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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사재기 안한다'고 안보불감증?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3. 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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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은하2호'라는 우주발사체에 '광명성2호'라는 인공위성을 달아서 발사하겠다고 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제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시험 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 '은하-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규정들에 따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들에 "비행기와 선박들의 항행 안전에 필요한 자료들"를 '통보'했다고 밝혀, 북의 인공위성 발사가 임박했으며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북한이 4월 4~8일 인공위성을 쏘겠다고 국제해사기구에 11일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여기서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두고 쟁점들을 일일이 짚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북이 발사하려고 하는 게 '광명성 2호'라는 인공위성이냐, 아니면 그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대포동2호'냐 라는 쟁점도 이미 미국 정부조차 '우주발사체'라고 사실상 인정한 마당이다. 그저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력 혹은 과학기술력을 확인 내지 과시하면서 북미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을 짜면서 제재가 당연한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논란'이 일고 현실적으로 요격을 한다든지의 물리적 제재가 어려운 '우주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은 그들로서는 현실적인 전술일 것이다.

다만 과거 1998년 대포동1호 혹은 '광명성 1호'를 실은 '백두산1호' 발사 때나 지난 2006년 미사일(아직 정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발사계획'을 대내외에 공포하고 나아가 발사 때 동해나 태평양의 선박,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국제기구에 좌표 등을 통보하는 등 국제여론을 감안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특이사항이라 할 것이며, 그만큼 이번 '우주발사체'를 통한 국익 과시와 북미협상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북측의 의지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북이 발사계획을 '통보'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의무'라고 하고, 한겨레는 '의무가 아닌 관례'라고 하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나는 모르겠다.

국제기구 통보가 '의무'라는 조선일보

국제기구 통보가 '관례'라는 한겨레


그런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남측이다. 북이 우주발사체를 실제로 발사할 경우 과연 남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보기에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보수우익세력들이 들고 일어날 거고, 북에 우호적일 수 없는 이명박 정권도 '단호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내가 보기에는 '6자협상'과 북미양자협상은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될 것 같은데, 이 흐름을 타느냐 마느냐를 두고 어쩌면 이땅의 '보수우익'들은 그동안의 친미주의를 벗고 반미주의자들로 거듭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통적으로 '안보'와 '반북'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세력들은 더욱 거기에 매달려 외골수의 길로 빠져들게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하나는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위기', '안보불감증' 등을 거론하며 겁줘서 여론을 선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된다는 식으로 물리적 대응을 국내외에 촉구하며 냉전의 분위기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방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오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봤다.

오늘 동아일보의 '기자의 눈'에는 이동영이라는 기자가 쓴 <북 우주발사체 쏜다는데도 '안보 불감증'>이라는 기자칼럼이 게재됐다.

동아일보 '기자의 눈'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이동영 기자는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여 온 북한은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겠다며 연일 미국과 한국에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과 휴전선을 두고 맞서 있는 한국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동영 기자는 "파주, 연천, 동두천 등 북한과 맞닿아 있는 곳이나 미군 주둔 지역 주민들도 특별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는 않다"고 마치 불안해해야 당연한 것처럼 글을 썼다.

심지어 이동영 기자는 "당장 큰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라면을 사재기하고 손전등을 사두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며 마치 지금 정세가 '라면 사재기'를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것처럼 국민들이 '안보불감증'에 걸린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동영 기자의 '오버'는 점점 심해진다. "국지전 등의 위기 상황이 일어나면 평범한 국민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마치 북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 전쟁이라도 터지는 것인양 오버했다. "방독면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예비군이나 민방위 대원들은 어디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피란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하는지 등 유사시 국민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행동 지침은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도 했다.

왜 없나? 동사무소 예비군동대에만 연락해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걸 왜 '大 동아일보' 기자께서는 못 찾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좌우가 따로 없고, 한때의 안보결핍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온다며 "다들 너무 무사태평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이동영 기자와 동아일보는 도대체 지금 뭘 어쩌자는 건지 도통 알수가 없다. 국민들이 라면 사재기라도 해야 안심이 되고, 정부가 전쟁에 대비한 피난 대책을 국민을 상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일까?

조선일보 사설

한편 조선일보의 오늘 사설 <북한 로켓 발사 강행하면 국제사회 반드시 대응해야>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대북강경책을 호소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얼어붙게 만드려는 조선일보다운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국제사회가 이번에 북한을 그냥 두는 상황이 생긴다면 앞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은 상당히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6자회담에서 더욱 기고만장한 자세로 나오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응분의 대가'가 뭘까? MD를 통한 요격? 아니면 대북봉쇄? 것도 아니면 전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들 칼럼과 사설은 '안보'를 팔아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찾는 이른바 '안보상업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행히도 국민들은 라면을 사재기하지 않고, 미국은 북한과 대화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혹시 동아일보 기자들께서는 라면사재기를 하고 피난계획을 짜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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