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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지면, 경찰버스 한 대 찾을 수 없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5. 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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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전국 각지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분향소에 시민들의 애도와 추모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청 앞 덕수궁 대한문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주말 동안 수만명의 시민이 모여들어 가신 이를 추모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권은 경찰병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추모의 발길마저 가로 막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의 가슴에 분노의 기름을 끼얹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이 눈물로 호소해도 분향소 주변을 겹겹이 애워싼 경찰버스는 치워지지 않았고, 방패를 들고 중무장한 경찰병력은 철수하지 않았다. 좁디좁은 대한문 앞이 아니라 넓은 시청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달라고 절절한 심정으로 호소해도 경찰들은 "순수한 추모객들과 불법시위꾼들을 구분할 수 없어서", "추모시위가 불법시위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라며 요지부동이다.

5월 25일 동아일보 사설. 일부 정치인들의 조문이 가로막힌 것에 대해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검찰과 동조해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조중동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침묵 내지는 방관, 무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던 주말이 지난 5월 25일 월요일 아침.
동아일보 신문 지면 그 어디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문행렬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 한대, 방패를 들고 중무장한 경찰 한 명 볼 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을 봉쇄한 경찰버스와 경찰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동아일보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5면 사진. 경찰버스 차벽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동아일보는 5면에 '덕수궁 앞 추모 행렬'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긴 했지만, 정작 이 시민들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버스 차벽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시민들이 경찰 때문에 지하철 통로에서 더위와 탁한 공기 속에 몇 시간이나 불편함을 감수하며 4~5시간을 기다려서야 조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동아일보는 무시했다.

기껏해야 짤막한 기사 안에서 "추모객을 통제하는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했지만, 경찰의 조치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사설 <국민장 엄수되도록 각계 협조를>에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빈소 주변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보이는 과격한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며 여당 정치인 등의 조문이 시민들에 의해 가로 막힌 상황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문명국가, 성숙된 사회, 선진화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조문객을 축객하고 조화에 발길질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에게는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있다고 여기는 정치인들을 가로막는 게 과연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문행렬을 경찰병력으로 가로막는 일보다 더 "해괴한 일"로 보이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 3면 사진.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모습이지만, 캡션은

조선일보 3면에는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갇혀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되기 했지만 사진의 캡션은 "경찰은 도로점거 등 불법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주위에 경찰버스를 배치했다"며 경찰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대신 김형오 국회의장이 일부 시민들의 반발로 조문을 하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물벼락 맞은 김의장...발길 돌린 박근혜>로 달아 상황을 상세히 전했고, 6면에서는 '박살난 이 대통령의 첫번째 조화'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부수는 모습이 담긴 자극적인 사진을 게재했다. 사설에서도 "조문하러 온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 친소 관계를 따져가며 조문을 막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고인의뜻과 어긋나는 일"이라며 시민들의 행동을 비판했지만 그 어디에도 경찰이 시민들의 조문 행렬을 가로막는 것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중앙일보는 8면에 덕수궁 앞 조문 행렬을 사진으로 담긴 했지만 경찰버스의 모습은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듯 경찰버스인지 뭔지 알수도 없게 했고, 기사에서도 경찰의 행위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심지어 사설 <진정 어린 애도 속에서 차분하게 국민장 치르자>에서는 "서울 분향소에는 일부 시민이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는데 이는 차분한 문상이 아니다"며 오히려 시민들을 나무랐다.

특히 중앙일보는 '물 세례'란 제목으로 김형오 의장의 조문이 가로막힌 모습과 '계란 세례'라는 제목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조문이 가로막힌 모습은 큼지막하게 사진을 실었고, <조문도 편 가르는 '한국 정치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게재했다.

중앙일보 8면 사진. 경찰버스가 저멀리 어려품하게 보이지만, 사진만으로는 시민들의 조문행렬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인지 알 수 없다.

반면 김형오 의장과 이회창 총재의 모습은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기사에서는


비록 조중동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서거'라며 적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고, 애도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긴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행렬이 자칫 촛불로 번질까 전전긍긍하는 이명박 정권과는 한치도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렬을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그 정권을 옹호하는 조중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보임으로써 그를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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