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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방송을 접수하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4. 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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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2009년 1월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 제1분과 특위는 회의를 열어 2008년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미디어법 관련 보도에 대해 중점 심의하기로 결정한다. 또한 역시 MBC 프로그램인 '뉴스 후'와 '시사매거진 2580'의 미디어법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심의하기로 한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뉴스후’, ‘뉴스데스크’,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 각각 ‘시청자사과 명령’, ‘경고’, ‘주의’ 등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2008년 12월 29일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는 이들 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공언련은 방통심의위의 결정 이후 성명서를 발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기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평가하며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그 노력을 치하하면서도 "우리는 심의에 있어 신속성과 엄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더욱 강도높은 제재를 주문했다.


장면 2.

2008년 10월 24일 YTN은 낙하산 사장 구본홍 반대 투쟁 100일을 맞아 'YTN 사태 100일...희망의 노래'를 방송했다. 방통심의위는 2009년 1월 21일 이 방송에 대해 "노사가 대립되는 부분에서 일방적으로 노조 쪽 얘기만 다뤘다"며 '경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2008년 11월 11일 이 방송에 대해 "YTN 노조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며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하고 "중징계를 내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장면 3.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재벌 방송 허용 등을 뼈대로 하는 미디어법을 밀어붙여 이른바 1, 2차 입법전쟁을 거친 후 여야의 합의로 100일 동안 활동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가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위상으로 만들어진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맞서 총파업을 벌였던 언론노조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시한을 두지 않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한나라당의 3차 입법전쟁의 명분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큰 한시적 논의기구로 미디어위가 만들어졌다. 모두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미디어위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10명을 추천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8명, 선진창조모임에서 2명을 추천키로 해, 모양새는 여야동수가 갖춰졌으나, 자유선진당에서 한나라당 성향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를 추천함으로써 사실상 한나라당이 수적으로 우세를 점하게 된다.

이 미디어위에 한나라당은 10명 가운데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등 4명을 추천했다. 역시 한나라당이 추천해 한나라당 몫의 미디어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룡은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다.

강길모와 최홍재는 이른바 '주사파'였다가 뉴라이트로 전향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헌은 진보적 변호사단체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적 변호사단체 시변의 공동대표다. 시변은 보수단체와 뉴라이트단체의 법적 이론틀을 제공하고 있다. 변희재는 색깔이 애매모호해 뭐라 정확하게 규정짓긴 힘들지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 뉴라이트단체와 거의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우룡은 학자로 역시 '뉴라이트'로 규정짓긴 애매하지만 친한나라당 성향의 대표적인 학자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공언련의 사무청장이 뉴라이트의 주축인 최홍재다.

강길모는 인터넷매체 '프리존뉴스'의 대표인 것 외에 미디어법을 논할만한 어떤 전문적 식견(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고, 최홍재는 고려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MBC 공정성 모니터링 하는 것외에 또 어떤 전문적 식견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최홍재는 신방과를 다닌 대학생활 마저도 주사파 활동에 집중했다.

변희재는 언론 주변에 그나마 오랫동안 서성거리긴 했지만, 여성 아나운서 문제 등 대중문화 비평과 인터넷 포털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정치평론 등의 활동을 해왔을 뿐 '국민위원'의 자격으로 미디어법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헌은 사실 나로서는 생소한 인물인데, 이헌에 대해 고재열은 "지난 대선 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법률지원단을 이끌었던 특보"였다며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패색이 짙어진 이 총재를 버렸다"고 했다. 역시 미디어법과 관련해 어떤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국민위원'이라는 자격으로 미디어정책 전반을 논할 인물들치고는 그 자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이들이 뉴라이트(혹은 보수단체) 활동과 친한나라당 활동을 열심히 하더니 덜컥 미디어위 위원이 되었다.

장면 4.

지금 MBC가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교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도국 기자와 라디어 PD들이 제작거부를 포함해 회사쪽의 교체 방침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앞서 '장면 3'에 등장하는 최홍재가 사무처장으로 있는 공언련은 MBC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대표적인 편파방송이라며 2008년 10월 27일 방송부터 집중 모니터링한 바 있다.

3월 말 발행된 '주간 미디어워치' 3호

그리고 최근에는 변희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주간 미디어워치'라는 매체에서 김미화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김미화가 자신을 '반미', '친노' 등의 색깔을 입혀 비판해온 우파매체를 상대로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소송 입장을 밝히자 "김미화, 친노·반MB적 방송은 했지만, 친노·반MB는 아니다?"며 김미화와 그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집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미화 흔들기는 비단 '주간 미디어워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빅뉴스', '독립신문', '데일리안', '뉴데일리', '프리존뉴스' 등 뉴라이트·보수성향의 매체에서 줄기차게 시도해왔다.

김미화의 퇴출을 요구하는 프리존뉴스 칼럼


정리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의 방송은 뉴라이트 혹은 보수단체에 접수당한 상태다.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면 방통심의위가 해결해준다.
그들의 눈밖에 난 방송인은 방송사가 알아서 정리해준다.
급기야 방송정책 마저 그들의 손아귀에서 쥐락펴락되고 있다.

대한민국 방송은 뉴라이트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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