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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놀라운 '선동술'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7. 6. 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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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놀라운 '선동술'

전쟁 부르는 조선일보의 '머릿속'을 해부한다


 10월 9일 북의 핵실험 이후 조선일보가 퍼트리는 논리는 단 한 가지다. 바로 ‘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가 북의 핵실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식한 말로 DJ, 노무현 8년 반 동안의 ‘대북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초지일관된 논리, “이 정권(노무현 정부)이 지난 3년 반 동안 줄기차게 흔들고 외쳐댄 자주의 깃발과 ‘우리 민족끼리’ 구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10일자 사설)”는 논리, 과연 사실일까. 어디 한 번 따져 보자.
  
  
△ '북의 핵실험'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식 사고도

  먼저 북이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의 상황.
  DJ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을 펼쳐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두고 ‘퍼주기’네 뭐네라고 이야기해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끊임없이 북을 압박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도 금융제재는 물론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북에 대한 미국의 압박정책, 그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소개되어왔다. 조선일보가 미국의 행동을 두고 옳다, 그르다 어떤 판단을 내리고 소개했는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어쨌든 ‘포용’과 ‘압박’ 즉 노정권과 부시정권이 갈등을 빚어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줄기차게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바로 ‘한미동맹이 금 간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인식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미동맹의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다.
  
  이제 북이 핵실험을 하고야 말았다. 역시 조선일보는 ‘노무현때문이다’라고 쌍심지를 켜고 덤벼든다. 그런데 하루치 조선일보 가운데 거의 20면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실험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끊임없이 머리를 맴돌게 된다. 이 신문, 진짜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고 하니, 그 동안 조선일보가 쉴 새 없이 소개해왔고, 칭송해 마지않던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의 이야기가 쏙 빠져 있다. 그 구멍이 너무 커서 조선일보의 수많은 기사들이 전부 초딩들의 글처럼 ‘논리력 0점’의 억지로만 읽힌다.
  
  북의 핵실험은 그 동안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이 삼자를 중심으로 여타 이른바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 온 여러 가지 과정의 결과물이다. 물론 북의 핵실험 또한 하나의 원인이자, 과정이 되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어쨌든 지금 조선일보는 그 수많은 과정, 아니 핵심적인 과정 가운데 정말 중요한 한 축을 쏙 빼놓고 결과만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결과를 놓고 분석하면서 이런 논리 전개가 가능한 것인가. 도대체 그 동안의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북의 핵실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인가.
  
  조선일보가 지금 끝없이 되뇌는 것처럼 북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이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의 미국이 벌여온 대북압박정책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대북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했을 때 그나마 타당성을 갖게 된다. 좋다, 인정하자. 그렇다면 결과만을 놓고서라도 미국의 대북압박정책 역시 그 성공여부를 따져야 마땅한 것 아닌가? 조선일보가 지금 지면에서 벌이고 있는 작태, 요즘 유행하는 말로‘이건 옳지 않아~’.
  
  조선일보의 ‘옳지 않은 글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연 ‘대북포용정책’이 북한 핵실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나? 만약 포용정책을 펼치지 않고 미국과 짝짜꿍을 맞춰 대북제재에 함께 나섰더라면 과연 북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을까? 조선일보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주면 좋겠다. 자신들 입으로 이야기하기 힘들면 제발 이른바 ‘전문가’라는 분들에게 “과연 DJ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게 포용정책을 펼치지 않고 미국과 함께 강경하게 대응했더라면 북한이 핵실험을 안하게 되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이라도 지면을 통해 소개해주면 좋겠다.
  
  전쟁 부르는 조선일보, 전쟁나더라도 노무현만 죽이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음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이 정부를 끊임없이 공격함으로써 ‘대북포용정책’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가 앞으로도 ‘대북포용정책’을 조금이나마 유지하겠다는 낌새를 보일라치면 가차없이 대문짝만큼 확대해서 공격하고 있다. 자, 조선일보의 공격이 유효해서 노무현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을 폐기하고 미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한다고 치자. 조선일보식 표현대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협력한다’고 하자.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북이 자진해서 핵을 폐기하게 될까? 아니면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더 큰 강경책으로 대응할까? 북과 미국(이른바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까지 등에 업은)이 점점 더 강한 행동으로 서로 ‘상승작용’, 유식하게 ‘에스컬레이트’된다면 과연 한반도는 어떤 상황으로 치닫게 될까?
  
  이 시나리오의 결과는 자명하다. 바로 ‘전쟁’이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무서운 ‘놈’이라는 거다.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고 국민들에게 ‘대결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조선일보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역으로 ‘대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없는 ‘다른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조선일보와 함께 전쟁을 기다리며 살 것인가.

(이 글은 2006년 10월 11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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