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코바코 공익광고에서 코드광고 냄새가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4. 23. 17:33

본문

'코바코'라는 곳이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라고 부르는 공기업의 영어 약자를 따 이렇게 부른다.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곳인데,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조하면 된다.

(참조글 : 미디어렙과 코바코)

어쨌든 코바코는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왔다. 수익의 일부를 방송발전기금으로 운용하기도 하지만, 돈 잘먹는 공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그동안 코바코가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를 독점적으로 하던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려 올해 안으로 경쟁 체제가 도입되게 되었다. 이른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인데, 그것도 위 글을 참조하면 좋겠다.

코바코가 하는 일 중에 방송광고판매 외에 중요한 일이 공익광고를 제작하고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 게재하는 일이 있다. 방송광고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공익적인 광고를 만들어, 그것을 또 돈을 주고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에 게재한다. 사정이 어려운 방송, 신문, 잡지 등은 코바코의 공익광고를 게재하고 코바코로부터 받는 돈이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마치 코바코가 눈 먼 돈으로 대충 선심이나 쓰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코바코가 만든 공익광고 중에는 좋은 광고가 꽤 있다. 특히 지난해 눈에 띄는 광고가 많았다. 방송에 등장한 공익광고만 예를 들어보면,

먼저, '에너지는 현금입니다'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메시지가 눈에 확 들어오는 좋은 광고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버렸습니다'도 좋았다.



둘 다 '공익광고'로 두 말 할 나위 없이 좋은 광고들이다.

그리고, 올해 방송공익광고를 최근 코바코에서 내놓았다.

제목은 '과거 속에 미래가 있다'.


코바코의 공익광고라 관심 있게 봤다.

그런데, 실망했다. '공익광고'라기보다는 '코드광고' 같았다.




버스가 출발하면, 버스 옆면에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서 '중동 신화 창조'와 '외환위기 극복' 등 지난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나면 이른 아침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듯한 직장인이 밝은 표정으로 뛰어가는 장면과 다양한 산업현장의 활기찬 모습 등이 비춰지며 "희망은 언제나 위기를 이깁니다"라는 카피로 마무리되는 광고다.


의도는 좋다.

'희망은 언제나 위기를 이긴다'는 카피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코바코는 이 광고를 발표하면서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공익광고 '경제희망'편을 제작"했다며 "여러 가지 국난을 극복해온 우리 역사의 현장들을 투영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해, 밝아오는 하늘아래 활기차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함으로써 불황 극복과 경제 회복에 대한 노력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공익광고의 내레이션으로는 "역사는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련을 이겨냈다고"라는 말이 흐른다.

그런데, '지난 역사', '국난을 극복해온 우리 역사의 현장'에 왜, 민주화의 역사는 빠졌을까?

'경제희망'편이라? 그래서 '경제'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굳이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은 왜 넣었을까?
굳이 정통성이니 뭐니 따지고 싶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얼마 전에야 비로소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확실히 인정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들어가고 그 이후 산업화의 역사가 들어갔다면 민주화의 역사 또한 당연히 우리 역사의 반쪽 날개를 차지해야 마땅한 게 아닐까?

'중동신화 창조'는 산업화의 역사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단골메뉴다.
'외환위기 극복'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험이다.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소재다.

하지만 '민주화'는?
따로 답하지 않겠다.

'희망은 언제나 위기를 이긴다'고 했는데, 그 희망이 경제위기를 이길 수도 있지만, MB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길 근거 역시 희망이다.

참고로 지금 코바코 사장을 하고 있는 양휘부 사장은 MB 특보 출신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