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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우회, 정말 대단하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4. 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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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동아일보 기사


오늘자(4월 2일) 동아일보 인물란에 실린 자그마한 동정기사다. 내용대로 고려대 교우회장이었던 천신일씨가 다시 고려대 교우회장에 선출됐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최근"이라고만 해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확인해보니 지난 3월 30일 고려대 교우회는 정기총회를 개최해 천신일씨를 다시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이미 관련 내용이 다른 매체를 통해 3월 31일과 4월 1일에 보도됐는데, 동아일보가 며칠 지나 이 사실을 보도한 것이 뜬금없을 수도 있으나, 고려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아일보가 '새 교우회장님 선출소식' 이렇게 늦게 이렇게 조그맣게 처리한 것은 어찌보면 뜻밖이기도 하다.

여튼, 오늘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이 소식을 확인하고 든 생각.

'고려대 교우회, 정말 대단하다'는 거다.

천신일씨가 지금 어떤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가.  
세중나모의 회장인 천신일씨는 다름 아닌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현 여권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이다.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위 이미지는 한국일보가 보도한 <['朴리스트' 회오리] 천신일, 박연차·현정권 연결고리?>라는 기사에 삽입된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현재 천 회장은 지난해 7월 현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이종찬 변호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함께 태광실업 세무조사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박 회장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의 핵심에 바로 천신일씨가 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미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씨가 세무비리 사건 무마를 위해 비밀 회동했다는 사실이 공표된 바 있다"며 "검찰은 본질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도 입증되지 않은 정치권을 수사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구태"라고 말했고,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박연차 사건의 핵심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인데 검찰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야당인사와 전 정권에 대한 수사만 하고 있다"면서 "왜 거론된 여권인사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연차 리스트'를 제대로 수사하려면 천신일씨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주장이 현재 민주당 인사들과 노무현 대통령 관련 인사들에게 검찰 수사가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과 항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진실을 밝히려면 천신일씨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대가성 등이 확인된다면 천신일씨는 법적 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박연차 리스트'로 요동치고 있는 정국의 핵심에 존재하는 인물이 바로 천신일씨인데, 고려대 교우회는 그를 다시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 따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는 대단한 자신감이다.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고려대 교우회는 천신일씨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둘째, 고려대 교우회는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이 천신일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이번 고려대 교우회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비상식적으로 유추가능한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 대단한 기업인인 천신일씨이기때문에 고려대 교우회가 '당신 회장 하지 마시오'라는 요구를 꺼낼 엄두조차 못낸다는 것인데, 이 경우라면 참 슬프기도 하고, 그래도 고려대 교우회는 대단하다.

고려대 교우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펴낸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에서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제목 아래 이대통령 당선에 대해 "승리의 새벽이다 … 이명박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왔다 … 새 날, 새 하늘의 대명 아래서 참과 거짓이 갈리는 확연의 시간을 타종하고 있다. 미명 너머 저편으로 물러나는 낡은 광신자들의 사상의 질곡을 향하여"라거나, "(이 당선인은) '하늘이 내리는 시련'을 겪었다", "국민도 그의 한천작우(旱天作雨 ·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린다) 하는 대망에의 도전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어차피 대선이란 일점무류·무결한 성인을 가리는 '순백들의 경연장'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은 그 어떤 모략이 난무할지라도 추호의 흔들림없이 기나긴 대선 레이스 동안 시종일관 엠비(MB)를 지켜주었다"('고려대 교우회 100년사' 920~927쪽)라는 내용을 실어 한바탕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관련기사 : “승리의 새벽” “하늘이 내리는 시련 겪어”)

너무나 뻔뻔하게 '명비어천가'를 불러낸 고려대 교우회길래, 이번 일도 새삼스럽지 않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만큼은 지울 수 없다.

고려대 만세, 고려대 교우회 만세, 고려대 교우회장님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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