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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를 언급하는 게 동아일보 모욕이었다'는 오명철의 과거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4.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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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22) 동아일보에 아주 기가 막히는 칼럼이 하나 게재됐다.
제목은 <노무현과 신경민>, 필자는 오명철 전문기자다.
오명철 전문기자는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종교 담당 기자, 논설위원, 그리고 편집국 부국장 등을 거친 사람이다.

2009년 4월 22일 동아일보의 오명철 칼럼

이 사람이 쓴 오늘 칼럼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기가 차는데, 칼럼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자기 감정을 마음껏 배설해낸 일기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수준이 초등학생 일기만도 못한 것 같다.

오명철은 이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MBC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을 칼럼의 거의 2/3 정도에서 비난하다 "MBC에 대해서도 나는 노 정권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MBC로 비판의 칼날을 옮기는 대목은 글쎄, 논설위원까지 한 사람의 문장과 논리력치고는 대단히 실망스러울 정도로 연결이 쉽지 않다.

오명철은 MBC에 대해 "현재 구성원들의 정치적 소신을 구현하는 데 치우친 사실상의 '노영방송'"이라며 "편향성의 문제는 오히려 김미화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더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신경민은 물러났고, 김미화는 살아남았다. 정말 코미디다 코미디"라고 비꼬았는데, 이건 그냥 넘어가자.

오명철은 이 칼럼의 시작에서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던 시절, 가급적 지면에서 그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그를 무시한 건 나였다"고 마치 대단한 결심과 행동을 했던 것처럼 자신을 내세웠다.

그가 '노무현 정권'을 무시했던 까닭은 "그들이 '유능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못하며, 단지 돈을 먹을 기회가 없었던 비주류 운동권 집단'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런 '깜이 안 되는' 정권을 상대로 지면을 어지럽힌다는 것 자체가 신문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명철은 "그 생각은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며 노무현에 대해 "'저 인간 도대체 왜 저래' 하는 분노가 솟구쳤다"고 자기 감정을 배설했다.

한 마디로 이 칼럼은 '코미디다 코미디'. 그것도 어이 상실과 개념 상실의 3류 저질 코미디다.

논설위원에 편집부국장까지 했던 신문사의 유력 인사가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경우인가. 언론으로서 권력 감시와 비판을 사실상 방기했다는 증언인데, 그것 자체도 우습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져 죽은 정권이 된 지금에서야 그런 걸 털어놓는 것은 비겁하다 못해 치졸하다.

차라리 오명철이 정말 그런 원칙이 있었다면 노 정권 시절에 "당신 정권은 깜이 안 되니, 당신 기사를 쓰는 건 우리 신문에 대한 모욕으로 쓰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면 그나마 코미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한 코미디는 오명철이 자신이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던 것을 정작 노무현 정권 시절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오명철이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 칼럼을 쓴 것은 내가 확인한 것만 12건이다. 노무현 정권(참여정부)을 가지고 칼럼을 쓴 건 이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그 동안 '깜도 안 되는 정권'임에도 오명철은 줄기차게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언급하며 씹었다. 다 인용할 수는 없고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두달도 되지 않은 2003년 4월 8일 오명철은 '기자의 눈' <착잡한 '신문의 날'>에서 "'내가 고작 이런 수준의 정부와 대통령을 맞기 위해 지난 20년간 그 고생을 했는가'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며 "유감스럽게도 유력 신문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듭되는 적대적 발언과 이창동(李滄東) 문화부장관의 ‘신보도지침’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언급'했다.

2003년 8월 26일에는 '횡설수설' <대통령의 문화경쟁력>에서 "한 나라 대통령의 문화예술적 소양은 그 나라 문화 수준에 대한 바로미터"라며 다른 나라 정상들의 '문화예술적 소양'을 칭찬한 뒤 "노 대통령 취임 후 공식적 문화나들이는 자신의 후원자가 출연한 연극관람과 TV에 나와 청소년 권장도서를 추천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고 노무현을 '언급'했다.

2003년 9월 6일에는 '횡설수설' <어른대접>이라는 칼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5자회동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로부터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이다.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듣자 '언제 어른 대접해 주었느냐'고 되받았다고 한다.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르건간에 듣기 민망한 소리"라고 노무현을 '언급'했다.

2주쯤 뒤인 9월 24일에는 <인디언 이름>이라는 칼럼에서 인디언들의 이름 짓기 방식을 주절주절 거론한 뒤, 인디언들이 노무현에 대해 이름을 짓는다면 "'신문만 보면 열불 나'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독설을 담아 '언급'했다.

좀 건너뛰어 2005년 11월 17일 '오늘과 내일' <문제는 '노선 아닌 '함량'>이라는 칼럼에서 오명철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예우가 필요하듯, 수백만 독자가 있는 언론에 대한 정권의 예의 또한 소중하다"며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연중 내세우면서 만년 친여 방송과 코드가 맞는 일부 온라인 매체에만 공을 들여온 언론 분리 전술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며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언급'했다.

노무현을 가장 확실히 언급한 글은 2006년 7월 27일 '오늘과 내일'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였다.

2006년 7월 27일 동아일보의 오명철 칼럼

오명철은 "최근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노무현 조크’ 두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며,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지단이 마테라치에게 박치기한 이유가 "마테라치가 돌연 '너 ‘노사모’지'라고 해 지단이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고, '노사모'와 관련해서는,

다음은 노사모, 즉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명칭에 대한 패러디다. 노사모 회장(전국대표일꾼)은 지난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때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물의를 일으킨 노혜경 씨다. 그럼, ‘노무현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노무현이 사기 친 모임’의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었으나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혐의로 1년 4개월간 옥고를 치른 뒤 팽(烹)된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다. 그럼, ‘노무현을 사기 친 모임’의 대표는? 허위 줄기세포 파문으로 온 국민을 절망시킨 ‘황우석 교수’다. 마지막이 걸작이다. ‘노무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 경선 중’이라고 한다. 듣는 이마다 폭소를 터뜨리는 대목이다.


라고 주절주절 '노무현 조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노무현 대통령만큼 희화화된 분도 없지 싶다""더 큰 불행은 대통령이 이제 미움을 넘어 '체념 상태'가 돼 버렸다는 사실"이라고 노무현을 '언급'했다.

사실, 오명철의 글을 이렇게까지 과거 자료를 찾아가며 공을 들여 비판할 '깜'도 안되는 글인데, 쓰다보니 이렇게 됐다.

한낱 블로거도 이렇게 과거의 행적을 일일이 찾아가며 비판해드리는데, '전문기자'쯤 되는 간판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자기가 썼던 글조차 찾아볼 생각도 않고 "가급적 지면에 그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며 자랑스레 '거짓말'하는 경우는 정말 코미디다 코미디.

오명철이 오랫동안 종교를 담당해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많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왔던 걸로 아는데,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까지 하며 개나 소나 다하는 죽은 권력을 물어뜯기를 하는 것은 좀 서글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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