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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2009 외인구단' 실패는 386 때문?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5.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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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주말기획드라마 <2009 외인구단>이 시청률 면에서나, 관심의 측면에서나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변희재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 미디어워치'라는 매체를 통해 "낡은 386세대의 몸에 입혀놓은 신세대 옷"이라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변희재가 미디어워치에 쓴 ''2009 외인구단' 낡은 386세대의 몸에 입혀놓은 신세대 옷'


'주간 미디어워치'는 최근 문화 및 미디어 영역에서 조선일보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매체다. '주간 미디어워치'가 몇 번 특집으로 다루고 나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정도는 날릴 수 있고, 이른바 진보진영 논객 중 '최고수'로 꼽히는 진중권을 휘청거리게 하며, 라디오 시사프로를 진행하는 김미화씨를 퇴출 직전까지 몰아 붙일 정도다. 그 최일선에 변희재가 있는데, 변희재가 이번에 MBC의 드라마 <2009 외인구단>에다 대고 386 딱지를 붙여버린 것이다. <2009 외인구단>, X 됐다.

"낡은 386세대의 몸에 입혀놓은 신세대 옷"이라...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변희재가 말한대로라면 이렇게 이해된다.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건, 1983년.
이 1983년은 "386세대의 주류인 82학번이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 진영에 가담했던 시기"인데,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이 대중문화 영역에서 "386세대의 정치와 문화 간 괴리감의 빈 공간을 차지했"다는 것.
변희재는 '공포의 외인구단'과 1983년, 그리고 운동권 386세대를 이렇게 연결시켰다.

여기서 '386세대의 정치와 문화 간 괴리감'이란, 변희재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386세대의 가장 큰 세대적 특징은 정치 따로, 문화 따로다. 이 시기는 국내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최고점에 이르는 상황이면서도, 국제적으로는 마이클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이 중심이 돼 미국 팝과 영화가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때다. 1980년대의 거리와 광장에서는 반미의 깃발이 나부꼈지만, 스크린과 라디오에서는 미국의 대중문화가 점령해버린 시기였다. 그래서 낮에는 미국을 향해 화염병과 짱돌을 던지다가 밤에는 미국팝을 훔쳐듣는 엽기적 386세대[각주:1]가 탄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낮에는 반미를 위치며 화염병 던지다 밤이 되면 팝송을 듣는 '엽기적 386'들의 문화적 욕구를 그나마 '공포의 외인구단'이 그들의 정치 의식에 맞게 충족시켜주었다는 건데, 변희재는 '상처받고 소외받은 외인구단의 주인공들이 보인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피눈물나는 미덕은 마치 정치와 문화, 정치와 산업이 따로 놀았던 절름발이 시대 1980년대를 살아갔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과 비슷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지금의 <2009 외인구단>은 "386 세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왔고, 전혀 다른 감성을 지닌 신세대들과 만나게 됐"음에도 '캐릭터만 손질했을 뿐 시대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저 원작의 지명도와 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리메이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어색한 프로그램'이라고 변희재는 지적한다.

즉 <2009 외인구단>은 1983년, 386들이 열광했던 '공포의 외인구단'의 몸뚱아리는 그대로 두고 캐릭터만 손질하는 정도로 신세대의 옷을 입힌 프로그램이라는 거다.

변희재 답다고나 할까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독특한 시각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변희재는 마치 자신이 어떤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기라도 한 듯 줄기차고 집요하게 공략하는 대상이 둘 있다. 하나는 '포털', 또 하나는 '386'이다.

서울대 미학과 94학번이라고 하는 변희재의 '386세대'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은 그가 쓰는 거의 모든 글을 관통하고 있다. "엽기적 386" 같은 용어는 예사인데, 최근 20대를 가리켜 주로 사용되는 '88만원 세대'도 변희재는 그저 386인 우석훈이 "386세대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주는 꼭두각시"를 필요로 해서 만든 개념 정도로 이해하고 공격한다. 그리고 그는 '386세대'를 극복하기 위함인지 '실크세대'라는 세대론까지 주창해 여기저기 설파하고 다니느라 바쁘기 그지없다.

(관련한 변희재의 글 : 낡은 386 비켜라! 실크세대가 나간다 / 좌익파쇼386에 팽당한 20대 88만원세대)

그런데, 아무리 386에 꽂힌 변희재라 하더라도 <2009 외인구단> 같은 드라마에까지 "낡은 386" 운운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두고 마치 386세대의 전유물인 것처럼 연결시킬 줄은 정말 몰랐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1980년대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는 될 수 있겠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온 게 1983년, 1983년은 386의 주류인 82학번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시기'라는 식의 연관 관계는 도대체 어떤 의식 구조를 가지면 가능한 연결인지 서울대를 나오지 않고, 미학과를 나오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범인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이렇게 '공포의 외인구단'을 386세대와 연결시켜놓고 2009년 5월에 방송되는 <2009 외인구단>에다 대고 "낡은 386의 몸" 운운하는 의식 구조는 더더욱 감히 범접하기조차 힘든, 그야말로 변희재만의 독창적인 영역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토록 독창적인 의식구조를 가진 변아무개임에도 그저 '참 독특하네'라고 X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변희재는 '주간미디어워치의 발행인'이자, '인터넷매체 빅뉴스의 고정칼럼리스트'이고,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이자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공동대표'이며, '실크로드 CEO 포럼의 대표'이자 '한나라당이 추천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이다. 이밖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심심찮게 글을 쓰기도 하는 등 뉴라이트와 보수진영, 한나라당에서 아주 각광받는 떠오르는 다크호스라고나 할까. 앞서 언급했던 한예종 총장까지 날릴 정도의 영향력도 지녔다.

무서버......

  1. 팝송을 듣는 걸 두고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참으로 기발하다. 반미를 외쳤던 386은 팝송을 배척했어야 한다는 말일까? 그런 사람이 '안엽기적 386세대'일까? 내가 알기로 80년대 386들은 커피도 안마시고, '미제의 똥물' 콜라는 더더욱 배척했다던데, 이건 그럼 '정상적 386'이란 말일까? 변희재는 80년대 대학가에 만발한 이른바 민중문화(노찾사로 대변되는 민중가요와 마당극, 풍물패 등등)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일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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