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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3년, KBS 프로그램 평가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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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3년,  KBS 프로그램 평가

-보도시사교양 부문




들어가는 글


지난 2003년 4월 28일 정연주 사장이 KBS의 새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KBS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변화를 보여 왔다. 특히 시사프로그램의 영역에 있어 이른바 ‘개혁프로그램’이 대거 편성되면서 변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등장한 ‘개혁프로그램’의 상당수는 지금 현재 대다수 사라진 상태다. 이는 물론 KBS 내부의 편성정책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이들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재 방송되고 있는 많은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정사장 취임 초기의 기조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개혁프로그램’이었던 매체비평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가 꾸준히 방송되고 있고, 한국 사회의 각종 성역과 부조리에 과감하게 매스를 들이댔던 <한국사회를 말한다>가 우리 사회를 바라봤던 시선이 현재 <KBS스페셜>이나 <생방송 시사투나잇> 등의 시사프로그램에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교양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취임 초기에 두드러진 변화는 찾기 힘들었지만 KBS 내부에서 ‘팀제’가 실시되는 것과 맞물려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이 다수 편성되었다. 문화의 영역을 다양화하고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많은 프로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KBS 1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노력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지난 2005년 봄개편 당시 KBS가 “1TV에서 대표 프로그램의 명품화와 시사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KBS만의 의제설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내세웠던 의지가 이후 교양프로그램과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편 KBS의 보도프로그램도 정사장 취임 이후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였다. 보도프로그램의 변화 양상 또한 정사장의 이른바 ‘내부개혁’의 정착 과정과 맞물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탐사보도팀’의 활약이다. 반면 ‘객관주의’라든지 ‘차분함’ 같은 KBS 뉴스의 전통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은 여전히 유지되었는데, 이런 부분들은 안정적인 정보전달에 효과적이기도 했지만 때론 분명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있어서까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객관적으로 접근해 ‘보신주의’가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발표에서는 KBS 보도프로그램과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어떤 변화를 보였고, 그 공과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준비 기간이 촉박해 세심한 분석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 힘들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Ⅰ. 보도 프로그램 평가1)


 1. 총평


 방송3사의 보도프로그램들은 각각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있다. 가령 SBS 뉴스는 생동감이 있는듯하면서 가볍다거나, MBC 뉴스는 세련되고 직설이면서 상대적으로 진보 혹은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KBS의 보도프로그램은 무게감이 있고 진지하면서 사실전달을 위주로 하는 객관주의적 보도라는 이미지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20년, 30년의 세월 동안 쌓여져 온 것으로 보도 한 건, 한 건에 따라 이미지가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몇몇 사안을 다루는 3사의 보도태도를 비교하면 딱히 어느 방송사는 어떻다고 규정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2006 독일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열린 ‘한국-앙골라’ 국가대표 축구경기 관련 3사의 보도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관련 보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뉴스시간의 절반 이상을 축구와 야구 관련 소식으로 할애하면서 축구와 야구에 대한 열기를 부추기고, 그것에 편승해 시청률 경쟁에 안간힘을 쓰는 방송3사의 모습에서 스스로 획일화되는 것을 넘어 시청자들도 획일화시키려는 분위기는 얼마든지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지만 상대적인 차이점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앙골라’ 축구경기가 있던 3월 1일 MBC가 총 38건 가운데 20건(52.6%)을, SBS가 총 31건 가운데 19건(61.3%) 축구 관련 소식으로 메운 데 비해 KBS는 총 43건 가운데 18건(41.9%)을 내보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은 보도량을 보였고, 보도순서도 타사들이 축구관련소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해서 내보낸 데 비해 KBS는 중간 중간 ‘철도파업’ 소식과 ‘3.1절 기념행사’ 소식 등을 끼워 넣는 등 호들갑의 정도가 약간 약했던 것이다. 그리고 WBC 기간인 3월 14일부터 19일까지 7일 동안의 야구 관련보도를 종합해보면 MBC가 216건 가운데 98건(45.4%), SBS가 218건 가운데 94건(43.1%)으로 40%가 넘는 보도량을 보인데 비해 KBS는 252건 가운데 89건(35.3%)의 보도량을 보여 상대적으로 올인의 정도가 약했다. 특히 한국의 경기가 없이 미국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져 일본이 준결승에 오르게 된 17일의 경우 MBC가 20건의 보도를 야구에 할애해 ‘야구데스크’란 비꼼까지 받은 것에 비해 KBS는 13건의 보도로 상대적인 차분함을 보였다.

물론 이런 비교가 전반적으로 도가 지나친 보도량,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운 보도내용 등을 봤을 때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그 동안 KBS가 보여 왔던 이미지나 보도성향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이미지나 보도성향이 곧 시청층으로 직결되어 방송3사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MBC의 주시청층이 20∼30대 젊은 세대나 30∼40대 여성으로 파악되고, KBS의 경우 50대 이상 세대가 주된 시청층으로 분류된 것은 곧, 직설적이고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MBC의 보도와 상대적으로 안정된 KBS 보도의 특징을 파악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성향과 시청층의 차별은 시청률과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KBS <뉴스9>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전부터 3사 메인뉴스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1위를 달렸는데,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구도는 전혀 바뀌지 않고 20%를 넘나들며 줄곧 1위를 도맡고 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부동의 2위’로 자리매김했었으나 지난해부터 2위 자리를 놓고 SBS <8시뉴스>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시청률의 있어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표1>참조). 이는 MBC의 주시청층으로 분류되는 젊은 층이 뉴스를 공급받는 매체로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선호하게 된 현상과, 반면 KBS의 시청층이 이른바 ‘채널 충성도’가 높은 것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표1> 방송3사 메인뉴스프로그램 시청률 비교2)

 

1시기

2시기

KBS

17.1%

15.7%

MBC

11.9%

8.8%

SBS

9.6%

8.8%

          ※ 1시기 : 2005년 4월 5일∼11일, 2시기 : 2006년 4월 5일∼11일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은 KBS 뉴스에 대해 정형화된 이미지나 보도성향대로 KBS 뉴스가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정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모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 보도프로그램이 보인 대표적인 변화는 ‘연속기획보도’와 ‘집중취재’ 등 특정 사안을 폭넓고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심층’적인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뉴스가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보도들 중에는 자체적인 의제 발굴 노력을 보이는 경우 또한 적지 않은데 ‘탐사보도팀’의 활동이 이러한 경향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타방송사에도 ‘연속기획’이나 ‘집중취재’와 같은 보도와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가 없는 것은 아니나, KBS에 비해 양적으로나 지속성의 수준이나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비교대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많다. KBS 보도프로그램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달라진 매체환경 속에서 스스로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던 점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울러 편성이나 뉴스 형식적인 면에서도 주5일근무제 실시 등 변화된 생활 패턴에 맞춰 주말뉴스시간을 기존 40분대에서 25분 정도로 축소했다든지, 과거 1TV <뉴스9>의 한 시간 앞선 재탕프로그램으로 인식됐던 2TV <8시 뉴스타임>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게 대폭 개편하고, 아침 8시에 ‘아침뉴스타임’을 편성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읽을 만하다. 이밖에 지금은 주춤했지만 한때 시청자제작뉴스를 <뉴스9>와 <뉴스타임> 등에서 적극 반영하려 했던 노력과,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돌발영상’류의 ‘취재현장4321’, ‘돌발현장’ 등의 꼭지를 배치하는 등 보도프로그램 변화 노력을 곳곳에서 보였다.

반면 참여정부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갈등 사안 등 민감하면서도 분명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들까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거나 폭넓은 정보제공 노력을 소홀히 해 제대로 된 ‘공론장’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을 드러낸 면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 KBS 보도프로그램의 변화상을 연속기획․탐사보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중요사안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점검해보도록 하겠다.


2. 연속기획과 끈질긴 탐사보도 돋보인 KBS 보도프로그램


KBS 보도프로그램에서 연속기획보도와 탐사보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KBS 내부에서 특정한 변화가 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른바 KBS 내부의 ‘개혁’조치들이 보도의 변화를 추동했다는 것이다. 아래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 연속기획보도 목록>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전부터 존재하던 ‘연속기획’이 정사장 취임 이후 획기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2004년 8월부터다. 2004년 8월 9일부터 KBS에서 팀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본격적인 ‘탐사보도’가 시작된 것은 2005년 5월이다. <미디어포커스> 등에서 활동하던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을 중심으로 30명이 탐사보도팀을 꾸려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8월 이후 약 6개월 동안 실시된 팀제를 평가하고 보완하는 후속작업(‘팀제보완을 위한 보고서’ 등)이 이뤄진 2005년 4월 봄개편 이후다. 따라서 KBS 보도의 변화는 정사장이 취임한 이후 팀제 실시 등 이른바 ‘개혁’작업들이 본궤도로 오르고, 2003년 7월 29일 KBS 내부회의에서 정사장이 “9시뉴스가 경쟁력은 높지만 앞으로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저널리즘 본래의 역할을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보도프로그램의 변화방향을 제시한 이후 그 고민이 구체화된 시기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KBS의 연속기획․탐사보도들은 1차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폭넓고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과 함께 특정 사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의제를 형성하는데 있어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사안 자체가 가진 중요성에 비해 ‘사건화’가 되지 못해 소홀하게 다뤄졌던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내거나, 아예 축소․은폐되었던 뉴스를 탐사․추적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각 사안을 바로 잡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속기획․탐사보도의 등장은 뉴스 형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뉴스가 통상 1분30초 내외의 정형화된 틀을 유지하면서 각 사안을 단발성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전하는데 주력한데 비해, KBS의 연속기획․탐사보도들은 한 사안을 단발적으로 다루는데서 벗어나 짧게는 3~5회, 길게는 20회 이상 지속적으로 다뤘다. 또 한 사안을 수차례 다루는 것 자체가 1분30초라는 보도시간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연속기획․탐사보도의 경우 한 꼭지의 보도가 2분을 넘는 경우가 많아 한 차례의 보도에서도 심층적이고 완결성 있는 내용을 전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 연속기획보도 목록>3)

1. ‘가정의 달 연속기획-무너지는 가정’(가정폭력, 아동학대 등)(2003. 5.)

2. ‘이 기술이 살린다’(차세대성장동력)(2003. 7.)

3. ‘빈곤, 우리시대의 그늘’(빈곤의 원인과 대책)(2003. 7.)

 : 쪽방촌, 빈곤층 의료문제, 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문제 등

4. ‘정국 변화 관련 연속기획’(민주당 분당 이후 정국 변화 분석 전망)(2003. 9.)

5. ‘9.11테러 2주년 연속기획’(2003. 9.)

6. ‘노년, 새로운 시작’(노인문제)(2003. 10.)

 : 노인 관련 복지, 일자리 문제 등

7. ‘정치개혁, 더 미룰 수 없다’(정치의 획기적 개선을 촉구, 7회)(2003. 10.)

 : 불법 정치자금, 돈선거, 정치자금 회계처리, 지구당 개선, 유권자 의식 변화 등

8. ‘모두가 우리 이웃’(불우이웃 관련)(2003. 12.)

9. ‘위협받는 식탁’(먹거리 문제, 식품 안전 등)(2004. 1.)

10. ‘학교 내 집단 따돌림 관련 연속기획’(2004. 2.)

11. ‘이제 곧 장마철’(장마철 대비 위험지역 점검)(2004. 6.)

12. ‘고구려사(史) 지키기’(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관련)(2004. 8.)

 : 동북공정 등 10건의 연속보도

13. ‘한국경제 성장동력 이상 없나’(내수침체, 성장동력 약화 관련)(2004. 8.)

14. ‘고유가 시대’(고유가 위기, 에너지 문제 관련)(2004. 8.)

15. ‘올림픽이 남긴 숙제들’(올림픽 이후 체육계 문제 해결 관련)(2004. 9.)

 : 비인기종목, 1등지상주의, 스포츠외교력, 스포츠계 세대교체, 학교체육 활성화 등

16. ‘이것이 관심 법안’(정기국회 법안 처리 전망)(2004. 9.)

 : 로스쿨 도입, 호주제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연금관리법 개정, 출자총액제한, 재래시장 육성법 등 7차례의 연속보도

17. ‘장애인, 일하고 싶어요’(장애인 일자리 문제)(2004. 9.)

 : 장애인 일자리 확대, 여성장애인 취업문제, 장애인 취업교육.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등 5차례 연속보도

18. ‘추석을 앞두고’(장묘문화 개선)(2004. 9.)

19. ‘재래시장, 활로는 없나?’(재래시장 회생방안 관련)(2004. 9.)

20. ‘동남아 시장으로’(IT, 전력, 유통업 등 동남아시장 진출 관련)(2004. 9.)

21. ‘고령화 사회의 노인들’(10월 경로의 달을 맞아 고령화 사회 문제 점검)(2004. 10.)

22. ‘부품산업 이대로 안된다’(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허상, 후진적인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문제와 경쟁력 점검)(2004. 10.)

23. ‘문화의 달 10월’(문화산업 발전방안)(2004. 10.)

24. ‘평준화냐? 자율이냐?’(고교등급제, 내신 부풀리기 문제 관련)(2004. 10.)

25. ‘한․칠레 FTA 그 후’(한-칠레 FTA 체결 6개월 현황 점검)(2004. 10.)

26. ‘부동산 대책’(10.29 대책 1년 명암과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활성화 방안)(2004. 10.)

27. ‘태아가 위험하다’(태아건강 위협요인 점검)(2004. 11.)

28. ‘농협이 바뀌어야’(농협개혁 관련)(2004. 11.)

 : 농민 외면 받는 농협, 농산물유통에 관심 없는 농협, 농협중앙회 문제, 농협지역조합 과다 등 5차례의 연속보도

29. ‘2005 예산 돋보기’(정부예산부실심의 개선 관련 10차례 연속보도)(2004. 11.)

30. ‘지하철, 이대로는’(지하철 안전문제 점검)(2004. 11.)

31. ‘특성화 학교’(전문직업교육 관련 특성화학교 소개)(2004. 11.)

32. ‘이것이 중독’(각종 중독증세 관련 연속기획)(2004. 11.)

 : 다이어트, 성형, 쇼핑, 디지털, 인터넷게임 중독 등

33. ‘반칙 없는 사회로’(부패청산, 청렴사회 촉구)(2004. 12.)

 : 부패지수, 시민의식, 패거리문화, 제 식구 챙기기, 성역, 촌지, 지방의회, 내부고발, 공직사회, 공금유용, 안전사고, 외국사례, 탈세, 불공평과세, 재벌변칙상속, 조세 등 21차례의 연속기획 보도

34. ‘이웃은 지금’(빈곤층 확대문제 점검)(2004. 12.)

 : 빈곤층 확대현황, 가정해체, 빈곤층 아동건강실태, 빈곤층이 이웃 나눔, 빈곤층 일자리, 신용불량, 결식현황,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기부금제도, 공동일자리 창출 등 20차례의 연속보도

35. ‘연말 음주관리’(음주상식 개선, 음주관련 건강정보 등)(2004. 12.)

36. ‘2004년 결산’(문화, 사회, 경제, 남북, 헌법재판소 위헌소송, 성매매방지법, 행정도시 이전 등 결산)(2004. 12.)

37. ‘차세대 성장 동력’(로봇기술,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DTV, 미래자동차, 디지털콘텐츠, 신약 등 10차례의 연속보도)(2005. 1.)

38. ‘오지의 수출전사’(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중소기업)(2005. 1.)

39. ‘한류 업그레이드’(한류산업 발전방안)(2005. 1.)

40. ‘신(新)오일달러’(중동진출 건설업계 호황)(2005. 1.)

41. ‘무서운 당뇨’(당뇨병의 심각성과 예방대책)(2005. 1.)

42. ‘살아나는 증시’(증시동향과 1000포인트 대 과제 점검)(2005. 1.)

43. ‘그때 그 사건’(국정원 과거사위원회의 7대 조사 대상 사건 의혹 점검)(2005. 2.)

 : 김형욱 실종, KAL858기 폭파, 동백림 사건, 김대중 납치, 중부지역당, 민청학련․인혁당, 부일장학회 사건 등 7차례의 연속보도

44. ‘설기획-쌀경쟁력’(일본의 사례를 통해 쌀산업 개선방안 모색)(2005. 2.)

45. ‘국회를 바꿉시다’(17대 국회 개혁과제 점검)(2005. 2.)

46. ‘노무현 정부 2년’(노대통령 취임 2년 참여정부 공과)(2005. 2.)

47. ‘폭력 없는 사회로’(사회전반의 폭력실상 점검)(2005. 3.~4.)

 : 학교폭력, 인터넷공간의 폭력, 일본사례, 군대폭력, 직장내 폭력, 가정폭력, 피해자/가해자 실태 등 28차례의 연속보도

48. ‘먹는 물 지키자’(세계 ‘물의 날’ 맞아 먹는 물의 현주소 점검)(2005. 3.)

49. ‘온실가스 줄이기’(기후협약 대처 방안과 관련 독일사례와 비교)(2005. 3.)

50. ‘숲, 이제는 경영’(식목일 제정 60주년, 독일의 성공적인 산림경영과 국내사례 비교점검)(2005. 4.)

 : <獨, ‘축구장 만 개’ 늘어>, <韓, ‘축구장 2만 개’ 사라져> 식으로 10차례 연속보도

51. ‘급한 불은 껐지만…’(산불 방지체계 문제 점검)(2005. 4.)

52. ‘말기암, 남의 일?’(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고통, 그리고 해결책 모색)(2005. 4.)

53. ‘스포츠뉴스 연속기획-멍든 아마스포츠’(2005. 4.)

 : 성적 지상주의 폐단, 파벌주의, 학생선수 교육문제 등을 스포츠뉴스 시간에 연속보도로 다룸

54. ‘재보선 현장’(4.30 재보선을 맞아 현장 6곳 소개)(2005. 4.)

55. ‘기회의 땅 中 서부’(국내 기업들의 중국 서부내륙 진출 관련)(2005. 4.)

56. ‘베트남 종전 30년’(달라진 베트남과 우리와의 관계 조명)(2005. 4.)

57. ‘타이완 강소기업’(타이완 사례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과 문제 점검)(2005. 5.)

58. ‘가족’(가정의 달 맞은 연속기획)(2005. 5.)

 : 따뜻한 가정의 모습과 안정적인 가정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책 모색 등 21차례의 연속보도

59. ‘북핵 중대 국면’(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관련 정세분석)(2005. 5.)

60. ‘조국’(호국보훈의 달 맞아 국적포기 문제, 병역문제, 보훈문제 등 조국의 소중함 되새김)(2005. 6.)

61. ‘이제는 투자’(저성장 돌파구로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법 모색)(2005. 6.)

62. ‘南과 北’(6.15 선언 5주년 맞아 핵문제, 경협 등 현안 점검)(2005. 6.)

63. ‘특수 고용직’(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점검)(2005. 6.)

 :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태와 법적장치 점검, 노동삼권 보장 입법 중요성 제기

64. ‘한일수교 40년’(한일관계 점검)(2005. 6.)

65. ‘병영은 지금’(GP부대 총기사건 관련 병영문화 점검)(2005. 6.)

66. ‘장마 집중점검’(장마철 재해예방 관련)(2005. 6.)

67. ‘주5일 근무제’(주5일 근무제 실시 1년이 미친 영향 점검)(2005. 6.)

68. ‘지방 자치 10년’(지방자치제가 거둔 성과와 문제점, 개선방안 점검)(2005. 7.)

69. ‘집값, 외국은?’(세계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 분석)(2005. 7.)

70. ‘新 휴가 문화’(여름휴가철 앞두고 휴가문화 점검)(2005. 7.)

71. ‘통계가 돈이다’(통계 해석, 활용, 정확성 등 점검)(2005. 7.)

72. ‘그때 그 사람들’(광복 60주년 기획)(2005. 8.)

 : 산업화, 민주화의 현장을 직접 산 사람들, 분단과 관련한 사람들 등 60년 세월의 중요 고비의 사람들을 7차례에 걸쳐 조명

73. ‘세금이 샌다’(예산낭비 실태 점검)(2005. 8.)

74. ‘오일 쇼크 또 오나’(국제유가 사상 최고치 기록 관련 에너지 대책 등 25차례 연속보도)(2005. 8.~9.)

75. ‘다시 벤처다’(벤처기업 살리기 관련)(2005. 8.~9.)

76. ‘공직자 재산 검증’(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으로 도덕성 점검)(2005. 9.)

 : 이해찬 전 총리 대부도 땅 투기의혹, 박희태 국회부의장 세금탈루의혹, 고위공직자 농지소유 현황, 정상명 검찰총장 부인 농지개혁법 위반 의혹 등 탐사보도팀의 6차례 연속보도

77. ‘명절 새 풍속도’(명절연휴 새 풍속도 소개)(2005. 9.)

78. ‘보험, 달라져야’(보험금을 둘러싼 가입자와 보험사의 분쟁 점검)(2005. 9.)

79. ‘평화를 향해’(이른바 북한의 ‘핵포기 선언’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체제 방향 점검)(2005. 9.)

80. ‘8․31 한달’(8․31 부동산대책 한달 효과와 전망 점검)(2005. 10.)

81. ‘왜 ‘삼성’인가’(삼성의 실체와 공과 집중 점검)(2005. 10.)

 : 삼성의 영향력 현주소, 변칙상속, 삼성의 조직문화, 삼성에 대한 인식 등 5차례 연속보도

82. ‘대한민국 검찰’(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파문 관련 바람직한 검찰개혁의 방향 모색)(2005. 10.)

 : 권력과 검찰의 관계, 공안시국사건 관련 검찰수사, 구속수사, 검찰조직문화, 검찰권력 등에 대해 5차례 연속보도

83. ‘2005 한국-이념 갈등’(이념갈등의 실체 조명)(2005. 10.)

 : 이념의 다양성 존중 위한 5차례 연속보도

84. ‘미리보는 새 국립박물관’(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관련 의미, 현황 등)(2005. 10.)

85. ‘APEC 부산’(아펙 정상회의 관련 이모저모 10차례 연속보도)(2005. 11.)

 : 흥미성 보도 다수

86. ‘위기의 쌀 농사’(쌀협상 비준안 국회처리 관련 쌀농사 현주소와 대안모색)(2005. 11.)

 : 규모화, 브랜드화 등 정부 입장 대변 5차례 연속보도

87. ‘노후대책과 퇴직 연금’(노후대책과 퇴직연금 관련 연속보도)(2005. 11.)

88. ‘비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점검, 해법 모색)(2005. 12.)

 : 비정규직 관련 법안처리와 관련한 쟁점 점검

89. ‘소외계층과 함께 나눠요’(우리사회의 그늘과 어려운 이웃 조명)(2005. 12.)

 : 소외계층 위한 입법 점검, 양극화, 이주노동자, 차상위계층, 코시안, 한부모 양육, 중소기업, 탈북자, 재일동포, 빈곤층 아이들, 미혼모, 문화소외, 선행사례 등 19차례 연속보도

90. ‘갈등 넘어 평화로’(국제사회 인종/이념/종교 갈등 점검, 평화방안 모색)(2005. 12.)

 : 세계화의 그늘, 소수민족 차별 등 5차례 연속보도

91. ‘격동 2005’(2005년 주요뉴스 결산)(2005. 12.)

92. ‘함께 사는 사회’(계층/이념/세대 갈등 극복 방안 점검)(2006. 1.)

 : 사회적 대타협 관련 유럽모델 소개, 도농갈등 해소, 양극화 해소, 인종차별 해소, 보수진보 갈등 해소 등 10차례의 연속보도

93. ‘2006 세계는 어디로’(국제정세 조명)(2006. 1.)

 : 미국의 대외정책, 유럽정세, 라틴아메리카의 반미, 중앙아시아, 동북아 정세 등 5차례 연속보도

94. ‘친디아’(인도-중국 경제성장 관련)(2006. 1.)

95. ‘그래도 희망은 있다’(국내 생명과학 관련 연구 성과 소개, 연구지원 촉구)(2006. 1.)

96. ‘수출 3천억 달러 시대’(수출 3천억 달러 시대, 수출 업종 점검, 성장동력 도약 과제)(2006. 1.)

 : 브랜드 경쟁력(현대차), DTV시장 선점(LG전자), 반도체메모리(삼성전자), 휴대전화(삼성전자), 조선산업(삼성중공업) 등 5차례 연속보도

97. ‘농업도 ‘블루오션’’(농업의 새 활로를 모색)(2006. 1.)

 : 공동생산․공동판매, 해외시장 개척 성공사례, 농업관련 연구개발 등 연속보도

98. ‘선진 임대주택’(유럽의 선진복지국가의 임대주택 제도 소개)(2006. 2.)

99. ‘임대주택 해법은’(국내임대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의식적 개선 관련)(2006. 3.)

 : 영구임대주택 필요성, 영구임대주택 차별 해소, 임대주택 확대 필요성 등 6차례 연속보도

100. ‘저출산 해법은?’(저출산 문제 해결방안 모색)(2006. 2.)

 : 출산 관련 모성보호법 현실, 임신출산 지원기업 사례 소개, 아기를 버리는 실태, 직장 내 보육시설 점검, 탄력근무/재택근무, 남성육아휴직제도 점검 등 6차례 연속보도

101. ‘정직한 세금’(증세/감세 논란 관련 연속보도)(2006. 2.)

 : ‘세금논쟁의 본질이 조세정의를 세우는데 있다’는 인식 하에 10차례 연속보도

102. ‘함께하는 문화로’(문화생활 일부계층 편중 현상 진단 해결 방안 모색)(2006. 3.)

 : 서울과 지방의 문화편차, 세대간 문화생활 격차, 저소득층 문화생활 등 5차례 연속보도

103. ‘위기의 국민연금’(국민연금 재정 고갈위기 문제, 개혁방안 등 점검)(2006. 3.)

104. ‘한-미 FTA'(한미 FTA의 의미, 쟁점, 득실 점검)(2006. 3.)

 : 한-미 FTA에 대한 찬반, 미국의 속내와 전략, 4대 전제조건 수용, 제조업/농업/서비스업 협상 이후 전망, 이익관철을 위한 협상전략 등 7차례의 연속보도

105. ‘장묘문화 대안, 수목장’(수목장을 중심으로 장묘문화 개선 방안 모색)(2006. 4.)

106. ‘선거개혁, 유권자 손에’(5.31 지방선거 관련 연속기획)(2006. 4.)



<탐사보도팀 탐사보도 목록>


1. 이상경 헌법 재판관 임대 소득 탈세(2005. 5. 25.)

2. 국적포기자 1/3이 강남 출신자(국적포기자 지역별 나이별 분석 결과)(2005. 5. 27.)

3. 포스코건설, 경기도 광주 아파트 부지 매입 시 실제 산 가격보다 부풀려 땅값 신고(2005. 5. 31.)

 : 이른바 ‘오포비리’ 의혹과 관련

4. 전국 중고교 영어교사들의 모의 토익성적 입수 분석 결과(2005. 7. 3.)

5. 영어교사 해외연수 실태(2005. 7. 5.)

6. 일제훈장 받은 한국인 3300여명 확인, 일제서훈관련 문서 최초 발굴(2005. 7. 22.)

7. ‘공직자 재산 검증’(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으로 도덕성 점검)(2005. 9.)

 : 이해찬 전 총리 대부도 땅 투기의혹, 박희태 국회부의장 세금탈루의혹, 고위공직자 농지소유 현황, 정상명 검찰총장 부인 농지개혁법 위반 의혹 등 탐사보도팀의 6차례 연속보도

8. 우리 정부의 이라크 지원물품 운반차량 억류 관련 수송로 선택 의문(2005. 10. 18.)

9. 해양 투기 지역 수산물 발암물질 검출, 합법적 해양 폐기물 투기장 제주도 면적 8배(2005. 11. 4.)

10. 해양투기 지역 위험성 관련 해양수산부 조업 제한 검토(2005. 11. 7.)

11.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자기자본비율 축소)한 문건 최초 확인(2005. 12. 2.)

12. 전시 대행업체 코엑스, 행사용 국고 세금계산서 조작으로 부당 수익 챙김(2005. 12. 18.)

13. “북한 5년 내 붕괴” 98년 CIA 비밀보고서 단독입수(2006. 1. 19.)

14.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대규모 사업과 각종 공사 계약 아직도 허술’, 감사원의 지자체 예산운용 특감결과 단독 입수(2006. 1. 23.)

15.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 축소 문건, 금감위 지시로 사흘 만에 급조 확인(2006. 3. 17.)

16.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금감원 고위간부 첫 인터뷰(2006. 3. 21.)

17.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금감원은 외환은행을 보통수준으로 평가한 사실 단독공문입수 확인(2006. 3. 21.)

18. 외환은행 매각 관련, 특정고등학교 학맥이 매각과정에서 핵심 역할(2006. 3. 31.)

19. 외환은행 매각 관련, 당시 사외이사들 스톡옵션 챙기기에 열 올렸던 것 확인(2006. 4. 6.)


1) 연속기획보도


목록에서 확인하다시피 2004년 8월 이전의 경우에는 약 한 달에 한 번 꼴로 ‘연속기획’보도가 나타났다. 이 정도 보도량은 타사의 연속기획과 크게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내용에서도 ‘빈곤, 우리시대의 그늘’과 ‘정치개혁, 더 미룰 수 없다’ 정도를 제외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8월 이후부터 연속기획은 눈에 띠게 증가했다. 매달 적게는 3∼4편, 많게는 7∼8편의 연속기획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같은 날 2∼3편의 연속기획이 동시에 보도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내용적으로도 뚜렸한 변화양상을 보인다.

8월 이후 연속기획의 시작으로 볼 수 있던 ‘고구려사(史) 지키기’는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동북공정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정부의 보다 확실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이후 10차례에 걸쳐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와 우리의 현실, 동북아 정세 진단 등을 다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다양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올림픽이 남긴 숙제들’에서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들이 선전한 이후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과 대책마련, 1등 지상주의 극복 등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들을 점검했다. 또 ‘이것이 관심 법안’에서는 정기국회에서 다뤄지거나 다뤄져야 할 법안들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면서 올바른 법개폐․제정 방향을 판단할 수 있게 도왔고, ‘장애인, 일하고 싶어요’에서는 장애인들의 일자리 문제에 심층적이면서도 다각도로 접근했다.

이밖에 입법, 사법, 행정부의 변화와 개혁과 관련해 ‘국회를 바꿉시다’, ‘지방 자치 10년’, ‘공직자 재산 검증’, ‘대한민국 검찰’ 등에서 가감 없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며, ‘그때 그 사건’, ‘그때 그 사람들’에서 과거사와 굴곡진 현대사를 다시 조명하기도 했고, ‘농협이 바뀌어야’에서는 기존 방송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시피한 농협개혁문제를 5차례에 걸쳐 차분히 다루기도 했다.

특히 ‘이웃은 지금’, ‘특수 고용직’, ‘보험, 달라져야’, ‘비정규직’, ‘소외계층과 함께 나눠요’, ‘함께 사는 사회’, ‘임대주택 해법은’, ‘저출산 해법은?’, ‘함께하는 문화로’ 등에서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단순한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주거, 양육, 문화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꾸준히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연속기획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특히 ‘설기획-쌀 경쟁력’, ‘위기의 쌀농사’, ‘농업도 ‘블루오션’ 등 농업시장개방 등과 관련한 연속기획은 경제단체나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 ‘한국경제 성장 동력 이상 없나’, ‘차세대 성장 동력’, ‘오지의 수출전사’, ‘수출 3천억 달러 시대’ 등에서는 시장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일방적으로 알리거나, 경제성장과 관련해 정부가 내세우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달성’을 그대로 반복하고 규제완화 수출부양책 등 기업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주되게 소개하는 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2) 탐사보도


연속기획보다 더 돋보이는 변화는 ‘탐사보도’에서 나타났는데, 탐사보도팀의 첫 보도라 할 수 있는 2005년 5월 25일의 ‘이상경 헌법 재판관 임대 소득 탈세’ 사실을 다룬 보도에서부터 이상경 재판관의 중도사퇴를 이끌어내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5월 31일에는 11월에 가서 이른바 ‘오포비리’로 불거지게 되는 포스코건설의 ‘경기도 광주 아파트 부지 매입관련 비리 의혹’을 최초 보도했고, ‘공직자 재산 검증’에서는 이해찬 전총리의 땅투기 의혹과 박희태 국회부의장의 세금탈루의혹, 정상명 검찰총장 부인의 투기의혹 등을 연달아 제기하며 공직자의 재산형성과 관련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해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밖에도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해 12월 최초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하게 된 ‘BIS(자기자본비율) 축소' 정황을 드러낸 문건을 공개했고, 올해 3월 들어서도 핵심적인 정황들을 제공하는 각종 문건과 관련자 인터뷰를 단독으로 입수해 사실규명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KBS 탐사보도팀은 숨겨진 사실을 발굴하는데도 남다른 재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22일에는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한국인 3300여명 확인할 수 있는 일제서훈관련 문서를 최초로 발굴해 보도4)했는가하면, 올해 1월에는 ‘북한이 5년 내 붕괴할 것이다’는 내용을 담은 98년도 ‘CIA 비밀보고서’를 단독입수 해 98년 당시 동북아의 위기상황과 미국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충격적으로 전하기도 했다5).

KBS 탐사보도팀의 이 같은 두드러진 활약은 언론계 안팎은 물론 국내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의 수상자로 이미 여러 번 선정되었고, 얼마 전에는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를 다룬 팀이 삼성언론상의 보도부문상을 수상했으며 나아가 지난 3월에는 합법적으로 쓰레기가 버려지는 해양투기지역의 오염실태를 고발한 팀이 한국 언론 최초로 ‘전미탐사보도협회(IRE)’에서 주는 ‘2005년 텔레비젼 부문 본상’ 수상자로 결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한편 KBS <뉴스9>에는 이들 ‘연속기획’과 ‘탐사보도’ 외에도 ‘집중취재’ 등의 형식으로 특정 사안을 꼼꼼하고 심층적으로 다루는 보도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고, 밤 11시에 방송되는 <뉴스라인>과 2TV <뉴스타임>에서도 연속보도가 수시로 편성되고 있어, 언론으로서의 의제설정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3. 주요사안별 KBS 보도 평가


반면, 연속기획․탐사보도를 벗어나 그때그때 급변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정세 상황에 따른 현안을 다루는 보도에 이르게 되면 높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 유난히도 갈등사안과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사안들이 시시때때로 발생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갈피를 못잡게 만들었던 만큼 방송, 특히 국가기간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공론장의 역할을 했어야 함에도 KBS의 보도가 그런 면에서는 약했다.


1) 2004년 17대 총선 관련 보도


지난 17대 총선은 ‘구태정치’ 청산과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로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다. 특히 언론과 관련해서도 ‘미디어 선거’의 가능성 여부를 놓고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들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는 방송들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었다. 시청자들의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흥미위주’의 연성보도와 17대 총선의 본질과 거리가 먼 각 당 대표의 동정과 공방보도가 방송에서 판을 쳤고, 또 유권자들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정책보도’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전하지 못하고 겉핥기에 그쳤다. 한편 선거가 끝난 후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해 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비한다면 정작 선거기간 동안에는 원내진출이 기대되면서 정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던 진보정당에 대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보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냉철하고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근거와 정보는 얻기 힘들었고, 각 당의 ‘이미지 정치’와 ‘감성정치’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KBS의 경우 비록 ‘유권자 10대 의제’보도와 ‘공약 들여다보기’보도 등 정책관련 보도에 있어 타방송사에 비해 두드러지는 차별성을 보여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지 정치’와 ‘감성정치’에 휘둘린 것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2> 방송사별 총선 보도 각 소재별 보도량

 

동정보도

정책소개

정책비교

공방

선거전략

지역구

판세

K

30

1

14

5

12

15

21

M

37

1

6

7

15

11

12

S

46

2

9

4

5

21

12

                                    ※ 분석기간 : 2004년 3월 29일∼4월 14일


<표2>에서 보듯 KBS는 정책비교에 있어 타방송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동정보도’량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기는 했지만, 지난 총선 시기 보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마치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하는 각 당 지도부에 대한 ‘동정보도’에 있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책보도’에 있어서도 좋은 시도가 있었지만 내용에 있어 겉핥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보도순서가 들쑥날쑥하고 보도 중반 이후에 배치된 꼭지가 절반에 이르는 등 이 보도에 대한 KBS 자체의 의미부여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어 유권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전달받고 유의미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KBS는 지난 총선 시기 각 지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조사항목에 ‘인물적합도’를 포함시켜 총선미디어연대로부터 “실제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확한 평가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현역 의원이나 유명인 등 인지도 높은 인물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 ‘행정수도’ 이전 논란 관련 보도


지난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논란은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떠나 정부와 조선․중앙․동아 등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거대 족벌신문과의 사활을 건 싸움으로 번져 ‘행정수도 이전’의 본질은 묻혀 지고, 국민여론은 혼란스러워졌으며, 급기야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더 높아지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방송들은 약간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부 측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단순나열식으로 전달, 한나라당 등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목소리 또한 단순나열식으로 전달, 이 두 목소리를 ‘논란’으로 규정,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의 찬반여론 및 부동산 동향 등을 전달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어떤 한 입장을 옹호해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공정(?)’한 보도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이 이 사안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K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초기에 MBC와 SBS는 ‘논란’에 중심을 두는 보도태도를 보인데 비해 KBS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가 발표하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 등에 대해 상세히 전달해 차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6월 15일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발표 이후 KBS는 “신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절차도 정당한 만큼 차질 없이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정치권의 논란을 그대로 옮겼다. 또 8월 11일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가 확정 발표된 이후에는 KBS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원천무효라며 강력히 반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도이전 강행을 막기로”,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독단적인 후보지 발표로 국민여론을 분열시키고 지역갈등을 깊게 할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나라당의 공조제안은 거부”, “신행정수도 이전의 이해 당사자인 수도권 의회도 반발”, “이전을 강행할 경우 공동으로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기로” 등의 내용으로 ‘이전반대론’을 가장 상세히 전달했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 자체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이기 때문에 ‘논란’으로 다루는 것이 공정한 태도일 수도 있겠지만,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된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KBS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 ‘지역간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정부로부터, 여야정당으로부터, 지자체로부터, 지역주민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적당히 버무려 TV화면을 통해 내보낸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방송이 제대로 된 ‘공론장’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결국 방송이 제대로 된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안 우리 사회는 거대족벌신문들의 의제설정에 휘둘려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고, ‘행정도시 이전’으로 규모와 형태가 바뀌어 추진되고 있는 중이며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3) 노동/농민 등 사회적 갈등 관련 보도


(1) 2003년 노동자들 분신․자살 정국

지난 2003년 10월 17일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의 고공 크레인 농성 끝에 목숨을 던진 이후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한달 동안 노동계에서는 무려 4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대규모 도심 시위를 벌이며 ‘손배가압류 폐지’, ‘노동탄압 중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그만큼 노동계의 요구는 절박했음을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방송3사의 보도는 그에 걸맞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던져야만 겨우 관심을 쏟고 거리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병을 내던져야지만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노동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전혀 없이 단순 사건전달식의 보도에 그쳤다. 사회여론을 환기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할 언론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나 다름없었고, 방송 또한 방송사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본질적인 모습에 있어서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KBS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표3> 2003년 10∼11월 동안 KBS <뉴스9>의

노동관련 일일 보도 현황과 노동관련 사태추이

 

10월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단신1

0

0

1

0

0

1

0

2

1

1

1

단신1

단신1

김주익 지회장 자살

 

 

 

법원

노동관련 판결

 

 

이해남

지회장 분신

 

이용석

본부장 분신

민노총 강경투쟁 선언

영등포

서장 문제발언

정부 대책 발표

영등포

서장 직위해제

민노총 총파업 선언

 

11월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

0

0

0

0

단신1

0

0

2

2

2

1

단신1/1

1

0

대규모 집회

 

 

 

 

민노총 시한부 파업

 

 

노동자

대회

 

 

민노총 파업

시위자 영장발부/전태일33주기

한진중

노사 합의

 


<표3>에서 보듯 2003년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의 KBS 보도는 철저히 사건일지에 따라갔다.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모아나가는 ‘의제설정’ 기능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그날 생기는 사건에 대해서만 단순보도로 일관하다보니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노동자들이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요구할 정도인데 과연 실상은 어떤지에 대해서 무감각하기 그지없었다. 17일 김주익 지회장이 고공크레인에서 목을 매다니깐 1건, 이해남 지회장이 몸에 신나를 끼얹으니깐 또 1건, 이용석 본부장이 또 다시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니깐 그제서야 2건 보도하며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또 침묵해버렸다. 그러다 11월 9일 대규모 도심 시위가 벌어지자 그제서야 하루에 2건씩 보도하다 이후에는 또 다시 외면으로 일관했다.

손배가압류가 언제부터 노동탄압의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는지, 손배가압류로 인해 벌어진다는 ‘가정파탄’, ‘인간관계 파괴’, ‘노조말살’ 등의 현실은 방송보도를 통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노조 홈페이지에 가거나 아니면 집회에 나가야지만 겨우 알 수 있을 정도여서 과연 방송보도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의 고 배달호씨가 분신하면서까지 ‘손배가압류’를 요구한 이후, 또 다시 똑같은 유서를 남기며 김주익 지회장이 목을 매달게 될 때까지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 철저한 무관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김지회장의 죽음 이후, 노동자들의 현실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의 역할은 단순히 노동계의 요구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극단적인 투쟁을 막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간혹 괜찮은 보도도 눈에 띠기는 했다. 10월 26일 노동자들의 분신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와 29일 있은 정부발표에 대한 ‘손배가압류’ 개선 쟁점에 대한 보도, 11월 9일에 보도한 노동자대회에서의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보도는 그나마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비중을 둔 보도였지만 ‘정부발표’, ‘노동계 반응’에만 초점을 둔 발표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울러 방관자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식으로 보도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보도는 많았다. KBS는 10월 17일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에서 목을 매달아 숨지자, 이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노사협상 진전 없어…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온 것”이라며 김지회장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보도했다. 또 “한진중공업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회사의 손배소 가압류 철회 등을 주장하며 올 초부터 전면 파업”을 했다며 손배가압류 문제를 한진중공업 단일 사업장에 국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김지회장이 129일 동안이나 40m가 넘는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다 목숨을 던졌음에도 사안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음날에도 이어져 타 방송사들이 취재보도를 하는 동안 ‘단신’으로 처리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26일 이용석 본부장 분신보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는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내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8월부터 노조 인정과 임금인상 등을 놓고 사측과 단체협상에서 갈등”이라며 한사코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사건이 발생한 근로복지공단에 한정시켜 놓은 것이다. 이는 KBS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거나 애써 사태를 축소시키려는 듯한 의도성마저 느끼게 했다.

이러다보니 깊이 있게 문제에 다가가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은 볼 수 없고 한가하게 ‘전망’과 ‘예상’만 늘어놓는 보도만 다수를 차지했다.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10/24), “노사정간의 긴장은 갈수록 고조”(10/26), “하반기 노정간의 긴장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10/27),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10/28),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노정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노정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11/11) 식으로 제3자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기만 한 것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안을 모색하고 합의의 장을 마련해야할 ‘언론의 역할’을 방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적됐다. 또 대부분의 전망도 노동계의 강경투쟁에 초점을 둬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하고 노동계의 움직임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할 우려도 다분하다는 점에서 더욱 경계된다.

한편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벌어진 대규모 도심시위에 대한 보도에서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유난히 강조하며 깊은 관심을 쏟아 ‘본말이 전도’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또다시 화염병이 대규모로 등장”, “대규모로 등장한 것은 지난 97년 IMF 이후 처음”(11/9), “화염병 700여 개가 던져지며 격렬”, “화염병 관련자를 모두 찾아내 엄단”(11/10), “불꽃에 휩싸인 서울 도심, 6년 만에 등장한 대규모 화염병 시위”, “화염병 투척자의 현장검거 전담 부대 설치”(11/11), “화염병시위 등 과격한 시위방식”(11/13) 등 ‘’화염병‘ 의 등장을 화염병 투척장면,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장면과 함께 재차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11월 11일 있은 ’새총‘관련 보도의 경우 “한 노조원이 시위대 앞에 나와 새총을 쏜다, 쇠로 된 볼트나 너트를 새총에 넣어 쏘는 것”이라며 시위과정에서 새총을 쏘는 장면을 보여주고 곧 이어 새총에 맞았다는 경찰을 인터뷰했다. 이후 기자가 시위에서 사용된 새총의 재질을 알려주고 “4m 앞에 놓여진 두꺼운 종이박스를 뚫을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경찰과 함께 직접 위력 시험을 통해 박스를 뚫는 장면까지 보여줬으며, 나아가 “눈이나 안면이나 그 다음에 머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것으로 생각”한다는 경찰의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시위현장에서 피해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지극히 선정적이고 편파적으로 보도해 노동자들에 대한 악의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또 시위에서 경찰보다 시위대의 부상자가 더 많았고 경찰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병을 던진 노동자를 폭력적으로 연행한 것은 물론 무방비 상태의 노동자들에게까지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고 일반시민들에게까지 막무가내로 폭력을 행사해 문제가 되었지만 KBS는 경찰의 폭력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비판도 없이 ‘화염병’, ‘새총’ 등 시위대의 과격성만 강조하기 위해 지극히 편파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2) 2005년 3∼5월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 파업

이후 노동관련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3월 있은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이하 플랜트노조)이 하루 8시간 노동, 유급휴일 보장, 최소한의 안전장비 지급, 중식 제공 및 식사장소 탈의․세면시설 제공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확보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60일 넘는 파업을 벌였다. 당시 플랜트노조원들은 식사할 장소가 없어 작업현장에서 비를 맞으며 끼니를 때우고, 탈의실이 없어 노상에서 옷을 갈아입고, 세면시설조차 없어 얼굴에 검정을 닦지 못한 채 퇴근하는 등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는 사업주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마땅했고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사정을 제대로 보도해야 했다. 하지만 언론은 지난 3월 18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파업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폭력시위’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의 과격성과 폭력성을 부각하고 나섰고 방송3사 역시 폭력적인 시위장면 중계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플랜트노조와 관련된 방송보도는 보도량 자체가 적었을 뿐 아니라 보도소재 역시 ‘과격시위’와 농성에 치우쳤다. 플랜트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3월 18일부터 5월 17일까지 이를 다룬 보도는 SBS 6건(단신 3건), KBS 4건(단신 2건), MBC 3건(단신 1건)에 그쳤다. 그나마 SBS가 6건을 보도해 방송3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보도량은 그 절반에 그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시기적으로 방송3사의 보도는 파업과 과격시위 이후에 몰렸다. 플랜트노조는 파업 이전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으나 이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고 파업 초기에도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첫 보도는 겨우 경찰과 플랜트노조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4월 1일 SBS에서 나왔고, 이마저도 23초의 단신에 그쳤던 것이다. 또한 “경찰기동대 버스도 쇠파이프 공격에 파손”, “노조원들이 직접 만든 공격장비까지 등장”, “리어카에 쇠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공격용 장비를 앞세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등 격렬한 시위 현장 전달에만 치중해 노동자들이 ‘왜 과격시위까지 나서게 되었나’라는 본질을 외면했다. KBS는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지는 아예 생략한 채 “근로기준법 준수 등 기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도 교섭 한 번 하지 못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던 것이다.


(3) 2005년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집회 및 농민 사망 관련 보도

농민들의 생존권 요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농민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와 관련해 방송보도들은 농민들의 폭력성만 부각하고 ‘농민과 경찰의 격한 충돌’로 접근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소한의 균형성조차 상실한 채 사태의 책임이 농민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KBS는 <농민․경찰 충돌>에서 “경찰은 살수차까지 동원해 농민들의 행진을 막아섰다”, “경고 방송이 나오고 잠시 뒤, 경찰의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평화롭게 진행되던 가두행진은 순식간에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며 이날 사태에 경찰의 과잉진압이 일부 책임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해 타방송사와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였지만 접근방법 자체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또한 농민 두 명이 사망한 이후에도 방송들은 ‘폭력시위의 책임을 경찰과 농민이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할 뿐이었고 전용철씨가 사망한 이후 사인을 놓고 경찰이 거짓말을 하며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는 동안에도 방송보도는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KBS는 국과수에서 ‘전씨가 머리 뒷부분을 땅이나 벽에 부딪히면서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했다’고 부검 소견을 밝힌 것에 대해 농민들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할 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사인을 놓고 경찰과 농민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에는 전용철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경찰의 봉쇄 속에서도 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에서 열렸지만 KBS는 이를 전혀 다루지도 않았다.

27일 농민단체에서 전용철씨가 정신을 잃고 들려나가는 모습이 담긴 15일의 현장사진을 공개해 ‘집 앞에서 쓰러져 머리를 다쳤다’는 그 동안의 경찰 주장을 반박하는 명백한 증거가 나타나 경찰의 ‘폭력진압’ 여부를 규명해야 마땅함에도 KBS는 이날 단신으로 “국과수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목격자와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는 정도를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공개된 사진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시위현장에 불상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이후에 KBS는 <“조사단 구성하자”>라는 꼭지를 내보냈지만 “사인을 놓고 농민과 경찰 사이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속해서 ‘논란’으로 치부했고, “쓰러져 있는 전씨 사진을 놓고도 양측의 말이 다르고 조사단 구성 문제에도 견해차가 크다”며 경찰과 범대위를 같은 비중으로 놓고 ‘엇갈리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머물렀다.

국가인권위가 경찰의 폭력으로 농민이 사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KBS는 시위현장에서 두 명의 농민이 경찰 폭력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경찰의 폭력진압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등 인권위 발표와 관련해 반드시 따져야 될 문제들은 전혀 짚지 않았다. 이후 허 전청장의 사퇴문제로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허청장의 사퇴문제에 대해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권위의 조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사죄한다면서도 사퇴할 뜻은 없다고 밝혔”고 “농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중계식으로 보도했다. 특히 “한편 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집회와 시위에 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미 벌어진 사안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내세우며 본질을 흐리는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또한 허청장이 이처럼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자 28일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는 경찰청 앞 대규모 노숙단식투쟁을 시작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였고, 정치권에서도 허청장 사퇴론이 확산되는 등 이 사안이 우리사회 긴급 현안으로 대두됐을 때도 KBS는 여전히 단 한 건으로만 보도하며 사안의 중요성을 전혀 쫓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KBS가 의제축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다.


(4) 2006년 3월 1일 철도노동조합 파업 관련 보도

지난 3월 1일 철도노조는 ‘철도 상업화 철회 및 공공성 확보’, ‘현장인력 충원’,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등을 내걸고 파업을 시작했다. 방송3사는 철도노조가 내걸은 이 같은 파업의 쟁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왜 파업을 벌이는지, 파업의 정당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도하기보다는, 파업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교통대란’, ‘물류대란’ 운운하며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상황을 부각하는데 급급했다. 비록 파업 쟁점을 설명한 보도에 있어 KBS는 타방송사에 비해 1건 더 많은 2건을 보도해 차이를 보였지만 <물류스톱 부산항 비상>에서 “오늘 전체 화물열차 운행률은 22%에 지나지 않았지만 물류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수출입 컨테이너의 경우, 철도운송 비율이 10%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앵커멘트에서는 “물류수송이 사실상 중단돼 수출전초기지인 부산에 비상이 걸렸다”며 피해상황을 부각했다. 다만 KBS는 <모레 철도파업>과 <파업쟁점은?>에서 철도노사가 지난해부터 70여 차례 교섭을 진행해왔으며, 쟁점이 철도 상업화 반대와 현장인력 충원, 해고자 복직, 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라는 등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을 소개했고, 협상 결렬 이유가 “공사의 상업화와 해고자 복직은 노사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고, 비정규직은 정부 입법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도해 타방송사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 점은 평가할 만 하다.


(5) 기타

최근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관련해서도 KBS는 3월 6일 <강제철거...충돌>에서 국방부측과 평택범대위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나열한 다음, 대추초등학교를 강제수용 하는 ‘행정대집행’에 대해 “국방부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에 대해 강제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뤄졌다”며 정당한 법집행을 내세우는 국방부의 주장과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강제 수용을 결정한 것은 부당한 법집행”이라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대비하는데 그쳤고, 다시 충돌이 발생한 15일에도 단신에서 “국방부가 미군기지 이전지 ‘논갈이 투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농로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간단히 다룰 뿐이었다.

하지만 KBS의 노동 등과 관련한 보도 가운데는 간혹 의미 있는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04년 10월 5일 KBS <산재신청 엄두조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산재신청 등에 대한 불이익을 보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04년 12월 28일 <“노조 방해” 논란>에서는 “국내 1위의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가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조설립을 방해해 노동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며 이마트 용인수지점의 비정규직 노동자 캐셔(계산원) 23명의 노조설립 시도에 대해 회사측이 ‘무노조 원칙’을 내세워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사실을 알려 거대자본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노동문제에 애착과 전문성을 가진 특정 기자의 단발적인 보도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KBS에는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 한다 △이해당사자가 대립하는 사안 등을 다룰 때는 어느 한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공정하게 다룬다 등의 내용이 명시된 ‘노동․사회갈등 보도준칙’이 지난 2003년 10월 28일 제정되었지만 현장에서 이 준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 보도본부 차원에서 제대로 공유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4) 남-북-미 관계 및 이념갈등 관련 보도


지난 2004년 9월 5일 노무현 대통령이 MBC <시사매거진 2580>과 가진 대담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이후, 약 55년 동안 ‘반민주․반통일․반인권’ 악법으로 비판받아온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이 가열되었다. 시민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은 노대통령의 입장을 환영했으나, 재향군인회․전직관료 등 보수집단은 거세게 반발했으며, 정치권에서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은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라는 발언까지 쏟아내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했다. 여기에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신문들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한국사회가 혼란에 빠져들 것처럼 연일 주요지면을 동원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을 확산시켰다. 이런 가운데 방송보도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란의 흐름만 쫓아다니는데 급급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KBS의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한 무관심을 심각하게 드러냈다.

9월 5일 노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각 방송사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모두 14건(단신 2건 제외)을 보도했다6). 이 중 SBS가 6건(단신 1건 제외)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MBC는 각 4건(MBC는 단신 1건 제외)이었다. 특히 KBS는 노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5일과 다음날 6일 각각 2건의 보도를 한 이후 7일과 8일에는 아예 관련보도를 내보내지 않아 ‘침묵’에 가까운 보도태도를 보인 것으로 지적되었다.

보도내용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KBS는 5일 “국보법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보법 논란이 더 큰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논란확산’에 대해 보도했다. 국가보안법 존폐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논란’을 보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방송보도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논란’에만 머물렀다는 점이다.

5일 이후에도 KBS는 <존폐 대립 격화> 등 ‘논란’을 다룬 보도는 전체 보도의 50%(4건 중 2건)였다. 이 같은 논란 중심의 보도로 인해 정작 인권침해 문제를 비롯한 국보법이 갖고 있는 문제나 국보법 폐지가 제기되게 된 그간의 논의 배경 등은 전혀 보도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국보법 폐지 논란을 ‘정치권의 정쟁’ 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쟁점’을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겉핥기’식 보도에 그쳤다. KBS는 “쟁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면서도 단지 서로 상반되는 여야의 주장을 단순 나열할 뿐이었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문제 조항 가운데 여야의 시각차가 가장 큰 부분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정부 참칭부분”이라며 “열린우리당은 남북교류와 협력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삭제를 주장…한나라당은 정부참칭을 빼면 국보법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라고 여야의 주장만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인권침해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돼온 찬양고무조항이나 불고지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략적으로 비슷하지만 그 해법은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다르다”며 ‘찬양고무’와 ‘불고지’조차 논란을 겪는 것처럼 보도했다. 노대통령의 발언 이후 ‘폐지’ 입장으로 돌아선 여당 내 ‘개정론자’들도 애초 ‘불고지’와 ‘찬양고무’에 대해서는 ‘삭제’의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KBS의 보도는 ‘왜곡’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한편 2004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했으며 현재도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며 충격적인 ‘간첩소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일부 방송보도는 ‘간첩 암약’ 운운했던 주의원의 무책임한 폭로행태보다는 여야 ‘공방’에 초점을 맞춰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한나라당이 일으킨 ‘간첩소동’은 근거조차 불분명한 주장을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폭로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이자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발전을 가로막아 온 ‘색깔론’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방송보도들은 근거 없는 폭로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든 한나라당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치권의 공방’으로 본질을 흐렸고 ‘정치권 공방’에 가장 매달린 방송사는 KBS였다.

12월 10일 KBS에서는 관련내용이 3건 보도됐다. 하지만 3건 모두 여야대립과 정치권 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전력 시비 격화>에서는 “이철우 의원의 전력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반격에 한나라당은 추가의혹으로 맞섰다” 등 전형적인 ‘공방보도’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충성 맹세’ ‘고문 조작’>은 분석보도의 형태를 띠긴 했지만 엇갈리는 여야의 주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날 보도된 <공안 검사와 386>은 무책임한 폭로정치에 앞장 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공안검사’ 출신의 “거침없는 성격과 입담으로 한나라당의 차세대 저격수”로 ‘평가’하고, 피해자인 이철우 의원을 “주의원과 대조적으로 골수 386 운동권 출신”으로 묘사하며 대립구도를 만드는 등 흥미 위주의 보도태도마저 보였다.

11일에도 KBS는 <법적 대응․이념 공세>에서 “여야의 노동당 가입 공방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여야의 ‘공방’에 초점을 맞췄고, 이어진 <이념에 밀린 민생>에서는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이념싸움에 파묻혀버린 민생국회’라고 보도하는 등 국회파행의 원인이 된 근거 없는 색깔공세의 잘못은 실종되고 말았다.

12일 <동상이몽 ‘국정조사’>도 “노동당 가입 공방, 여야가 동시에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며 “여야합의로 국정조사가 실현되기보다는 정치공방만 무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 정치권의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KBS의 모습은 ‘기계적 중립’의 늪에 빠져 색깔공세의 들러리 역할은 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2005년 1월 25일 KBS는 <교과서 편향 논란>에서 같은 날 발족식을 가진 ‘교과서 포럼’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하며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은 ‘재점화’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지난해 10월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논란은 교과서의 앞뒤 맥락은 무시한 채 일부 내용을 편의대로 왜곡한 것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색깔시비’를 ‘핑퐁’식으로 주고받으면서 확대시킨 저질 정치공세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KBS는 당시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며 마치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처럼 보도했다.  

이 보도는 “교과서포럼의 학자들은 현행 교과서들이 반미, 친북적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며 이들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흠집을 못 낼까 안달하고 있는 교과서가 북한의 부자세습에 대해서 어떤 한마디 비판적 표현들이 없다”는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신지호 서강대 교수의 일방적인 발언까지 그대로 소개하는 등 ‘교과서포럼’의 기관방송을 방불케했다.


이밖에 KBS는 2004년 12월 19일 <암살 기도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최근 오스트리아 방문 중 암살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암살설’은 국제사회에 떠도는 소문으로 정부당국이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KBS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암살기도를 기정사실화한 채 ‘김정일 후계구도 암투’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으로 보도해 북한 관련 국내언론보도가 취재와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온갖 추측과 소문만을 근거로 한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태도를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도 했다. KBS는 특히 “암살기도세력의 배후에는 북한의 반 김정남 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암살설의 진위여부보다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싸움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김정남이 해외를 다니면서 해외 언론에 노출되고 북한의 후계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 김정철과 김정운 세력이 불만을 느껴 (암살이) 기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제시해 암살기도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또 “북한의 2인자로 평가받던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도 정철, 정훈 형제의 지지 세력에 밀려 사실상 숙청 위기에 빠지는 등 북한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싸움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여 ‘후계권력다툼’도 사실화했다.


반면 긍정적인 보도도 있었다.

지난 2004년 7월과 10월 사이 이른바 ‘기획탈북’와 미국 상원의 ‘북한인권법’ 통과로 북한인권문제가 부각되었을 때 대부분의 방송이 북한인권법 통과의 의미와 한반도에 미칠 파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기획탈북에 대해서도 현상만 따라가거나 감정적인 부분을 부각할 뿐, 기획탈북이 계속되는 이유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부족한 상황에서 KBS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다수 다뤘다.

7월 27일과 28일 ‘탈북자 대규모 입국’이 있은 뒤 방송들이 ‘기획탈북’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없었을 뿐 아니라 탈북자를 바라보는 보도관점에서도 ‘일방적 동정의 대상’, ‘자유를 향한 탈출자’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속에서 KBS는 7월 13일 <기획망명 돈거래>, 7월 28일 <알선료 내면 빈손>, 7월31일 <18명 북송위기> 등의 보도에서 기획 탈북 및 탈북브로커 문제에 대해 접근해 타방송사와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안’의 미국하원 통과 이후 중국 내 북한 주민들의 외국 공관진입 사건이 급속도로 늘어난 9월에는 ‘기획탈북’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들의 공관 진입 과정을 단순 전달하는 중계식 보도에 그쳐 타방송사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9월1일 탈북자라고 밝힌 29명이 베이징의 일본인 학교에 진입한 사건에 대해 KBS는 철망을 뚫고 미리 준비한 의자와 사다리를 이용해 학교 담장을 넘어가는 장면 등의 진입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상세히 보도하며 ‘외교시설에 들어간 탈북자로는 이번이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또 이후 탈북자 44명이 베이징의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9월 29일 보도에서도 사다리를 이용해 공관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며 “외교시설에 진입한 탈북자 숫자는 한 달도 안 돼 최고 기록을 경신” 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반면 대규모 진입이 아닌 경우엔 단신보도에 그쳐 탈북자 규모에 따라 보도기준이 정해지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나마 이런 와중에서도 KBS는 북한인권법이 촉발할 대량탈북사태에 대해 의미 있는 분석보도를 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9월 30일 <탈북, 민감 현안으로>에서 “북한 인권법안 가운데 핵심은 4년 동안 8000만 달러의 자금을 탈북자 지원단체에 지원한다는 점”이라면서 “탈북자 기획 망명을 배후에서 주도해 왔던 NGO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북한 인권법에서 한국 국적 취득권을 이유로 미국 망명을 제한받지 않는다라는 점을 명시한 점” 역시 대량탈북사태를 촉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KBS는 “현재 탈북자 정착지원 업무 위주로 되어 있는 정부의 탈북자 종합대책의 근본 개념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보도 외에는 북한인권법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사실은 간단하게 소개하고, 정부의 반응, 북한의 대응,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들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5) 황우석 교수 연구논문 조작 관련 보도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사회는 ‘황우석 교수 논란’과 관련해 그야말로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또한 시민들이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급박한 상황들이 돌출되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진실을 알려 국민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들이 더 심하게 ‘여론’에 편승해 특정세력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방송들 역시나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KBS는 누구 못지않게 ‘황우석 구하기’나 다름없는 보도태도를 보이며 여론에 편승했고, 진실규명 노력을 외면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월 21일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사용된 난자를 확보하는데 ‘보상금을 줬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22일 MBC <PD수첩>이 매매난자 사용 의혹과 연구원 제공 난자 사용 의혹을 다룬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KBS는 매매난자 사용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황교수를 감싸는데 급급했다. 21일 보도에서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름 동안 다른 일은 못하고 배란 촉진제를 맞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라며 노성일 이사장의 주장을 주요하게 다뤘고, 나아가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 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난자기증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황교수를 옹호하는 여론에 편승했다. 22일에는 KBS의 자체적인 ‘진상규명’ 노력은 보이지 않고 “연구용 난자를 구하기가 힘들고, 채취 과정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정상참작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불치병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일보다 더 윤리적인 일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이제 초기인 만큼 윤리적인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보도하는데 그쳤다.

12월 2일 <PD수첩> 제작진인 최승호 CP와 한학수 PD가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이 황우석 교수팀에서 제공한 줄기세포로 DNA 검사를 한 결과, 논문의 줄기세포와 같지 않았다’며 황우석 교수팀에게 ‘2차 검증’을 제안했다. 하지만 KBS는 <PD수첩>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으로 다루는데 그치고 황우석 교수팀의 입장은 비중 있게 다루면서 ‘논문이 잘못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몰아갔다. KBS는 ‘황 교수팀에 2차 검증을 요구’하는 <PD수첩>측의 입장을 전하긴 했으나 “황우석 교수측은 MBC <PD수첩>의 재검증 운운은 저명 학술지의 권위를 훼손하는 국제적 모독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황교수측의 주장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재검증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 제시를 통해 설명하기보다 추상적인 ‘권위’에 의존해 반박하는 황교수측의 감정적 대응을 “MBC <PD수첩> 측에 대해 황우석 교수 팀은 재검증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일일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라는 식으로 그대로 인용하는데 그쳤다. 또 “모처에서 휴식중인 황우석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는 목숨을 걸고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적절한 때가 되면 복귀하겠다고 밝혔다”며 황우석 교수의 ‘대변인’ 노릇도 충실히 했다. 또 ‘사이언스지’에 실리는 논문에 대해 “서면 질의와 답변, 필요할 경우의 실제 실험까지 짧게는 두달, 길게는 1년 가량의 검증 기간을 거치면 10∼20%의 논문만이 검증을 통과”한다며 “황 교수의 논문이 거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서”라며 ‘저명 학술지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황교수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12월 4일 안규리 교수와 함께 미국에 간 YTN 기자가 김선종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황교수팀의 논문에 의문을 제기해왔던 <PD수첩>과 MBC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난이 일었다. 방송 또한 이러한 여론에 철저하게 편승했다. KBS는 “MBC PD수첩팀에 이른바 ‘중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황우석 교수팀 연구원들이…그런 발언이 없었다면서 정면으로 부인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고, “해당 연구원들은 취재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며 “취재 목적을 속였고, 황우석 교수가 구속될 거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라고 연구원들의 주장을 상세히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는 황교수님과 강교수님을 죽이러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는 연구원의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섀튼 교수도 <PD수첩>의 취재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데는 <PD수첩>의 취재가 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섀튼 교수의 결별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PD수첩> 제작진의 무리한 취재 때문임을 시사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으로 여론이 완전히 ‘황우석 구하기’로 돌아섰던 12월 7일 황우석 교수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황교수의 입원 사실은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반면 <PD수첩>과 MBC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더욱 거세어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황교수의 입원모습이 담긴 사진이 메인화면을 장식했으며 다음날 아침 대다수 신문들의 1면에도 역시 이 사진이 빠지지 않았다. 방송들 또한 황교수의 입원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감정적인 표현들로 황교수를 띄우고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KBS 또한 “병원에 입원한 황우석 교수의 모습이 공개됐다”며 “연구실을 떠난지 2주 만에 모습을 드러낸 황우석 교수, 하지만 연구실이 아닌 병상에서 만난 황 교수는 자신감 있던 평소의 모습과 다른 헬쓱한 얼굴, 수염조차 깎지 못한 초췌한 모습” 등으로 황교수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다.

12월 8일에는 서울대 소장학자들이 ‘논문에 대한 서울대의 자체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브릭(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이라는 소장생명과학자들의 사이트에서도 논문 사진의 중복 논란이 점점 거세어지는 등 검증 요구가 확산되었다. 이에 대해 KBS는 8일 황우석 관련 첫 보도로 “소장 생명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황 교수의 논문 진위에 대해 과학계가 나서 검증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며 “논문을 검증하자는 주장이 확산되는데는 DNA 지문 등 논문 자료 일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는 등 그 동안 전문가들을 내세워 황교수 논문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해온 그 동안의 보도태도에서 약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12월 15일 노성일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급격히 반전됐다. KBS는 이날 첫 보도로 “노이사장이 오늘 KBS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를 병원에서 만나 줄기세포가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며 노이사장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이 보도는 또 “노 이사장은 황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11개의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9개는 가짜가 확실하며 나머지 2개의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공동연구자로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증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KBS는 황교수팀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핵심연구원들 모두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나름대로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는 유지했지만 나머지 보도에서 ‘줄기세포 조작’을 거의 기정사실화했다. 이 과정에 이전 보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아무런 설명없이 보도하기도 했다.

12월 16일 황교수와 노이사장이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었다. 이날 KBS는 ‘황우석’ 보도를 모두 23건(단신 포함)으로 채웠지만 ‘논문조작’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는 ‘논란’과 ‘의혹’으로 계속 다루는 모습을 보이고 그저 황, 노 두 사람의 기자회견 내용을 쟁점별로 전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줄기세포 있었다”>에서 미국특파원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를 전하면서 “줄기세포는 분명히 존재했다고 말해 또 다른 쟁점을 낳고 있다”며 논문진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안을 부각해 혼선을 일으켰다.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KBS는 별다른 검증 없이 그저 특파원의 ‘단독’보도라는 이유로 섣불리 보도했다.

12월 23일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방송들의 보도태도는 ‘논문조작’을 기정사실화하고 ‘황교수 비판’ 쪽으로 확실히 돌아섰지만 KBS는 14건을 다루는 동안 <PD수첩>의 문제제기에 대해 ‘세계적 연구성과에 흠집 내는 비전문가의 치기어린 고집’ 쯤으로 다뤘던 자신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진정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총제적으로 KBS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윤리 논란과 논문진위 논란’을 보도하는데 있어 그때그때 사안이 터지면 따라가기에 급급할 뿐, 자체적인 진실규명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의학전문기자’와 ‘탐사보도팀’을 두고 있으면서도 ‘브릭’이나 ‘프레시안’을 따라가지도 못했으며 의제 발굴 기능을 전혀 보이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Ⅱ. 시사교양 프로그램


1. 총평


KBS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경향은 앞서 서두에서 언급했던 “대표 프로그램의 명품화와 시사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KBS만의 의제설정 기능을 강화 하겠다”는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부터 이른바 ‘개혁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의제설정 기능 강화’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진행되었고, 초기의 ‘개혁프로그램’이 대부분 사라진 현재에 이르러서도 두드러지는 성과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대표 프로그램의 명품화’의 경우 교양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KBS만의 특색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뤄졌으며 최근 들어 안착화되었다는 인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


2. 시사프로그램


정사장 취임 초기 프로그램 가운데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일요스페셜>, <미디어포커스> 등이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성역’으로 일컬어졌던 영역들에 대해 과감하게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의제설정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었다. 또 <인물현대사>는 격동의 현대사를 산 인물들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에서 고루 다루면서 인물을 중심으로 한 현대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취임 중반 이후부터는 <KBS스페셜>이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일요스페셜> 등이 했던 역할을 상당 부분 이어 받았고,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기자들이 제작하는 보도프로그램에서 접하기 힘든 내용들을 신선하고도 과감하게 PD들의 시각으로 다루면서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단을 돕고 있다. KBS의 가장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인 <추적60분>의 경우 <한국사회를 말한다>나 <KBS스페셜>의 등장 이후 과거 ‘시사’영역에 있어 뚜fut한 발자취를 남겼던 것에서 약간 벗어나 일상생활의 영역이나 사건사고, 사회적 일탈현상 등을 주로 다뤄 ‘연성화 되었다’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거나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있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환경관련 다큐멘터리인 <환경스페셜> 역시 지속적으로 환경과 관련된 의제들을 발굴해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앞서 몇 차례 언급했다시피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이른바 ‘개혁프로그램’으로 등장했던 많은 시사프로그램들은 시작한 이래 줄곧 조선, 중앙 등 보수신문들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주된 비판의 대목은 이른바 ‘코드 맞추기’였는데, 이는 정연주 사장과 이들 프로그램이 코드가 일치한다는 지적에서부터 ‘결국 노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정사장을 임명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들 신문으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결국 폐지로까지 이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다. ‘참여형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첫 회 ‘전두환 전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을 다루면서부터 전씨의 집 앞에서 나와 달라고 요구하며 이를 생중계해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인민재판하는거냐’는 식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비록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사회자와 패널 중 일부가 방송내용의 중요성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이는 등 아쉬움이 많은 방송이긴 했지만 조선 등의 ‘인민재판’ 운운은 전혀 신경 쓸 이유가 없는 딴지걸기에 불과했고, 이후 3회 방송 ‘생리대를 면세하라’에서 많은 사회적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결국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2003년 가을개편에서 폐지되고 말았다.

이밖에 <인물현대사>의 경우 ‘공영방송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80년대 운동권식 의식화 학습을 하냐’는 식의 저질 공세와 초기 진행자 문성근를 표적으로 한 정치공세를 당했고, <미디어포커스>는 ‘언론개혁에 의지를 보이는 노대통령과 정사장의 코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프로그램 아니냐, 왜 우리만 목표로 하냐’는 식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문제삼을 거리가 별로 없었고,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 <인물현대사>는 1회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편에서부터 79회 함석헌 선생 편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간 수많은 인물을 적지 않게 다루고 2005년 봄개편에서 종영을 맞게 되었고, <미디어포커스>는 현재까지도 꿋꿋하게 방송되고 있다.


1) 인물현대사


<인물현대사>는 그 동안 방송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현대사에 대해,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통해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로 지난 6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은 세인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그들이 온몸을 던졌던 엄혹한 시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이 현대사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했다.

<인물현대사>가 그려낸 역사는 그 동안 역사교과서의 주변부를 맴돌던 ‘민주화의 역사’와 민주화를 일군 ‘사람’을 복원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인물현대사>는 기존의 근현대사 관련 프로그램들과 달리 ‘사람’을 프로그램의 중심에 두면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인물현대사> 제작진의 접근방법은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대개 ‘인물’을 부각시키는 다큐멘터리의 경우, 주인공들을 지나치게 ‘영웅화’한다든지 ‘위인’처럼 묘사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지만 <인물현대사>는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인물현대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왜 역사의 전면에 나서야 했는지 보여주며 사람과 시대상황과의 ‘인과관계’를 끊임없이 추적했다. 이를 통해 그 시대를 살며 세상을 변화시켜 온 대다수 평범한 사람 모두가 사실은 <인물현대사>의 주인공과 다름없음을 제작진들은 보여줬다. 아울러 그간 여러 방송에서 현대사를 다루기는 했으나, 시대적 제약으로 인해 당시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인물현대사>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고자 다양한 자료와 주변인물들에 대한 인터뷰 등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근안, 장영자, 김창룡 등 현 시점에 평가할 때 공(功)보다 과(過)가 많은 인물들을 다루며 그를 통해 당시 시대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2) 미디어포커스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2003년 6월 28일 군부 권위주의 정권시절부터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에 굴복해 언론의 역할을 ‘자진반납’해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낱낱이 고백한 ‘KBS, KBS를 말한다’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체비평프로그램으로서 언론계 안팎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3년 9월 6일 방송된 ‘일류신문의 조건 ‘直筆’’은 신문보도의 가장 큰 문제가 ‘사실왜곡’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각종 왜곡보도 유형과 사례를 통해 그동안 ‘일류신문’들이 어떻게 여론을 호도하며 ‘언론권력’으로 군림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신문들이 자행하고 있는 ‘왜곡보도’의 근원까지 탐구하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한 부역을 통해 ‘물적토대’를 구축해 ‘기득권’으로 편입되었으며, 더 근본적으로는 일제시대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음을 지적했다. 이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들이 벌이는 ‘왜곡보도’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를 위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왜곡보도를 심각성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평가할 만했다.

12월 13일 방송된 ‘한국언론의 빅브라더 미국’편은 해방 이후 한국 언론이 보여 온 대미추종적 보도태도가 미국 행정당국과의 치밀하고도 추악한 ‘커넥션’의 결과물임이 밝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이 지난 5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국내 언론인들을 친미주의자로 만들기 위해 육성, 관리해온 사실을 미국국립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미 공보처(USIS)의 기밀해제 문서를 파헤쳐 밝혀낸 것이다. 또 동아일보의 사주가 미국 대사의 힘을 빌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이후락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별장에 미국대사를 초청해 로비를 벌이는 등 언론인들 스스로도 미국과 가까워지기 위해 안달을 했다는 것도 밝혀내는 등 친미사대적 보도태도를 보여 온 우리 언론이 거듭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5년 1월 8일과 15일 2편에 걸쳐 방송된 ‘2005 한국 언론을 향한 제언 2부작’ ‘진실이 국익이다’와 ‘강자의 굴레를 벗자’도 주목할 만 했다. ‘진실이 국익이다’편에서 <미디어 포커스>는 “국익이라는 용어는 사회적 동의나 공감대를 형성해 정당성을 획득한 용어가 아니라 정파적 입장에서 자기주장만을 정당화하고 다른 견해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어온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언론이 ‘사실’에 기초해 보도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탐사보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관 CPI(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와 세계 각국의 언론사와 언론인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 언론이 ‘국익’으로 포장된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진실’을 추구해야 함을 보여줬다. 또 2편 ‘강자의 굴레를 벗자’는 사회적 강자의 논리를 옹호하며 스스로 권력이 되고 있는 언론의 문제를 다루며 대기업 총수나 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확대 포장하면서 서민들의 애환이나 탄압받는 노동자의 외침은 외면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대비시켜 자본에 길들여진 언론의 이중성을 꼬집다. ‘한국 언론을 향한 제언’은 그 자체가 스스로 주장한 ‘탐사보도’의 전형과 마찬가지로 평가받기도 했다.

4월 16일 ‘세지마 류조로 본 한일 극우 커넥션과 언론’편에서는 ‘세지마 류조’라는 인물을 통해 한일 정․재계의 뿌리 깊은 ‘극우커넥션’과 여기에 편승해 왜곡보도를 일삼은 우리 언론의 실상을 파헤쳤다.

이후에도 <미디어포커스>는 단순한 매체비평에 머물지 않고 제대로 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언론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고드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언론인 연수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거나 언론사 입사시험의 개선 필요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역사를 바꾼 특종’에서 언론보도의 중요성을 사례를 통해 제시한 부분도 현재 우리 언론들이 되새겨볼만한 부분이었다. 비록 2004년 8월 14일 방송에서 ‘시사플래시’라는 코너에서 ‘실수’로 ‘적기가’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보수언론으로부터 “공영방송 KBS에 울려 퍼진 적기가”라는 식의 도가 넘는 비판을 받는 등 신중하지 못한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당시의 방송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최근에 들어서도 <미디어포커스>는 탐사보도의 모범사례를 발굴해 언론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가하면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과 관련해 1년 전 승무원들이 언론들로부터 ‘땅위의 스튜어디스’로 주목받았던 배경에 숨은 진실을 파헤치고, 어려움에 처한 지역언론을 살릴 방안을 고민하는 등 중요한 역할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디어포커스>가 자리를 잡은 지금의 경우 많은 노력들이 ‘매체비평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인식되면서 적절한 문제지적을 과감히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3) 한국사회를 말한다


2003년 8월 2일 시작된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한국사회에 대해 성역 없는 문제제기를 했다. 한국 사법 체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입법부의 제 기능을 모색한 한편, 족벌언론과 친일언론을 해부하는 등 한국사회의 거대 권력들에 대한 과감히 비판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해외민주인사의 문제를 다루며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평과 민주화의 정도를 살펴보고, 국방 관련 문제에서 ‘군축’이라는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한국 사회를 말한다>는 풍부한 자료를 통해 주제의 구체적인 근거제시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실천적 문제해결의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있어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다각적인 문제접근의 노력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비록 2004년 가을 개편에서 종영을 맞긴 했지만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문제제기는 이후 <KBS스페셜>로 그대로 이어졌다.


4) KBS스페셜


2004년 11월 가을개편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일요스페셜>이 합쳐져 <KBS스페셜>이 새롭게 편성되었다. 편성초기부터 ‘도자기’ 등에서 BBC 등 해외 유수방송사의 이른바 고품격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프로그램 제작능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은 <KBS스페셜>은 국제정세나 국내 주요 현안들에 대한 접근에 있어 돋보이는 방송을 수차례 선보였다.

2005년 2월 19일 방송된 ‘공존의 조건-방치된 빈곤 400만의 겨울’은 그간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면서도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차상위계층의 실태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헤치며 일할 능력이나 부양자가 없음에도 기초생활수급권 책정의 허점으로 인해 절대빈곤층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차상위계층의 여러 실태를 심도 있게 보여줬다. 또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의 고용불안이 빈곤층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확산 실태와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예리하게 지적했다.  

6월 12일 방송된 ‘현장보고-우즈벡 유혈사태, 그 진실은?’은 충실한 현지 취재로 우즈벡 유혈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배경에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등 중앙아시아 시민혁명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안디잔에서 일어난 학살이 계속되는 주변국들의 민주화 혁명에 위기의식을 느낀 독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벌인 참극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고, 시민들의 봉기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공작으로 몰아간 우즈벡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8월 21일 방송된 ‘장벽(The Wall)'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만들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가지는 의미를 고발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보호장벽”이라고 말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있어 생존권을 박탈하고, 이산가족을 만들어 내며, 수많은 갈등과 반목을 낳고 있는 장벽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와 공존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렸다.

2006년 2월 18일 방송된 ‘신자유주의를 넘어-차베스의 도전’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불고 있는 반미․좌파 열풍을 베네주엘라 차베스 대통령을 통해 짚어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어떻게 가능한지, 베네주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이 어떤 것인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 3월 4, 5일 이틀 동안 방송된 ‘전쟁을 생산한다-민간군사기업’은 냉전의 해체 이후 미국 등 서구국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간군사기업들의 실체를 파헤치며 이들이 이라크전이나 아프리카 내전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정규군의 역할까지 대체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고발했다.

한편 <KBS스페셜>은 단지 PD들의 제작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보도본부 탐사보도팀의 탐사보도와 결합되면서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소개한 ‘최초공개,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2005년 7월 24일)와 ‘고위 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검증한다’(2005년 10월 15일), ‘해양투기 17년 바다는 경고한다’(2005년 11월 6일), ‘단독입수 CIA 비밀 보고서, 코리안 엔드게임’(2006년 1월 21일) 등이다.

하지만 <KBS스페셜>에도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수 ‘비’가 출연한 KBS 드라마 방송 직전에 ‘밀착취재 비, 아시아를 넘어서’를 방송해 자사홍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든지, 미국 미식축구대회에서 하인스 워드 선수가 MVP를 차지하자 예고된 프로그램을 한 주 미루면서까지 발빠르게 ‘슈퍼볼을 점령하다 하인스 워드와 한국인 어머니’를 방송한 것은 대중들의 관심에 편승한 시청률주의로 보일 가능성이 컸다.


5) 생방송 시사투나잇


정연주 사장 취임 초기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보수세력들의 공세가 휘몰아쳐 지나간 이후 2004년여부터 보수세력으로부터 주된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생방송 시사투나잇>(이하 <시사투나잇>)이다. 가장 최근만 하더라도 지난 3월 7일 방송된 ‘서울시장 후보 공천 강금실 변수’에 대해 한나라당이 ‘선거방송심의에관한특별규정(선거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이를 방송위원회에 불만사항으로 접수시켰고, 조선일보가 곧바로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를 실으면서 ‘방송 흔들기’의 소재로 활용했다. 한나라당이 문제 삼은 방송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고 내용도 하등 문제삼을 것이 없었다. 강전장관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여부는 후보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등 정치권 전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고, 강전장관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와 관련된 중요한 발언을 했다면 데일리시사프로인 <시사투나잇>으로서는 당연히 다룰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방송위에서 아무런 제재사안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리기는 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조-한동맹 커넥션’이 가동된 사례로 삼기에 충분했다.

<시사투나잇>이 주된 공격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그만큼 <시사투나잇>이 민감한 사안들도 성역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다루기 때문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시사투나잇>은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내용임에도 보도프로그램에서 1분30초 정도로 다뤄진 사안들의 내막에까지 접근해 상세한 정보들을 전달해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고 다루는 소재에 있어서도 가리지 않는 편이다. 비록 지난 해 3월 15일 방송된 ‘시사패러디 헤딩라인뉴스’에서 ‘시사문제를 명화로 보여주는 이색전시회’를 소개한다며 행정도시 특별법에 반대해 의원직 사퇴서를 낸 박세일 의원과 단식을 진행한 전재희 의원의 얼굴을 명화 ‘낙원상실’에 합성해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여성인 전 의원을 ‘누드’로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여성비하’, ‘성적모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을 겪고 결국 ‘시사패러디 헤딩라인뉴스’가 폐지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 현안을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다루려는 <시사투나잇>의 노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시사투나잇>은 그 동안 뉴스프로그램들이 ‘기계적 중립’에 매달려 정쟁 중심으로 사안을 다루거나, 민감한 사회의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끈질긴 취재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왔다. 또 기존 뉴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소외되고 구석진 우리 사회의 곳곳으로 찾아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때 <시사투나잇>의 ‘저널리즘 정신’은 진실과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세력’으로부터 ‘취재거부’ 등의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정치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소외된 약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 노력은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3. 교양프로그램


교양 부문에서는 문화, 생활, 과학, 소외계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주 풍성한 ‘KBS만의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TV문화지대>나 <낭독의 발견>, <TV, 책을 말하다>, <문화스페셜>, <클래식 오디세이> 등 주로 문화 영역에 있어 세련되면서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들이 KBS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곳에 가고 싶다>와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의 경우 시청자들의 여가생활과 관련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색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간극장>과 <피플 세상속으로>, <수요기획>,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 등에서는 전통적인 휴먼다큐적 감동에서부터 이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때론 생동감있게 때로는 차분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과학의 향기>, <사이언스21>7), <생로병사의 비밀> 등은 과학이나 의학의 영역에 있어 새로운 정보를 탁월하게 전달하거나 과학에 대한 시청자의 눈높이를 높이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고, <사랑의 리퀘스트>나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모으고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을 캠페인의 형식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러브 人 아시아>나 <사랑의 가족>, <언제나 청춘>, <성장다큐 꿈> 등에서는 국내에 이주한 외국인이나 장애인, 노년층, 어린이 등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 계층과 관련한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밖에 과거 7∼80년대 대중문화를 다시 회고하는 <오래된 TV>나 우리말을 겨루는 <우리말 겨루기>, 어린이 전문 뉴스프로그램 <어린이 뉴스탐험>, 정치사회적 사안들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주부들을 위한 토론공간을 제공하는 <주부, 세상을 말하자> 등도 공영방송 KBS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프로그램들로, 하나하나 그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KBS 교양 프로그램에 있어 외주제작 프로그램과 KBS 자체제작 프로그램 사이에 완성도나 문제점 등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하나의 경향으로 지적할 만 하다. 특히 <VJ특공대>에서 2005년 1월 14일 방송된 ‘흔들리는 10대, 길 위의 아이들’에서 한 가출 소녀의 원조교제 장소를 경찰과 함께 찾아가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가출청소년에게 “저 남자와 어떤 관계냐?”는 등 위압적인 태도로 심문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하고, 1월 21일 ‘기묘한 맛 열전’에서 겨울 보양식 열전이라며 개불, 남자 성기 모양을 닮은 버섯, 소의 성기, 물개의 앞다리 등의 음식을 소개하며 음식의 맛보다 그 생김새를 성적으로 비유하고 음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희화화하는 데 큰 비중을 둬 가족이 함께 보기에 부적절했으며 다루는 방식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무한지대 큐>에서는 2005년 2월 25일 방송에서 주한일본대사의 독도망언으로 국민들 사이에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달아오른 시점에 ‘일본풍’ 미용실 체인을 화제로 다루면서 일본풍으로 한 영업전략을 상세히 소개하고 종업원 유니폼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모습을 비춰 파문을 일으켰다. 이처럼 VJ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경우 자극적인 내용이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05년 6월 1일 방송된 <수요기획>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나섰다’에서 특정기업을 소개했는데, 알고보니 이 회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한 외주사 JRN프로덕션 대표의 친동생이 설립한 회사이며 회사의 신차발표회 직후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지난해 9월 개그우먼 장정아씨가 오지탐험 과정에서 아나콘다 뱀에게 물린 사건으로 출연자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른 뒤 결국 폐지된 <도전 지구탐험대>도 외주제작프로그램이었다. 이처럼 종종 논란이 되는 외주제작 프로그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될 때마다 임시방편 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게 아니라 외주제작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선책을 외주사와 지상파방송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그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대략적으로 시사교양 부문의 프로그램들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을 방송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지고 평가하는 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고,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인력과 시간이 한정된 시민단체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점을 토로하면서 많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나가는 글


살펴본 것처럼 KBS의 보도시사교양프로그램들은 대체로 공영방송다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각 영역별로 보인 긍정적인 변화 모습들은 정사장 체제의 KBS가 보인 내부개혁이 프로그램에 충분히 반영되어 질놓은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보도프로그램들이 우리 사회의 현안을 다루는 모습 등 강도 높은 지적을 해야 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감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지난 3년이 어느 정도 프로그램 경쟁력이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 차기 사장이 들어선 이후에도 이 같은 KBS의 긍정적인 프로그램 변화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계승되어 KBS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며,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공영방송다운 자세를 변함없이 지켜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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