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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박근혜-김무성 이간질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5. 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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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똥찬다.

위는 오늘(5월 8일) 동아일보 3면에 게재된 사진이다.
MB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한나라당 쇄신책'이라면서 합의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을 꺼내들자마자 하루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싸늘하게 'NO'했다.
한마디로 MB와 박희태 대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격. 오늘 신문들은 이 소식을 주요하게 다루며 저마다 그 파장과 향후 전망을 내놓기에 바빴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동아일보의 사진. 캡션 제목이 심상찮다.
"가깝지만 먼 사이?"??

난 또 미국에 있다던 박근혜 전 대표가 벌써 돌아와 김무성 의원과 갈등을 표출한 줄 알았다.

근데, 캡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지난 4월 1일 임시국회 첫날의 모습이란다. 동아일보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고 썼다.
한달도 더 지난 '자료 사진'까지 꺼집어내서 동아일보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차가운 거절 때문에 김무성 의원이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내심 원내대표를 하고 싶었는데, 정치적 생명을 기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NO'한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근데, 뭐 정치인이고 보면 거대여당의 원내대표 하고 싶은 욕심이 어찌 없을까. 당 비주류로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언감생심 꿈을 꾸기 힘들 일이지만, '0:5' 참패 뒤 당 내 화합이 중요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니, 뭐 놓치기 힘든 기회일 수도 있겠다.

동아일보의 저 사진은 그런 김무성 의원의 심리를 잘 포착한 것일까?

근데, "가깝지만 먼 사이?"라는 캡션이 심상찮더니, 그 아래 더 의미심장한 기사가 실렸다.

5월 8일 동아일보 3면

제목은 <김무성, 박근혜의 진짜 측근인가?>이다.
와우~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동아일보는 "적지 않은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두 사람 사이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말도 없지 않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좀 더 나아간다. 동아일보는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면서도 "당 내에는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와는 별도로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이 나돌곤 했다"고 누군가의 말을 전한다. 이 기사 중간에는 "일부선, 김, 자기정치 준비'/김, 원내대표 독자출마 가능성" 등의 부제도 붙었다.

과연 동아일보가 이런 기사를 내놓은 까닭은 뭘까? 김무성 의원을 두고 "박 전 대표에 매달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4선의 중진으로 자신의 정치 영역을 만드어 나가고 싶어 한다"며 "'비참한 2인자'의 운명을 맞은 이재오 전 의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흘러나오는 말'까지 전한 이유가 뭘까? 다시 한 번 짚자면, 동아일보는 이재오 의원을 김무성 의원에 비교하며 "'비참한 2인자'의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오늘 신문 가운데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를 거부한 박근혜 대표 관련 기사에서 이런 식으로까지 보도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동아일보가 박근혜 의원과 김무성 의원을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사진과 기사가 아닌가 싶다. 즉 이런 사진과 기사으로 '친박세력' 내부에 뭔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김무성 의원의 '자기정치'를 공식화함으로써 '친박세력'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는 거다.

왜? MB와 이른바 '친이세력'이 한나라당을 맘대로 움직이는데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세력'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친박세력' 또한 한나라당이고 우익이고, 보수이긴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놓고 보면 '친박세력'의 활동 자체가 동아일보와 코드가 맞지 않다. 특히 6월에 최대 쟁점이 될 '미디어법'(나는 '언론악법'이라고 부르는)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 동아일보는 언론악법의 조속한 통과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부정적이다.

나의 이런 판단이 맞다면, 동아일보의 오늘 사진과 기사는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수들이나 쓰는 꼼수라는 거다.
물론 '친박세력'을 고까워하는 동아일보로서 가장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세력을 비난하는 건데, 오늘 기사로 보건대 동아일보는 그런 단계는 간신히 넘어선 듯 하다. 축하한다. 머리 좀 굴린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저급한 꼼수도 보통 다급할 때 나오는 경우가 많다(동아일보는 그런 짓을 자주 저지르긴 하지만). 과연 동아일보가 다급해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게 궁금해진다.

덧) 근데 난 왜 이런 저급한 기사를 발견하고도 기분이 좋은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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