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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자사 기자 카레이스 출전기', 씁쓸하구만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5. 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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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만 하면 입이 떡 벌어지는 기찬 편집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동아일보.
오늘(5월 11일), 동아일보 5면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5면에 실린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 프로 카레이스 출전기'

오늘 동아일보 5면은 동아일보 기자의 강원도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업십' 참가기와 카레이스 관련기사가 떡하니 실렸다.
해당 지면은 '기획'면으로 이름붙여져 있다.

5면이라면 일간신문에서 제법 중요한 지면이다. 동아일보가 분류한대로 야심찬 '기획'기사가 실리던지, 중요사안으로 떠오른 정치/사회/국제 관련 기사들이 실리거나 흔히 '종합'면이라고 이름붙여진다.

그런데, 이런 지면에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의 '프로 카레이스 출전기'가 한 면을 다 채워 게재된 것이다.
첨엔 지면을 잘못 확인했나싶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동차 관련 섹션 지면에나 실릴 기사가 무려 5면에 버젓이 게재되었다.

'기사 내용이 그만큼 중요한 것인가?'.

동아일보의 기상천외한 지면 편집을 나름 이해하고자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3초, 2초, 1초... 4000RPM '무한질주 스타트'>, 기사는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짜릿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는 글로 시작했다.

'카레이스 출전기' 아래 게재된 '車생산 세계5위 한국, 모터스포츠는 걸음마'라는 기사의 사진



다음 기사 내용은 '나(석동빈 기자)는 예선 5위로 결승에 올랐는데, 지난 1년동안 각종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가하며 경력을 쌓았다. 레이싱에 들어가 눈깜짝할 사이에 뒤로 쳐졌고, 좌충우돌 실수를 연발하며 꼴찌나 다름없는 결과로 경기를 마쳤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자신의 경험담을 제외하면 그외 나머지 종목의 경기 결과와 류시원 등이 출전해 "일본인 관광객 800여 명이 경기장에 몰려와 눈길을 끌었다"는 정도가 덧붙여졌다.

이런 기사가 종합일간지 5면을 채울 정도의 가치가 무엇일까?
카레이스 애호가들에게는 미안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모르겠다.
기껏해야 자동차 섹션이나 개인 블로그 정도에 실릴 글(이 글을 정말 '기사'로 볼 수 있을까?)이 종합일간지의 5면에 실린 이유를 나는 정말 모르겠다.

참고로, 조선일보에도 똑같은 대회의 다른 종목(슈퍼 3800클래스) "경주용 차 직접 타보니"라는 기사가 실리긴 했다.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가 해당 경기에 참가하는 경주용 차에 '동승'한 체험기였는데, 그나마 이 기사는 '스포츠면'에 게재됐다. 기사의 양이 동아일보와 거의 비슷하니,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카레이스 관련 기사를 스포츠면에 게재했으니 그나마 동아일보보다는 조선일보가 종합일간지로서의 체면을 살렸다고 봐야 할까?

28면(스포츠면)에 게재된 조선일보 기자의 카레이스 동승기

뭐, 동아일보가 자사 기자의 '카레이스 참가기' 따위를 5면에 실건 아니면 1면에 실건 내 관여할 바는 아니다. 지네 신문 지네가 마음대로 편집한다는데 그 편집권을 침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기사를 싣는 이런 신문이 우리 사회 여론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너무 한심할 따름이다.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 정권의 인맥으로 '고소영, 강부자' 못지 않게 주목받는 게 '동아일보 인맥'이다.

MB 정부의 입 노릇을 하는 실세 이동관 대변인이 동아일보 출신이요, '멘토 중의 멘토',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역시 동아일보 출신이다.
자사 출신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했기 때문인지 인수위 시절부터 동아일보는 정부 인사 등과 관련해 '특종'을 터트리며 막강 파워를 과시해왔다.

특히 정부 중앙부처 광고 수주액이 2007년과 비교해 2008년에는 1억7천5백만원에서 9억3천4백만원으로 '폭증'해, 5위에서 1위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MB정부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신문이 바로 동아일보인 셈이다.
(관련글 : 서정보(동아)·염강수(조선) 기자가 쓸 기사)

그런데, 정말 동아일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신문인가?
자사 기자의 '카레이스 참가기' 정도를 5면에다 '기획'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게재하는 신문 따위가 이토록이나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정말 온당한 일인지...

왠지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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