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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인기 편승한 MBC의 '우려먹기'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7. 6.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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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인기 편승한 MBC의 '우려먹기'

MBC, 3일 밤 2시간 30분 동안 '주몽'만 다뤄


 MBC 월화드라마 <주몽>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여와 한나라와의 전쟁이 펼쳐지기 시작한 9월 들어 빈약한 전투신, 엉성한 이야기, 긴장감 떨어지는 구성, 성의 없는 회상 장면 남발, 주인공 주몽의 실종 등 갈수록 높아지는 시청률과는 달리 드라마를 둘러싼 좋지 않은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 여기에 <주몽>의 방송시간마저 70분에서 80분으로 늘리면서 고무줄 편성이라는 지적과 함께, ‘늘린 방송시간이 광고시간으로 이용됐다’며 ‘MBC가 부당광고이익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주몽을 영화화시키려는 것이냐’며 방송사 드라마치고 지나치게 방송시간이 긴 점을 꼬집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주몽> ⓒMBC

  
  뿐만 아니라, MBC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주몽>을 띄우는 ‘자사홍보’도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MBC의 연예정보프로그램인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주몽> 방송 이후인 지난 4월 19일부터 9월까지 모두 7번이나 <주몽>을 소개했다. 소개된 내용은 하나같이 <주몽>을 띄우기에 급급한 것들로 ‘새롭게 전개 될 국민드라마 주몽 촬영현장’, ‘신화보다 거대한 영웅 주몽’, ‘국민드라마 탄생 예고!’, ‘국민 드라마로 거듭난 주몽’ 등 낯 뜨거운 자사홍보의 연속이었다. 이밖에도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어쩌다 주몽이 언급될라치면 ‘주몽은 MBC의 희망’식의 칭찬이 아무런 편집없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MBC는 이미 월드컵 기간에 들어가기 전, ‘월드컵은 MBC, 월요일도 MBC’라는 구호 아닌 구호를 MBC 내외에 비공식적으로 외치고 다녔다. ‘월드컵 경기는 MBC 중계로 보고, 월요일 밤에는 <주몽>을 봐라’는 의미다. 지난해 마치 삼재(三災)가 든 것처럼 각종 사건사고로 최악의 1년을 보내고, 올해도 불안하게 맞았던 MBC를 구해줄 구원투수가 바로 주몽과 월드컵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MBC가 이번 추석을 맞아 아예 ‘주몽을 위한’, ‘주몽에 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70분짜리 ‘홍보’ 프로그램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주몽>의 시청률이 높지 않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프로그램, <해모수의 주몽이야기>(연출 서창만)가 그것이다. 3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주몽>에서 ‘해모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허준호씨를 진행자로 내세워 ‘영웅 신화, 해모수가 돌아왔다’, ‘주몽 다이어리, 주몽 이렇게 만들어졌다’, ‘주몽을 주목하라’, ‘소서노 한혜진의 셀프카메라’, ‘NG의 제왕’ 등 70분 내내 <주몽>을 띄운다. 결국 드라마 <주몽>의 본방송 시간을 포함해 9시 55분부터 12시 25분까지 무려 2시간 30분 동안 MBC에서는 ‘주몽’만 다뤄지게 되었다. 이 같은 MBC의 ‘MBC를 보려면 주몽을 봐라’는 막무가내식 편성은 추석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인 시청자들을 ‘주몽’의 인기 앞에 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10월 3일 밤 11시 15분부터 70분 동안 방송되는 <해모수의 주몽이야기> ⓒMBC

  
  물론 <주몽>이 시청률 40%를 넘어 이른바 ‘국민드라마’로 불릴 50% 고지도 넘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추석 연휴 기간 오랜만에 모여 <주몽>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시청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식의 노골적인 홍보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방송사의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지적이 높다.
  
  한편 이 같은 프로그램 자체가 <주몽>의 높은 인기에 편승해 그저 시청률만 높여보려는 방송사의 안일하고도 자사이기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무리 ‘허접’한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주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기본 이상의 시청률은 나올 것이라는 방송사의 기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금 막 드라마 <주몽>을 본 시청자들이 연 이어 ‘해모수가 들려주는 주몽 이야기’에 그대로 채널을 고정시킬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해모수의 주몽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과연 70분짜리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허준호가 2달 만에 <주몽> 촬영 현장을 찾아 ‘아들 주몽과의 이산가족상봉을 방불케 하는 만남을 가진다’거나, 첫 대본 리딩을 시작으로 39회 방송까지의 제작과정들을 하나하나 포착한다든지, ‘촬영장에서 훔쳐본 연기자의 귀여운 모습’을 소개하는 등 지상파 방송에서 굳이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다룰 내용인지 의심스럽다. 여기에 ‘스텝, 사진기자, 분위기메이커 등 송일국의 1인 다역 촬영현장’, ‘한없이 신비롭기 만한 소서노 한혜진이 촬영 현장뿐 아니라 그녀의 보금자리까지 담은 셀프카메라’까지 공개될 거라고 하니 <주몽>의 인기를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으려는 MBC의 상업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할 만 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활동가 강윤경씨는 “과거 MBC는 ‘대장금’, ‘궁’, ‘내 이름의 김삼순’ 같이 시청률이 높게 나온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이른바 ‘OOO 스페셜’을 편성해 자사홍보에 전파를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끝나고 난 뒤에나 드라마 시작 전에 하는 홍보도 문제인데, 추석을 앞세워 무리하게 이런 식의 특집프로를 편성하는 것은 우려먹기식의 자사이기적인 상업적인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MBC에는 이미 < NG스페셜 해피타임>이란 프로그램에서 거의 매주 <주몽>의 NG 장면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소개하고 있음에도 <해모수의 주몽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뻔한 내용의 반복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MBC를 비판했다.
  
  최근 <주몽>의 완성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이대로 가다간 <주몽>이 현재의 인기를 계속 누리기 힘들 수도 있다’는 평론가와 시청자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MBC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보다 <해모수의 주몽이야기>같은 자사홍보로 인기를 이어가려는 ‘꼼수’를 둔다면 이 같은 경고가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06년 10월 4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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