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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다시 배달호·김주익을 만들려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3.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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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서울고법이 '69억9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보다 18억2000만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민주노총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보수신문들이 이 소식을 그냥 둘리 없다. 조중동 모두 이 판결을 중요하게 다뤘고, 동아일보는 사설까지 썼다.

동아일보 사설의 제목은 <'불법파업 70억 배상 판결' 준법의 계기 되길>이다.

2006년 철도노조의 파업은 직권중재결정에 따르지 않고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불법'은 불법이었으나, 이후 직권중재가 폐지되었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는 "사문화한 직권중재제도를 근거로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판결한 건 노조활동 파괴행위"라고 항변한다. 철도노조의 주장처럼 천문학적인 배상액이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확정하게 되면 과연 철도노조와 당시 위원장 등 노조집행부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동아일보는 이렇게 주장한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법원의 강력한 대응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막는 데 효과적임이 국내외에서 입증됐다"고.

그러면서 "손해배상소송제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회사의 책임도 크다"며 노조와 합의하여 소송취하했던 기업들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애용할 것을 독촉했다.

항상 보는 동아일보다운 주장이지만, 오늘은 특히나 섬찟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던 2003년 툭하면 터져나왔던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왼쪽 배달호, 오른쪽 김주익


2003년 1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배달호라는 이름의 사내가 자신의 몸에 신나를 끼얹고 분신자살했다.

2003년 10월 부산의 한진중공업에서 김주익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129일째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다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자살했다.

'배달호 열사', '김주익 열사'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2남 1녀를 둔 고 김주익 열사는 근속 21년에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105만원을 받아왔다. 반면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왔고, 이를 회사 임원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노동자들에 2년 동안 임금동결을 강요하였고 이에 맞선 노동조합과 간부들을 탄압하면서 최근 6년에 걸쳐 113명에게 18억 6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이로 인해 김주익 열사도 어린 자녀들의 보금자리인 집까지 가압류된 상태였다. 더욱이 회사는 이번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무려 1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노조를 협박해왔다.
(2003년 10월 1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성명서 중)


두 사람 모두 사측의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끝내 삶의 벼랑으로 내몰려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댓가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세상에 폭로됐다.

동아일보는 "노조가 법에 정해진 규정을 모두 지키다 보면 파업을 벌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회사에 손배소송을 자제하도록 종용한 노무현 정부의 탓도 있다"며 "이러한 친노정책이 노조의 불법파업 중독증을 키웠다"고 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손배소송을 자제토록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나마 이후 손배가압류에 줄어든 것은 이들이 목숨을 내걸고 손배가압류의 비정함을 폭로해 여론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업 프렌들리'를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동아일보는 회사들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손해배상소송을 적극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기어이 또 다른 배달호와 김주익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걸까.
비인간적인 반(反)노동 신문에게 몸서리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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