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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웃음주며 살고 싶은 여자 '서수민'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7. 6. 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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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웃음주며 살고 싶은 여자 '서수민' 

[인터뷰1]'폭소클럽' 부활 책임진 서수민 PD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사추위 구성이다, 파행이다’, ‘3배수다, 5배수다’, ‘정연주다, 아니다’ 그동안 KBS와 관련해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이야기만 듣다 최근 크게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지난 3월 6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던 <폭소클럽>이 11월 다시 부활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토요일 밤 KBS1TV로.
  
  당시 <폭소클럽> 폐지 소식은 대단히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고, 각 매체에서도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언론관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까지 내고 “신선한 형식과 내용, 풍자 넘치는 웃음을 시청자에게 선사한 것은 물론 신인 코미디언을 발굴·양성하는 산실의 역할도 톡톡히 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에 떠밀려 사라지게 된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KBS가 <폭소클럽> 그대로이든, 다른 이름이든 <폭소클럽>의 장점을 이어가는 코미디프로그램을 다시 편성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락프로, 그 중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 소식에 대해 시민단체가 ‘논평’까지 내면서 ‘규탄’하기는 초유의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전 '폭소클럽'이 100회를 맞았을 때. ⓒKBS

  
  KBS는 ‘다른 형태로 방송할 가치가 있다’며 부활의지를 살짝 비추긴 했지만, 방송계 관행상 한 번 없어진 프로그램이 다시 생겨난다는 건 실제 그런 일이 생기기 전까지 결코 믿을 수 없는 일. 그런 만큼 이번에 ‘부활’ 날짜와 시간, 채널까지 확정된 소식을 접한 후 반가움을 커질 수밖에.
  
  특히 2003년 원래 <폭소클럽>(이를 폭소1이라 부르자)이 탄생할 때 연출을 맡았던 서수민 PD가 부활하는 <폭소클럽>(이것은 폭소2)의 지휘를 다시 맡았다는 소식은 더욱 반가웠다. ‘개콘’ 시절 무대에 올라 직접 코미디까지 선보였던 스타PD 서수민. 당장 서 PD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고 여의도로 달려갔다.
  
  새 프로그램 준비한다고 바쁠 텐데 시간 내주어 고맙습니다. 어제도 밤 샜다구요?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냅니까?
  
  하하하, 그렇게 바쁜 건 아니구요. 3월 내릴 때 1TV로 가기로 하고 내렸기 때문에 그 동안 편하게 잘 놀았어요. 폭소가 원래 있던 포맷이잖아요. 한 명씩 나와서 이야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다른 거랑 차별성이 있는 거고, 그 범위 안에서 프로그램 준비하기 때문에 크게 회의를 벌이는 건 없어요. 다만 콘텐츠나 새로운 사람 개발하는 게 문제라서 작가들이 고민이 많아요. 어떤 말 잘하는 새로운 사람이 없을까 찾고 있고, 작가들이 찾아오면 난 보고 ‘재미있다, 없다’를 판단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한가해요.
  
  
△폭소클럽 부활을 책임진 서수민 PD.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폭소클럽 부활 소식은 정말 반갑더군요. 근데 가을 개편에서 또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인 <엔돌핀 업>도 생긴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 <개그콘서트>랑 <개그사냥>이랑 코미디 프로가 네 개나 편성되는 건가요?
  
  개그사냥은 없어져요. 사실은 폭소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가 개콘과의 차별화였거든요. 희곡실에 있는 개그맨은 다 같은 KBS 개그맨인데, 개콘이랑 폭소랑 포맷이 거의 다르지 않으니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포맷인데 그것을 버리기도 아깝고, 하지만 그런 문제가 2TV에 그대로 있으면 넘기 힘들었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1TV로 가자, 1TV로 갔을 때는 공영적인 코미디를 할 수 있다고 윗분들을 설득했어요. 근데 아직 1TV에서 코미디를 한 적이 없거든요. 공영적인 코미디가 뭔지 윗분들도 모르고 나도 잘 모르구요. 하지만 코미디가 극히 오락적이고 말초적인 것만 상상할 게 아니라 공영적인 코미디도 가능하다는 포맷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폭소가 아닐까했는데, 그 부분에서 윗분들이나 연출진의 마음이 맞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 우리의 최대 고민은 1TV적인 코미디는 뭘까 그거에요.
  
  말씀 하신 게 바로 1TV의 공영성을 더욱 활성화시켜내는 이른바 ‘K1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건데, 나도 의구심이 조금 들긴 듭니다. 수많은 교양프로와 수많은 시사프로 사이에서 예능 특히 개그프로로서 폭소2가 공영방송 활성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세요?
  
  솔직히 오늘 오전까지도 윗분들이 걱정이 많았어요. 정치풍자를 한다니깐, 이거 참 이러다 잘못되면 괜한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시는 거죠. 2TV에서 하면 그냥 이건 오락이다하고 가볍게 넘어가면 되는데, 1TV에서 하면 이건 KBS가 책임져야 될 문제가 되거든요. 그러니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더라구요. 원래 우리는 수위를 막 올릴 생각이었어요. 독한 것도 몇 개 있고…, 하지만 그런 걱정들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중이에요.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조금만 소개해주세요. 누가 어떤 걸 하는지…
  
  뭐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어서 소개할만한 건 없는데요…. 이제 3김시대의 정치풍자는 끝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는 지금 대두되고 있는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개그를 준비했었는데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사실 개그맨들도 3김은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 성대모사를 준비하는 남자 개그맨도 있어요. 그런 것을 가지고 기획안을 올렸더니 ‘아이구야’하시면서 ‘이거 이러다 큰일나겠구나’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그래서 우리도 지금은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메인은 아니고, ‘여당야당뉴스’도 있었는데 그것도 좀 어려울 것 같고… 라디오에서 시사평론가로 활동하시는 김용민 씨가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왔어요. 그 분이 말씀을 되게 재밌게 하더라구요. 성대모사도 잘하고, 개그감각도 있고 그 분이 ‘뉴스 바로잡기’ 그런 내용을 굉장한 열의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황의건 씨라고 커밍아웃한 게이 CEO가 있거든요. 그 사람이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 등과 관련한 개그를 준비하고 있어요. 근데 그런 부분도 기독교를 가지고 있거나 하신 윗분들께서 ‘굳이 커밍아웃을 방송에서 해야겠냐’며 많이 걱정하시고 있어요. 하하하.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역시 기대한 만큼 새로운 것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새로움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배치했는데 1TV라 더 조심스러워들 하십니다. 나도 지금 수위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긴 한데 폭소2 준비하는 사람들 열의는 대단합니다. 미국과의 외교단절까지 갈 수 있는 멘트들도 있고, 하지만 그런 부분을 다 못할 거에요, 하하하. 게이도 만약 방송 나가면 마치 우리나라에 게이가 급증할 것 같은 그런 선동성 발언들도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그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지금은 일단 게이는 묻어야 될 것 같아요.
  
  요즘 판소리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져서 인터넷뉴스를 판소리로 전하는 그런 형식도 있구요. 한옥정이라는 탈북자 가수가 ‘북한에 뭐가 있다, 없다’ 이런 내용으로 북한이야기를 준비했는데 되게 재밌어요.
  
  폭소1에서도 사회풍자, 정치풍자가 적지 않았잖아요. 혹시 서 PD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나는 정말 시사는 몰랐어요. 우리나라에 정당이 ‘여당’, ‘야당’ 이렇게 있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 불만도 없고, 결혼도 마음대로 되고 입사도 마음대로 되고, 배고픈적도 없고 솔직히 불만이 없었어요. 하지만 회사 들어와서 폭소클럽 하다보니깐, 가장 아쉬운 게 그것인 것 같았어요. 다양하지 않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고 우리 생각도 다양하지 않구나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방송국에 있는 PD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폭소클럽 같은 경우도 요즘 개콘 같은 프로그램들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또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봐주면 좋은데 그렇게 여유 있지 않으니깐 그런 것들이 아쉽고, 폭소클럽에서 저렇게 떠들 수 있지, 게이가 나와서 ‘게이 너무 좋아요. 남자들 다 게이하세요’라고 말 할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하잖아요. 그런 게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폭소가 1TV로 가서 그런 얘기를 더 많이 해서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마찬가지로 정치도 다양하게 생각하면 될 텐데 그죠?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왜 방송국 들어와서 하필 코미디 프로를 하게 됐어요?
  
  나는 남들 웃기는 게 좋아요. 그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개콘 맨 처음 할 때 조연출이었는데, 그게 개그프로로서 처음 있는 공개방송이잖아요. 공개방송 녹화 들어가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걱정했어요. ‘그게 될까?’, ‘공개코미디가 될까’ 다 반대했어요. 하물며 출연자들도 반신반의하고 스텝들은 불만이고. 방청객으로 부른 사람들로 객석이 안차니깐 여의도공원가서 사람들 불러오고 너무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데 녹화가 딱 들어갔어요. 정말 그 자리에 500명이 있었는데 500명이 우리가 계산했던 그 포인트에 정확히 쓰러지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에서도 쓰러지는 거예요. ‘우와~~’ 그때 저는 PD로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은 다 느낀 것 같아요. ‘이게 방송국 PD가 느끼는 거구나’,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이거구나’. 방송만 하면 잘 모르잖아요. 그땐 인터넷도 잘 없으니깐, 그 즉시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리액션이 바로 나오니깐 그때부터 코미디를 좋아했던 건줄 모르겠어요. 정말 남들 웃기는 건 너무 재밌어요.
  
  (계속해서 관련기사 '서수민 PD 인터뷰2'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2006년 10월 29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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