며 또 하나 논란이 되던 연예인 응원단에 대해서도 고압적이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런 강병규가 '인터뷰를 할 때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고민해야 했다'니 '방송매체를 통해 거짓말한 사람으로 보도되니깐 말을 거내기가 두려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나로서는 이런 강병규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하다.

자신은 법원 판결 이전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뜻일까?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받기 전에는 전혀 부인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자신은 잘못도 인정하고 혐의도 인정했는데, 언론들이 자기를 거짓말한 사람으로 다뤘다는 뜻일까?

이래서는 강병규가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앞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요란법석하게 취재진 대동해 사회봉사 하는 거 보여준 뒤 160시간 대충 떼우고, 한 1년 정도 '자숙의 시간의 가졌다'며 TV에 복귀할 계획이라면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나는 지난해 쓴 글에서도 "아직 검찰의 수사가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 나는 강병규 씨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자 한다. 그는 도박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만약에 강 씨가 실제 억대의 도박을 했다면, 그가 그동안 보인 모습은 참으로 가소롭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까?, 자신에게까지는 수사가 미치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이용해 용케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에 자신이 참여한 도박 사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비타민> 진행을 지키려고 했던 것일까? 심지어 언론 인터뷰까지 골라가며 '억울하다'는 식의 항변으로 일관한 용기와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안한데, 이런 의문은 아직 그대로다. 뭐 강병규 자신이 이제 앞으로 TV에 나오지 않겠다면, 그의 사과가 진정성을 갖든 말든 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난 연예인을 그 자체로 '공인'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으면 그뿐이다. 하지만 그가 TV라는 공적 매체를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병규 씨, 당신에 대한 여론은 정말 좋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 것'라고 했는데 대충해서는 마음이 전혀 풀릴 것 같지 않네요. 법원이 내린 죗값과는 별개로 대중을 대하면서 모른 척 하고, 발뺌하고, 부인한 자신의 태도가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복귀, 난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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