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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5.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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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과 관련해서만 이제 4번째 글이다.


처음, 기대가 컸고, 드라마로서의 재미도 충분해서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닥본사'를 실천해왔고, 이야기할만한 내용이 있으면 나름 열심히 글을 썼다.
하지만 이글만 쓰고 이제 더 이상 쓰지 말아야겠다.

이미 '내조의 여왕'과 관련해서는 살펴볼만큼 살펴봤다.
4회가 연장된 이후, 더 이상 '내조의 여왕'에서 살펴볼 새로운 건 없는 것 같다.
특히 어제(5월 11일) 방송된 17회에서 이제 '내조의 여왕'에 더 큰 기대를 가지는 건 무리라는 게 확인됐다.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요소는 여러가지다.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받쳐줘야 할테고, 연출자의 연출력이 드라마를 제대로 이끌어가야 할거며, 살아움직이는 스토리(작가)가 시청자를 들었다놨다 울렸다웃겼다 해야 할 거다.  그밖에도 물론 여러가지가 있다.

사람들마다 관점이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드라마를 볼 때 그 드라마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건지, 서사구조(스토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그 다음, 그 스토리를 연기자와 연출자를 비롯한 스텝들이 어떻게 살리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본다.

17회를 보고 확실히 알았다. 이제 더 이상 '내조의 여왕'의 스토리에는 기대할 게 없다고.

얼마 전 쓴 글에서 멜로드라마로 흘러가는 '내조의 여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견도 많았다. 나 또한 덧글을 통해 나름 적극적으로 그 이유들을 설명했는데, 그 가운데 이런 덧글을 달았다.

"'내조의 여왕'에서 천지애의 배신감이 부각되는 것은 드라마 전개에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요. 극적 긴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천지애-온달수를 더욱 갈등 관계로 몰아갈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 결과는 이혼 아니면 극적화해입니다. 이혼으로 갈 경우든 극적으로 화해할 경우든 모두 멜로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이로써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게 과연 '내조의 여왕'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인지... 최소한 저는 아니라는 거구요. 여전히 아쉽다는 겁니다."
(http://www.mediawho.net/349#comment3815893)

그리고, 또 다른 이의 의견에 대해서도,

"특히 저는 '내조의 여왕'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유쾌발랄하면서 밝은 느낌의 분위기에서 찾는데, '천지애의 배신감'에 집중하다보면 긴장감은 높아지나 이 느낌이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그게 딜레마라는 거고, 반갑지만은 않다는 거죠"
(http://www.mediawho.net/349#comment3816187)

"제가 내조의 여왕에 기대했던 것은 천지애-온달수 부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현실에서 부대끼며 좌충우돌하며 뭔가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는 그런 거였는데, 중후반부를 넘기면서 애써 감정을 자극하려는 것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어서 반갑지만은 않은 게 있는 것 같아요."
(http://www.mediawho.net/349#comment3819528)

라고 덧글을 달았다.

17회를 보니깐, 이러한 우려가 기정사실화된 것 같다.

17회에서 천지애와 온달수 사이에는 화해무드가 조성되었다.
내 생각에 '내조의 여왕'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천지애의 배신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보다는 이 둘 사이에 화해가 이뤄지고, '천지애-온달수' 커플과 '한준혁-양봉순' 커플이 태봉이와 은소현의 도움을 받아 김 이사 부부의 야심을 꺾어버리는 스토리로 가는 게 훨씬 좋았다고 본다.

'내조의 여왕' 17회에서는 그런 기미가 있었다.
하지만 17회 후반부에 이르러 갑작스레 이야기가 확 방향을 틀었다.

은소현이 태봉과 함께 갑자기 나타났음에도 김 이사 부인은 은소현과 온달수 둘 만의 공간을 너무나 자연스레 만들어주고, 은소현은 자신과 온달수를 뒤따라 다니는 파파라치가 있음을 알면서도 온달수와 단둘이 만나 호숫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물에 빠져 버린다.


그리고 달수는 소현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물에 뛰어들고, 지애는 소현을 구해 물을 빠져나오는 달수를 보며 다시 한 번 배신감에 사로잡히며, 김 이사 부인은 이 모습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아, 이 무슨 뻔한 스토리인가. 익숙하고 눈에 익고, 지루하고 구질구질하다.

18회 예고편은, 그야말로 '막장'에 대한 예고였다.

19회, 20회가 어떻게 흘러갈 지 더 이상 기대는 없다.

그래도 '내조의 여왕'을 볼 것 같다.
스토리를 빼더라도 '내조의 여왕'이 그 동안 쌓아온 재미는 아직 자잘한 '에피소드'와 배우들의 연기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이미 거기에 일정 부분 중독되었기때문에 어떻게든 대단원까지 가능한 한 '닥본사'를 실천할 듯 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접는 기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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