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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 가지고 노는 중앙일보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3. 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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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앙일보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기사([시대를 논하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 통일은 수단일 뿐” )가 실렸다.



앞으로 중앙일보가 '파워인터뷰, 시대를 논하다'는 명사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모양인데 백낙청 교수가 첫번째로 선정됐단다.
백 교수와의 인터뷰는 중앙일보의 김종혁 문화에디터가 진행했다.

근데, 이 인터뷰 꽤나 재밌다. 유쾌하게 재밌는게 아니라 중앙일보의 찌질한 행태가 쓴 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재밌다.

제법 긴 이 인터뷰 전문을 인용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인터뷰를 끝내 김종혁은 '인터뷰 후기' 비슷하게 쓴 글을 보면 된다.

<그가 변했나…그를 오해했나…>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인터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며 그동안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온 백낙청 교수가 이번 인터뷰에서 그 동안의 주장을 의심할만큼 쇼킹한 말들을 쏟아낸 것처럼 오버했다.

김종혁이 든 사례.

1. 백 교수는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와 김대중 두 사람을 평가 받을 만한 대통령으로 꼽았다.

2. 그는 또 분단을 유지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은 북한에도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사실상 북한 정권 비판이다.

3. 핵무기를 반대하고, 미국의 오바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개인적으로 미국이란 나라에서 배운 게 많다는 말도 했다.

4. 합법적인 정권을 몰아낼 순 없고 시민사회가 새로운 거버넌스를 통해 현 정권의 5년 임기가 무사히 끝나게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은 좌파 진영 시민단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아스러운 정도였다.


그러면서 김종혁은 "결론은 두가지"라며 "백 교수가 이제는 좌우 혹은 남북의 문제점을 모두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그동안 그를 오해하고 있었거나"라고 인터뷰 후기를 매듭지었다.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 교수는 변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그동안 그를 엄청나게 과격하고 친북적인 성향의 좌파지식인으로 오해하고 있었고, 이제는 그가 대부분의 진보세력과 차별성을 가진 인사로 역시 오해하고 있다.

첫번째, 김종혁은 백 교수가 박정희를 평가한 걸 두고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백 교수가 전향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박정희에 대한 백 교수의 '균형된 평가'는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의 백 교수의 소신이다.

중앙일보는 박정희의 긍정적인 부분을 평가하자는 백 교수의 주장을 이미 2005년 5월 17일 사설에서까지 부각시켜 "진보 진영 내부에서 반발할 줄 뻔히 알면서도 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백 교수를 통해 진보진영을 흠집내려는 얕은 수작을 벌인 바 있다. 그래놓고 김종혁은 4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아주 새로운 사실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또 다시 같은 방법의 수작을 부린 것이다.

2005년 5월 17일 중앙일보 사설

두번째, 백낙청 교수는 조중동의 표현대로라면 '종북주의자'가 아니다. 그가 분단 체제 극복과 통일을 위한 노력을 쉼없이 해왔으나 이른바 주체사상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진보진영 안에도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 수두룩 백백하다.

백 교수는 인터뷰에서,

진보라고 해서 태도가 획일적인 건 아니다. 세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째 실제로 북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사람들이 있다. 동기는 제각각인데, 누구는 북한 자체를 옹호하기 위해 그럴 수 있고, 또 누구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다 보니까 그렇게 가기도 한다. 두번째로는 마음속으로 북한인권사태를 용인하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북측 주민들이 먹고 살게 해주는 '인간 안보'에 치중해야지 인권문제 얘기하는 게 북한의 진짜 인권개선에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셋째로는 진보단체들 중에서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 꽤 있다. 역할분담문제도 있는데, 대북교섭담당자인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북한인권을 떠들어대기는 어렵지만 국가인권위나 다른 부서에서 침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 말했다. 적어도 백 교수는 그동안에도 첫째에 해당하는 분은 아니었다.

세번째, 중앙일보는 진보좌파들이 핵을 옹호하고 여전히 맹목적인 '반미주의자'라고 오해하고 있나? 백 교수는 영문학자다. 백 교수는 하버드 대학원을 다니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문학자가 미국에서 배운 게 많다는 게 무슨 대단한 사실이라도 되나? 참으로 어처구니다. 그리고 '반핵'은 80년대 이후 진보진영의 화두였다.

네번째, 백 교수의 그런 주장을 진보좌파진영에서도 펼치는 사람이 많으니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블로그를 통해 김종혁을 지적하는 것은 그러고보니 이번이 두번째다. 재작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을 당시 신문보도를 분석한 글(‘삼성왕국 지킴이’ 자처하는 중앙·동아·경제지)에서 나는 김종혁이 쓴 칼럼을 비판한 바 있다.

마 되지 않는 중앙의 사설과 칼럼 가운데에서도 단연 압권은 14일 김종혁 사회부문 부에디터가 쓴 칼럼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다. 여기서 김종혁 씨는 “욕을 먹어도 할 얘긴 해야겠다”며 마치 작정한 듯 삼성을 감싸고 김 변호사를 비난했다.

김 씨는 먼저 자신이 해외에서 삼성이 외국인들로부터 칭찬받았던 경험을 일일이 열거하며 “괜히 내가 기분이 우쭐했었다”고 삼성을 띄웠다. 또 그런 삼성에 대한 대우가 ‘국내에 오면 영 달라진다’며 “삼성 두들겨 패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식인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진보 진영에선 삼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를 정의감에 가득 찬 의인으로 묘사한다”며 이를 ‘이상하다’고 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 매체, 저 매체와 시차를 두고 인터뷰하고, 조금씩 의혹을 증폭시키는 양태가 잘 계산된 언론 플레이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고, “임채진 검찰총장의 청문회 하루 전날 그를 떡값검사로 지목한 대목에 이르면 그 절묘함에 놀라게 된다”며 “혹시 지금 정치게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몇 년간 받은 돈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입맛 쓰다”며 “김 변호사는 삼성에서 일했던 게 매우 부끄러운 것 같다. 그럼 그 떳떳지 않다는 100억원부터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받을 건 다 받고, 돈 더 안 주니 폭로하는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비아냥도 있기 때문이다”고 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1년이 더 되었는데, 이 사람의 글쓰기는 수준이 여전하다. 내 걱정할 바 아니지만, 중앙일보의 문화면이 걱정스럽다. 다만 자신의 인터뷰가 이런 후기로 정리되었으니, 백 교수 처지가 참 곤란할 듯 한데 어쩌겠는가, 그러길래 왜 중앙일보 따위와 인터뷰를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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