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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웃음주며 살고 싶은 여자 '서수민'(2)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7. 6. 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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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웃음주며 살고 싶은 여자 '서수민'(2)

[인터뷰2]'폭소클럽' 부활 책임진 서수민 PD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끼많고 기획력 뛰어나기로 소문났는데 비결은 뭐에요?
  
  아이구 아니에요.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인지 폭소만 이렇게 잡고 있습니다. 처음 폭소1로 입봉(PD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 걸고 프로그램 연출하는 것)했고, 이번에도 사실 ‘엔돌핀 업’같은 정통 코미디를 할 수도 있었지만 폭소는 내가 안하면 없어지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만약 내가 해서 성공 못하면 다음 개편에 없어질 수도 있어요. 또 내가 만약 폭소 안하겠다고 하면, ‘그래 그거 없애버리자’ 그렇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1TV에서 오래갈 수 있는 코미디 프로로 만들고 싶어요. 걱정이 많아요.
  
  내가 보기엔 KBS가 승부수를 띄웠다고 보이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관료적이어서 ‘1TV에서 코미디가 가당키나 하냐’는 생각도 많이 해요. 그래서 그게 ‘가당하다’고 보여줘야 되는데, 폭소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걱정입니다. 개콘은 웃찾사에서도 볼 수 있고 개그야에서도 볼 수 있고 얼마든지 볼 수 있잖아요. 근데 폭소클럽은 KBS밖에 없다구요. KBS에 가요무대가 있듯이 폭소클럽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모르겠어요. 똥이 될지 된장이 될지….
  
  폭소클럽 한참 뜰 때 아이 낳는다고 잠시 일을 쉬었잖아요. 블로그에도 한 번 들어가봤는데 아이가 정말 귀엽더군요. 일이 너무 바빠서 그 이쁜 아기와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아쉽진 않으세요?
  
  많이 아쉽죠. 요즘 애가 막 삐뚤어지고 있어요. 폭소를 하면서 첫째 애 태교를 했잖아요. 그래서 애가 코미디 프로를 좋아해요. 나는 내가 코미디 PD니깐 코미디 프로를 안보여주고 싶거든요. 근데 웃찾사 ‘이건 아니잖아’ 이런 거 따라하고 그래서 가슴이 아파요.
  
  내 친구가 유명한 사진작가거든요, 걘 진짜 못생겼어요. 나보다 훨씬 못생겼어요. 남편도 못생겼어요. 근데 애를 낳았는데 남자애가 너무 예쁜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했더니 걔는 임신 내내 우리나라 톱클래스 연예인들은 다 보고 살았잖아요. 그랬더니 애가 그렇게 예뻐요. 우리애는 웃겨요. 애가 매일 사람 웃기는 거 좋아하고, 함성 박수 소리에 막 흥분하고, 내 친구 애는 셔터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그래서 ‘태교가 되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폭소를 그만뒀다가 다시 폭소를 시작하면서 또 임신을 했어요. 솔직히 진중히 고민했어요. 둘째애도 이렇게 웃기는 애를 낳아야 될까, 첫째가 그렇게 웃긴데? 그래도 방법이 없잖아요. 나중에 쌍으로 웃기겠죠. 하하하.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대한민국 대부분 여성 직장인들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방송계는 오래 버티는 여성이 많이 드물잖아요. 여성 PD로서 부딪치는 문제가 많을 텐데
  
  지금 KBS의 여성 PD 중에는 나보다 11년 선배가 있고, 그 다음에 내가 있어요. 그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조연출들은 여자가 더 많아요. 신입이 4명 들어오면 여자가 3명이에요. 지금 예능국에 여성 PD 8명으로 구성된 진달래회라고 있거든요. 이름이 진달래에요, 하하하. 보면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죠. 예전에는 내가 어딜 가든 여자 PD라는 걸 먼저 알리려고 고민했지 프로그램은 그 뒤였어요. 근데 요즘 여성 PD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다른 것보다 우선하고, 여성적인 개념이 아예 없을 정도로 일하는 것 같아요.
  
  내가 애를 늦게 낳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일을 해놓고 애를 낳아야 흠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요즘 그런 분위기가 거의 없어졌어요. 애를 낳고 일을 해도 그 일만 잘 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나도 역시 둘째를 낳건, 셋째를 낳건 맡은 일만 잘 하면 돼요. 여자 PD라는 거에 대해서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서로 적응이 된 거죠. 그게 굉장히 좋고, 그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한편에선 걱정들이 많아요. ‘여자가 너무 많아지면 이 팀은 누가 이끌어 가냐’, 이런 흰소리도 하는데 뭐 여자가 이끌겠죠. 하하하.
  
  남편이 같은 방송국 드라마 PD인걸로 아는데, 부부가 둘 다 PD면 얼굴보기도 힘들 것 같은데.
  
  요즘은 둘 다 기획파트에서 준비하고 있어서 많이 보고요. 같이 바빠질 때는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살죠, 뭐. 애기는 시어머니께 신세를 좀 지고 있구요.
  
  
△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다시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최근 KBS 개콘,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 방송3사 코미디 프로가 모두 선전하면서 ‘개그 삼국시대’라는 말까지 들리거든요. 요즘 코미디 프로 어때요?
  
  일단 다 재밌는 거 같아요. 웃찾사는 웃찾사대로 정신없이 웃기는 재미가 있고, 개콘은 개콘대로 재밌고, 개그야는 재미없었는데 요즘 재밌어요. 나는 그 ‘사모님’이라는 코너가 근 5년 만에 나타난 아주 재밌는 코너가 아닌가 싶어요. 너무 재밌어요. 또 ‘명품남녀’도 재밌게 보고요. 내가 지금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MBC 코미디에 대해 걱정이 많았어요. <웃으면 복이 와요>도 그랬고, <웃는day>도 그렇고… 아 저거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요즘 재밌던데요.
  
  그런데 MBC가 개그야를 너무 띄우는 것 같던데요.
  
  MBC가 너무 우려먹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해돼요. 왜냐면 근 5~6년 만에 코미디프로가 부활했으니깐 이후로 뒤 타자들이 곧 나오겠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조금 걱정이 돼요. 다른 프로에서도 막 띄우고. 예전에 개콘에서 뜨는 코미디언들이 일요일 낮에도 나오고 저녁에 개콘에도 나오고, 월요일 폭소클럽에도 나오고 예능프로 패널로도 나가더군요. 그거 보면서 회의하고 아이디어내고 연습할 시간은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던데요.
  
  그게 막 돌고 도니깐 연기자들 단물이 빨리 빠지고 수명도 빨리 떨어지고, 그랬더니 개콘 하는 코미디언들은 수명이 길지 않다는 말이 있었어요. 개콘 초창기 때는 원수를 져 가면서까지 코미디언들을 다른 프로 패널로 안보내고 그랬는데, 요즘은 한편으로 그 사람들 그렇게 나가줘야 되는 것 같아요. 개콘만으로 살 수가 없거든요.
  
  MC가 못 받아도 300~400 받는데 코미디언들은 한 프로 찍고 30~40 받아요. 며칠 동안 아이디어 회의하고 연습하고 30~40 받는다구요. 기초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피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딴 일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있어요. 정말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장님이 오면 코미디언들의 출연료를 지금의 3배 정도는 파격적으로 올려줘야 된다고 봐요. 그게 적정가라고 보거든요. 왜냐면 이들은 그 후가 없으니깐, 더더욱 그렇게라도 해줘야지 그들이 먹고 살면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요. 작가료도 그렇고 방송이 착취가 심해요.
  
  요즘 개콘 보니깐 지나치게 ‘자학’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요. 마빡이라든지, 네박자, 폭탄스, 패션 7080도 그렇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이건 유도심문인데, 하하하. 그런 게 아쉬울 수 있죠.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재밌어하기 때문에 자학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자학으로 추하지 않게 웃기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그게 또 개콘만의 장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자학개그를 장르로 승화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그게 싫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물 흐르듯 변하게 되어 있어요. 곧 피디가 바뀌니깐 개콘에도 다른 물이 흐르지 않겠어요?
  
  개인적으로 개콘의 개그맨들 가운데 유세윤, 강유미, 정경미, 황현희, 김병만 등을 좋아해요. 정말 끼와 재능, 아이디어까지 톡톡 넘치는 것 같은데, 특별히 좋아하는 코미디언 있어요?
  
  난 유미랑 세윤이요. 강유미는 나를 보는 것 같아요. 하체가 뚱뚱해서… 하하하. 세윤이는 에너지도 많고 아이디어도 너무 많고 성실하고 연기를 너무 잘해요. 지금 개콘의 젊은 친구들이 그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연기를 못한다는 거거든요. 개콘 밖에 못 하면은 다른 걸 못시키니깐 그게 걱정이죠. 옛날 코미디언들은 연기 잘해요. 그런데 세윤이랑 유미는 연기도 잘하고 남들을 세련되게 웃기는 게 어떤 건지 아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을 아주 좋아해요.
  
  아직 뜨지는 않았지만 흙속에 묻힌 진주처럼 앞으로 기대할만한 코미디언로 꼽을 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김기열을 꼽을 수 있어요. 그 친구가 지금은 별 다른 역할은 안하고 그냥 ‘오빠 오빠’에서 조역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잘 할 것 같아요. 내가 개그사냥에서 너무 이뻐했던 친구에요. 많은 피디나 선배들이 그 친구를 좋아해요. 신동엽 어렸을 때 보는 것 같다고…. 그 친구만의 뭐가 있는데 아직은 덜 영글어서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조금 더 영글어야겠죠. 잘 할 것 같아요.
  
  
△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이제 정리해볼까요. 앞으로 어떤 예능PD로 살아가고 싶으세요?
  
  예능PD 좋죠. 그냥 폭소클럽만 하고 싶어요. 남들 편안하게 웃음 주면서 살고 싶어요. 하지만 아마 그렇게 안 되겠죠. 예능PD라 하면 ‘경쟁력과 수익력, 시청률 이런 것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PD’라는 전제가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커요. 폭소2를 1TV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1TV로 가면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야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예능PD로서 산다는 건 그렇게만 못하거든요. 템포도 빨라져야 되고 인기에 영합도 해야 되고… 뭐 그런 것도 좋다고 보는데 그렇게만 살 수는 없지 않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걸 보여줄 수 있는 예능PD가 되고 싶어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예능프로에서 한 명 뜨면 그 사람을 다른 프로에도 출연시켜야 사람들이 봐줘요. 사람들이 안보는 예능프로는 예능프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겹치기도 하고 아이템도 겹치고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보니 예능PD도 쳇바퀴 돌 듯 돌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시청자도 손해고 우리도 손해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시고, 나는 쉽진 않겠지만 좀 다르게 ‘이런 것도 웃겨요, 재밌어요’라고 만들고 싶어요.
  
  
△예전 '폭소클럽' 엔딩. '여러분 오늘도 즐거우셨나요? 그렇다면 우산을 펼쳐주세요'

  
  KBS1TV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코미디. 한 번 폐지되었다 다시 부활하는 프로그램. 시끌벅적 요란하기보다 다양한 소재와 내용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방송계에 드물 디 드문 스타급 여성 예능 PD가 ‘장고’처럼 돌아와 연출을 맡은 프로그램. 폭소2에 대해서만큼은 큰 기대를 가져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2006년 10월 29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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